자전거도시만들기, 부평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연일 ‘저탄소 녹색성장’을 외치고 있는 MB가 이번에는 대한민국을 세계 최대 자전거생산국으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 소식에 자전거수입국인 우리나라의 자전거관련업체 주가가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덩달아 자전거도로 전문건설업체의 주가도 동반상승했단다.
삽질을 ‘녹색’이라 우기는 MB가 3000km 자전거도로를 언급하며 ‘녹색’교통수단인 자전거를 들먹이는 속셈이 대운하에 ‘녹색’ 덧칠을 하기 위함임을 새삼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 다만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자전거는 그동안 많은 길거리행사에서 깃발달고 선두에서 바람잡이역할을 하는 조연이었지 한번도 주연이었던 적이 없었음은 기억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95년 ‘자전거이용활성화에관한법률’을 제정하였고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였음에도 자전거교통수단분담율이 고작 1.2%에 불과한 근본적인 이유는 위정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구호만 외쳤을 뿐 자동차억제, 자전거문화운동 등 핵심적인 정책수립, 실천 활동에는 등한시했기 때문이며 또한 예산집행에 있어서도 정확한 실태조사와 이용자의 의견수렴 없이 성과위주의 보여주기와 일방적인 탁상행정으로 일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천시의 경우에는 시민들의 요구로 2007년 조례를 제정하고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다른 광역단체보다 한발 앞서 자전거정책을 진행하고 있었다. 올초 600억원예산편성, 시범구와 시범학교운영, 차도에서의 자전거전용도로검토 등 모두가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인천시는 ‘대한민국자전거축전’, ‘인천도시축전’와 같은 일회성 이벤트행사에 또 자전거를 동원하고 있으며 야심찼던 자전거계획마저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촉발된 ‘인천자전거도시’의 분위기를 행정에서도 이어갈 것과 과거와 같은 예산낭비의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부평에 주목할 것을 주문한다.
먼저 부평은 만월산~원적산~철마산~계양산으로 이어지는 한남정맥에 의해 둘러싸인 분지로 평탄한 지형이고 계양구, 부천시와 과거부터 같은 생활권이라 자전거타기가 용이하였다. 주요 도로뿐 아니라 굴포천과 서부간선수로를 활용한다면 인구180만명이 넘는 부평, 계양과 부천이 자전거생활권으로 묶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오래전부터 자전거에 주목했던 부천시와의 연계는 서울까지의 자전거출퇴근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부평은 대부분이 구도심으로 이제 더 이상 뻗어나갈 공간이 없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인구는 57만명이 넘으나 모든 곳을 재개발, 재건축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되는 상황으로 심각한 교통난해결과 쾌적한 도심환경을 위해서 이제 부평에서는 자전거가 절실하다. 다행인 것은 이미 부평에는 자전거타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지엠대우자동차 부평공장근로자들은 공장 내에서 이미 자전거로 이동하고 있으며 자전거를 출근에도 이용하고 있다. 많은 공장이 떠났지만 부평에는 수출4공단을 비롯한 많은 공장이 여전히 남아 있고 근로자들은 부평에 산다. 수많은 초중고학생들도 자전거이용의 무한한 잠재력이다.
경인전철을 비롯하여 인천지하철1호선이 부평을 지나고 있으며 지하철7호선도 곧 개통될 예정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철도는 대중교통 중에서 자전거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교통수단이다. 평소에는 지역 내에서는 자전거를 이용하고 서울을 가거나 공항을 가야 하는 경우에는 철도로 환승하면 된다. 이미 부평은 다른 지역에 비해 자전거가 활성화될만한 여건이 충분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정책성공의 핵심열쇠인 시민참여가 부평에서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부평은 시민이 행정을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제도적인 뒷받침이 조례도 제정하였고 매월 세번째 토요일이면 부평구민들은 어김없이 부평을 자전거로 누비고 있다. 자전거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에 행정은 뒷받침만하면 되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이미 자동차의 편리함에 길들여져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 공고한 자동차중심의 도시교통시스템으로 인해 자전거도시만들기가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평은 자전거도시의 가능성을 충분하다. 중앙정부와 인천시의 재정적인 지원과 자동차억제, 자전거철학교육 등 부평구의 의지가 함께한다면 결코 꿈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100년 전에 비해 여름은 한 달 이상 길어졌고 겨울은 짧아졌다. 지역환경문제뿐 아니라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해 상주나 창원같은 지방 중소도시가 아닌 대도시에서의 자전거성공사례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것이 인천자전거도시가 반드시 성공해야하는 이유이고 그 열쇠는 부평에 있음이다.
* 위 글은 2009년 5월 12일자 부평신문의 부평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