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 골프장 , 행정절차 중단해야

2009년 5월 28일 | 성명서/보도자료

                                                       

                                                 계양산 골프장, 행정절차 중단해야

                                                                                노현기 계양산골프장 저지 인천시민위 사무처장

2006년 6월 롯데건설이 27홀(약 158만㎡) 골프장을 건설하겠다고 해서 시작된 계양산 롯데골프장이 최근 한강유역환경청 심의에서 15홀(목상동 9홀, 다남동 6홀), 71만7천㎡로 줄었다. 그것도 목상동은 억지로 9홀을 집어넣었는데, 군당국 협의 여하에 따라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다. 골프장 면적만으로 봐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롯데는 관련부처 협의를 통과할 때마다 면적을 줄여야 했다. 3단계 환경영향평가가 또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면적 축소는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한강유역환경청조차 “이렇게까지 기형으로라도 골프장을 지으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는 뒷말도 들린다.

롯데건설은 15홀 골프장은 지역기여도(세수증대효과 및 고용창출효과)와 경영성 등에 효과가 미비하고, 사업위험도가 커서 정상적인 골프장 운영을 할 수 없다며 18홀(목상동 9홀, 다남동 9홀)을 승인해 달라고 했다. 그랬던 롯데가 한강청에 ‘쪼그라든’ 15홀(안)을 제출해 조건부 동의를 받아냈다. 인천시민들을 상대로 자존심 대결을 펼치겠다는 것 외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인천시와 계양구 등 행정관청이다. 2006년 이후 롯데골프장 추진 과정에서 이익진 계양구청장은 롯데건설을 두둔하는 행동을 했다. 지난해 말에는 롯데와 함께 17사단장을 설득하려다 언론에 들켜서 시민 반발을 사야 했다. 얼마 전에는 계양산 하느재 고개에서 골프장 반대 릴레이 농성을 하는 분에게 “왜 반대하느냐”고 호통을 치다가 등산객까지 가세해 항의하자 “(계양산) 등산로를 폐쇄해 버리겠다”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다.

인천시는 훨씬 교묘하다. 골프장 관련 행정절차 추진과정에서 각종 불법, 조작 의혹 앞에서 시는 롯데를 밀어줬다. 그러면서도 마치 아닌 것처럼 침묵을 지키던 안상수 시장이 지난해 말 민주노동당과의 정례협의에서 “계양산 골프장, 면적도 많이 줄였으니 이제는 밀어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이 뉴스화면에 잡혔다. 안 시장 결정으로 계양산 골프장 관련 행정절차를 중단할 수 있지만 그 권한을 발휘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시는 기회 있을 때마다 “시는 중립이며, 롯데가 제출하면 한강청이든 17사단이든 전달할 뿐”이라며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최근 인천시민위가 보낸 질의에 대한 답변에 따르면 17사단은 계양산 골프장과 관련해 이미 두 차례나 부동의했으나 시가 계속해서 부동의 해소방안을 내고 있다. 탄약안전거리로 인해 근린공원 부지가 제척될 때, 3군지사의 ‘부동의’에 따라 해당 지역 전체를 제척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인천시는 각종 전국·국제대회를 유치한 상태다. ‘지속가능성’을 제1화두로 삼는 지방의제협의회 전국대회가 열리고, 강과 하천을 살리고 보존하려는 전국강살리기대회도 인천에서 올해 열린다. 무엇보다 세계도시축전이 인천에서 열린다. 계양산의 현실은 물론 인천의 반환경적 면모를 전국·전세계에 보여줄 기회가 온 것이다.

여기저기서 걱정의 소리가 들린다. 각종 개발 사업에 예산을 쏟아붓느라 교육·복지예산 등은 거의 바닥수준이라는 소리, 세계도시축전은 예산이 없어서 온갖 기업에 손을 벌리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어떤 일본 도시처럼 인천도 부도가 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아무리 치적을 화려하게 포장하려 해도, 곪은 속을 감출 수 없다. 자칫 전국적·국제적 망신살이 돋지 않을까 우려된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 마지막으로 충언을 한다. 속내야 어떻든 계양산 골프장을 밀어줬던 시의 명분은 지방재정(지방세)과 고용이었다. 그러나 지금 ‘쪼그라든 15홀’은 롯데 스스로 지방재정 기여와 고용효과가 미비하다고 했다. 안 시장이 계양산 골프장 관련 행정절차를 중단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마지막 기회를 포기한다면 계양산 골프장 부지에 널린 인천시보호종인 ‘도롱뇽’과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맹꽁이’와 국제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반딧불이’가 세계도시축전 기간에 세계인들이 보는 앞에서 안 시장에게 ‘보복’을 가할지도 모른다. 역사의 평가를 받기 전에 시민의 ‘분노’를 헤아리기 바랄 뿐이다. 

* 5월 19일 인천신문 환경칼럼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