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3일 송도갯벌 인근 남동유수지 인공섬에서 세계적으로 2천여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은 저어새가 둥지를 틀었다. 그동안 강화도 주변의 무인도에서만 번식을 하던 저어새가 내륙에서 둥지를 튼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국내학계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저어새는 갯벌에서 먹이를 찾는다. 인천갯벌은 세계 5대 갯벌로 호주와 시베리아를 오가는 도요물떼새들의 중간기착지이며, 어민들의 삶터였고, 인천시민들에게는 마음의 안식처였다.
인천지역 갯벌은 강화남단을 제외하면서 대부분 매립되었다.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인천국제공항, 남동공단 등은 모두 갯벌이었던 곳이다. 여의도 면적의 25배에 달하는 1억9천800만㎡(6천만평)의 송도·영종·청라 경제자유구역지역도 갯벌이었고 현재 인천해안선에는 남동유수지 앞 갯벌(송도11공구)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3월 18일 국토해양부 중앙연안관리심의위원회에서 매립계획이 반영돼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인천신문은 저어새 번식을 계기로 현재 진행 중인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인천에서 갯벌이 가지는 의미를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 10회에 걸쳐 매주 목요일마다 기획칼럼 ‘갯벌과 송도경제자유구역’을 게재할 예정이다. 외국의 전문가들도 동참했다. 호주의 대표적인 조류보전단체인 ‘Birds Australia’의 대표인 알리슨 러쎌을 시작으로 조류전문가뿐만 아니라 환경·경제·사회·문화·역사 등 각계 전문가들의 칼럼이 이어진다.<인천신문 편집자주>
송도갯벌 매립 제안에 대해
알리슨 러쎌 프렌취 Birds Australia 대표
지난 3월 전체 1천15헥타르 중 715헥타르의 매립계획이 반영됨으로써 송도갯벌의 생물다양성과 특히 이 지역에서 확인되고 있는 이동성 물새류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됩니다.
최근 몇 년간 ‘Birds Australia’는 대한민국의 서해안이 이동 도요·물떼새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파악하기 위해 ‘새와 생명의 터’와 공동으로 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2008년 5월 조사에서만 약 27만개체의 도요·물떼새를 확인하였는데, 그중 1만8천218 개체는 송도갯벌에서 관찰되어 송도갯벌의 가치가 매우 높음을 확인하였습니다.
Birds Australia는 2008년 10월 창원에서 개최된 10차 람사르 당사국총회에 공식 입회인으로 참석하였습니다. 우리 단체는 총회 전 참가자들과 함께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가결된 “연안 갯벌은 보전되어야 하고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대규모 매립사업이 승인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람사르 결의안 10조 22항 22단락을 환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인천내륙의 마지막 갯벌인 송도갯벌의 공유수면매립사업의 승인은 대한민국 정부가 발표한 호의적 성명에 완전히 모순되는 것이며 람사르총회에서 취한 입장에도 상당히 어긋나는 것입니다.
송도 매립사업으로 인해 적어도 13종의 물새류가 받을 충격은 상당할 것입니다. 2006년과 2007년 이후 송도갯벌에서 발견·기록된 이들 물새류 13종 가운데 10종은 람사르협약에서 규정한 국제적 주요 조류로 송도갯벌은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에 명시되어 있는 멸종위기종 2종과 취약종 1종, 위기근접종 1종 등 대한민국 내 최대 군집지역입니다.
송도갯벌은 인천경기만 갯벌의 일부로 예전에는 5천헥타르가 넘어 매우 광활했습니다. 하지만 송도갯벌 대부분은 이미 1970년대와 1980년대부터 매립되었고 남은 지역마저 이제 매립될 것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국토해양부는 최근 국내습지 순손실 금지를 목표로 하는 국가습지관리계획(2007~2011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같이 명문화한 국가습지관리계획 목표가 어떻게 송도갯벌 매립사업 진행과 동시에 달성될 것인지를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과거 일부 매립사업의 경우에는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었더라도, 이러한 사례는 점차 줄고 있으며 환경적·사회적으로 감당해야 할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동성 물새류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이에 Birds Australia는 대한민국 정부와 인천시에 이동성 조류 보전에서 한반도 서해안 갯벌뿐 아니라 송도갯벌의 국제적 중요성을 인식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 2009년 6월 4일자 인천신문 기획칼럼에 실린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