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도시 인천’을 알릴 기회

2009년 6월 16일 | 성명서/보도자료

                                         ‘환경도시 인천’을 알릴 기회

                                                                                    이장수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처음에 구상했던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비싼 ‘아파트 동네’로 자리잡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는 처음에 추진할 때만 하더라도 전 세계 유명 글로벌기업과 투자를 유치하여 명실상부한 동북아의 국제허브 도시로 한국경제, 인천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송도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지 십수년이 지난 지금, 송도국제도시는 세계 유수의 글로벌기업이나 투자유치는 별로 없고 아파트만 빼곡히 들어서고 있다.

이제 많은 인천시민들은 해외 유명기업 유치나 투자 유치가 아파트를 더 많이 짓기 위한 허울좋은 빈 껍질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인천시가 연일 해외 기업유치와 투자유치에 관해 청사진을 내놓지만 결국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다.

얼마 전 송도 거주 외국인을 위한 국제학교가 실제로는 내국인들만으로 특목고 개교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아파트만 즐비한 송도에 외국인이 올 까닭이 없으며, 외국인이 없으니 학교에 입학할 자녀도 없다는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인데, 이를 모를 리 없는 인천시가 국제학교 운운한 것은 비난을 피하면서 특목고를 설립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어차피 아파트 위주의 신도시라면 분양이라도 잘 될 수 있게 특목고를 세워야 하는데, 이를 곧이곧대로 발표했다가는 각계서 터져 나올 비판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인 자녀 위주의 국제학교로 먼저 신청해 놓고, 입학할 외국인 자녀가 없다는 상황론을 앞세워 내국인 학교로 둔갑하는 실질적인 특목고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학군 좋고 아파트 비싼 강남 따라 하기의 본색이 드러난 게 아닌가. 하지만 모양새만 따라한다고 짝퉁이 진품이 되지 않는다. 인천시와 안상수 시장은 ‘강남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인천 송도만의 고유색깔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하늘 높이 치솟는 천편일률적인 빌딩보다 천혜의 보고인 갯벌의 장점과 연계한 친환경 도시로 장점을 살려야 한다. 그 천재일우의 기회가 드디어 인천에 찾아 왔다.

인천에서 앞으로 백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멸종위기종 1호인 저어새가 인천 송도갯벌과 남동산단 유수지에서 먹이활동과 번식을 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관련 학계는 흥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개체수가 1천600마리를 넘지 못해 멸종위기에 놓인 저어새가 한반도에서,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인천에서 둥지를 틀고 번식까지 하는 걸 목격하는 일은 선택받은 행운이라 할 수 있겠다. 세계 멸종희귀종인 저어새의 서식만으로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데, 송도갯벌 인근 유수지의 인공섬에서 새끼까지 번식하고 있어 전 세계적인 뉴스로 떠오르고 있다.

저어새를 훌륭하게 서식·보호할 수만 있다면 그동안 인천이 세계에 인천과 송도를 알리고자 십수년 간 노력한 것보다 훨씬 큰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는 홍보를 할 수 있다고 본다. 151층 인천타워 10개 짓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인천시는 별다른 노력 없이 훌륭한 조건을 마련한 것이다.

인천시는 하늘이 내려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잘 활용하여 인천과 송도를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송도갯벌(11공구) 매립을 중단하고 철새보호지로 지정함으로써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인천시로 전 세계에 인식되길 바란다.

전 세계 60억 인구 중 자기 집 근처에서 저어새를 목격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며, 새끼 번식까지 목격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우리 일생에서 인천에서 저어새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이번이 마지막이지 않길 간절히 기원한다. 

*** 이 글은 2009년 6월 16일자 인천신문 환경칼럼에 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