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지금 필요한 일은

2009년 6월 18일 | 성명서/보도자료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지금 필요한 일은…

                                                                          하석용 인천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 경제학 박사

 

아파트 지을 땅이 모자라서 송도 앞바다 갯벌을 메워야 한다며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이 ‘송도 신시가지 조성사업’으로 인천시장에게 매립 면허를 내준 것이 1990년 11월12일이다. 당시 인천과 서울의 인구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매립이 필요한 면적은 17.7㎢(535만평)라고 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이 매립지는 수도 없이 당초 매립 목표를 수정하며 확장을 계속했다.

1996년 2월에 작성된 인천시 도시기본계획안에 매립 면적이 79.2㎢까지 확장되면서 부침한 토지이용계획은 이루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 지구상을 떠도는 온갖 종류의 신도시 개발전략은 모두 한 번쯤 이곳을 거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 11월 경제자유구역 설치 전략이 나오기 전에 이미 트라이포트, 국제비즈니스도시, 경제자유구역, 동북아중심도시, 테크노파크, 물류산업기지, 혁신클러스터, 정보화 신도시, 지식기반 제조업기지, 네트워크도시, 테마파크, 문화관광단지, 유비쿼터스도시 등등 모든 형태의 도시건설계획이 이 매립지 위에서 명멸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송도 매립이 시작된 지 12년이 지난 2002년 11월, 드디어 “외국인 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의 강화와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할 목적으로” “중앙정부에 의해” 이 지역과 청라 매립지, 영종지구 일원 207㎢이 대한민국 제1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로부터 이 땅에는 외자유치라는 원죄의 굴레가 씌워지고 외자유치를 빙자한 행정 권력의 독주가 시작됐다. 어떤 산업이 어떻게 들어오든지 외자라는 외투를 걸치기만 하면 행정 권력의 재량에 따라 땅값부터 모든 지원 내역이 비밀리에 제공될 수 있었다. 외국인투자촉진법과 경제자유구역법의 비호 아래 산업자본이 아닌 외국 개발자본의 이기적 개발 독점이 진행되어도 인천시민이 알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 더욱이 어떠한 사업이건 간에 언제라도 행정 권력이 필요하다면 추가하거나 배제할 수 있다는 개방형 개발계획(소위 Open Plan)이야말로 누구의 간섭도 배제하고 어떠한 실수도 변명할 수 있는 최상의 도구로 사용됐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기왕에 정립돼 있는 학문적 산업단지 개발이론이나 경제성 분석 방법들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오로지 중요한 것은 권한 있는 정치인들과 행정조직의 독점적 의사결정 구조뿐이었다. 자본과 노동, 기술과 경영을 결합하기 위한 원초적 산업조직론조차 고려 대상이 됐다는 흔적을 찾기 어렵다. 수시로 변동하는 사업 목표는 애초에 없었다. 대규모 국내외 대학단지나 대형 명품판매시설 유치 같은 우발적인 계획들이 끝도 없이 끼어든다. 분명한 무계획의 계획이고 무계획을 상대로 경제성 여부를 논하는 것은 무리이다. 어차피 어떤 사업이 ‘대박’이 될지 ‘쪽박’이 될지는 피차 알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러나 분명한 점은 인천발전연구원이 2003년에 내놓은 ‘인천경제자유구역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에서 보여준 개발1단계 완성시(2008년) 지역별 생산유발효과 218조원은 인천에서 이루어졌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5년간 외자유치 실적이 목표치의 0.8% 수준이고 투자유치 건수는 경쟁 지역인 중국 푸둥 지역의 0.4%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올 들어서도 시스코라든가 IBM, MS 같은 유비쿼터스 도시개발을 겨냥하는 개발자본 이외에 외자 유치는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인천시는 적어도 이런 현실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하여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은가. 또 다시 근거 없는 선동이라고 하고 기다리면 다 된다고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지 않은가.

부탁하거니와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 지금이라도 교과서로 돌아가야 한다. 이제 이쯤에서 더 이상 벌이지 말고 정리할 것 정리하고 선택하고 집중하여야 한다. 국제적인 투자자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원론을 따질 줄 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인천시 행정이 스스로를 가감 없이 냉정하게 되돌아 볼줄 아는 용기를 보여주고, 한 번 쯤이라도 반대 쪽 의견에 가슴을 여는 포용력을 보여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 이 글은 인천신문과 인천습지위원회가 인천경제자유구역개발과 갯벌매립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공동으로 준비한 기획칼럼의 두번째 글(2009년 6월18일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