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생명문화의 젖줄, 송도갯벌을 파괴하지 말라
이희환 /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인천광역시가 인천에서 마지막 남은 갯벌을 ‘송도11공구’라는 이름을 붙여 매립하는 행위를 시도할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인천은 제국주의 침탈 이래로 서구 따라잡기에 맹목적이었던 ‘근대화’ 바람에 육지부 99%의 자연 갯벌이 이미 매립되어 사려져버렸다. 지구의 탄생 이래로 수많은 생명을 먹여 살렸던 천혜의 갯벌이 불과 한 세기 남짓 만에 모두 사라지다니, 이 갯벌의 주인은 과연 누구이기에 인천시가 나서 그 마지막 숨통을 지워버린단 말인가!
2003년 8월 국가에 의해 공식 지정된 인천경제자유구역 중에서도 고밀도 개발이 제일 빨리 진행되고 있는 송도는 그간 1~10공구에 걸쳐 약 53.4㎢ 갯벌을 매립한 위에 건설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2003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당시 송도 11공구가 송도지구 개발과 투자유치 부지의 조성 및 공급을 위해서는 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송도11공구’는 2007년에 경제청이 국토부에 매립기본계획 반영을 요청했으나 인천 육지부의 유일한 갯벌을 보존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반발과 매립 타당성이 낮다는 한국해양수산연구원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심의 대상에서조차 제외됐다. 그런데도 이 마지막 갯벌마저 끝내 매립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우리 인류에게 복된 미래를 선사할 것인가!
인천시와 경제청이 올해 갯벌을 죽여 조성한 송도국제도시에서 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를 홍보하기 위해 마련한 인천세계도시축전의 몽상이 이를 여실히 가늠하게 해준다. 안타깝게도 인천세계도시축전은 제국주의시대에 비롯된 박람회의 욕망을 천박하게 모방한 구시대적 ‘근대화 이벤트’로 전락하고 있다. 엑스포(Expo)의 세계적 추세가 이미 개발주의 시대를 넘어 생태주의적 가치를 지향해가고 있는 추세에 비춰볼 때, ‘짝퉁엑스포’인 인천세계도시축전은 여전히 생명파괴적인 자본의 개발주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역설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인천세계도시축전의 ‘미래도시’ ‘명품도시’란 허울뿐인 이데올로기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천혜의 갯벌을 파괴하고 건설된 인공의 도시가 아무리 편리하기로서니 그것이 지구온난화의 위기에 휩싸인 인류에게 참다운 미래도시일 리는 만무하다.
실상 1~10공구에 달하는 송도 경제자유구역은 인천세계도시축전이 임박한 현재까지도 조성목적에 어울리는 투자유치가 신통치 않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청라지구 내 월드트레이트센터(WTC) 조성사업은 투자자 모집이 안 돼 무산됐으며, 이미 착공에 들어간 송도국제업무단지 내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도 투자자들이 발을 빼면서 사업비 부족으로 공사를 중단했다고 한다. 송도 랜드마크시티 내 151층짜리 쌍둥이빌딩 ‘인천타워’도 지난해 6월 거창한 기공식은 열었지만 사업비 조달이 막혀 아직까지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이곳에 빼곡히 들어서는 초고층 아파트는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고 하니, 경제자유구역은 본래 목표를 상실한 채 이미 아파트 투기지구로 전락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갯벌마저 일확천금을 꿈꾸는 자본의 투자처로 매립해 버리려 하다니, 그 탐욕의 끝은 도대체 어디까지란 말인가!
끝없는 갯벌 죽이기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인천시와 경제청은 매립신청서에 ‘송도11공구’ 10.2㎢ 가운데 3.4㎢ 규모의 야생조류 대체서식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면 이곳이 ‘친환경적인 명품도시’가 되는 것인가. 그곳에 과연 저어새가 눈멀어 찾아올 것인가. 인천시는 부디 대자연을 조롱하는 갯벌 죽이기를 당장 중단해 주기를 바란다. 송도갯벌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반드시 보듬어야 할 생태자산이기도 하지만, 후손들에게는 더 없이 값진 생명문화의 젖줄이다. 이러한 상식이 지켜지지 않을 때, 우리 후손들이 살 미래도시는 그야말로 끔찍한 ‘디스토피아’로 나타나고 말 터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우리 모두가 져야 한다.
* 이 글은 2009년 6월 25일자 인천신문 기획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