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와 송도갯벌은 우리아이들의 미래입니다.

2009년 7월 8일 | 성명서/보도자료


저어새와 송도갯벌은 우리아이들의 미래입니다.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얼마 전 유네스코에서 우리나라의 조선왕릉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은 조선왕릉을 비롯하여 중국의 우타이산, 페루의 카랄수페 유적, 스페인의 헤라클레스탑 등 16곳으로 특히 우리나라 서해갯벌과 함께 세계3대갯벌로 불리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바덴해가 갯벌로는 처음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서해갯벌은 세계적 멸종위기조류들의 번식지이고 호주와 시베리아를 오가는 수십만마리의 도요새들의 중간기착지로 바덴해보다 생물다양성이 훨씬 우수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즉 서해갯벌은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손색이 없는 것입니다.  

  송도갯벌은 인천의 마지막 갯벌입니다.
 그러나 우리 어른들은 그런 갯벌을 경제발전, 지역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훼손시키며 매립하고 있습니다. 시화호가 그렇고 새만금이 그러했습니다. 인천의 해안선 99%는 인공해안선이랍니다. 이미 인천연안의 갯벌, 대부분은 사라진 것입니다. 세계최대라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인천국제공항, 남동공단 등은 모두 갯벌이었던 곳입니다. 뿐만 아니라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이 한창인 송도․영종․청라지역도 수많은 이웃생명과 우리 부모님들이 기대어 살던 곳이었습니다.
  특히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져 먼우금이라고 불리던 송도갯벌은 숭어와 망둥어, 백합과 동죽, 칠게와 범게, 갯지렁이 등으로 생태보고이자 인천의 자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갯벌이 지금은 아스팔트의 도로와 콘크리트의 아파트로 마지막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얼마 전 마지막 송도갯벌마저 11공구라는 이름으로 매립이 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그 많던 이웃생명들은 화석이 되거나 송도를 떠나버렸습니다. 이곳 송도에서는 인간의 탐욕으로 마지막 코너까지 몰린 새들은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곳에 잊혀졌던, 어쩌면 잊고 싶었는지도 모르는 저어새가 돌아왔습니다.

  인천이 고향인 저어새가 돌아왔습니다.
 전 세계에 2,000마리밖에 남아있지 않아 멸종위기1급으로 천연기념물 205호로 지정․보호받고 있는 저어새는 우리이름과 Black-faced Spoonbill라는 영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걱처럼 생긴 검은 부리로 물을 휘휘 저으며 먹이를 잡는 녀석입니다. 그런 저어새가 송도갯벌 옆 남동유수지 인공섬에 4월 22일 처음 둥지를 튼 후 지금까지 13쌍이 둥지를 틀었고 8마리의 아기저어새가 태어났습니다. 일찍 태어난 녀석들은 벌써 송도갯벌까지 먹이를 찾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대만이나 홍콩 등에서 겨울을 나는 저어새는 그동안 한강하구와 강화도의 비무장지대나 무인도에 둥지를 틀었으나 인간의 간섭으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자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이 송도갯벌과 남동유수지입니다. 그러나 코를 찌르는 악취,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유수지, 자동차와 포크레인의 굉음, 밤에도 대낮같이 밝혀지는 조명, 이곳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저어새가 이렇게 환경이 열악한 도시 속의 남동유수지에 둥지를 튼 것은 우리아이들과 이웃생명을 위해 마지막 송도갯벌을 지켜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메시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전해져 이미 일본과 대만, 미국 등의 조류학자와 기자들이 찾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인천의 어른들이 대답할 차례입니다.

  우리아이들이 이웃생명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저어새와 송도갯벌은 우리 아이들과 이웃생명들의 미래입니다. 갯벌은 지구 면적의 0.3%에 불과하지만 같은 넓이의 농경지에 비해 100배, 숲의 10배에 달하는 생태적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갯벌은 수많은 이웃생명을 품고 있으며 우리가 버린 오염물질의 정화조이고 태풍이나 해일 때 방파제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먹는 숭어와 낙지, 동죽과 바지락, 낙지는 모두 갯벌에서 나는 갯것입니다. 
  지금 뜻있는 시민들로 구성된 인천저어새네트워크는 남동유수지에 저어새 홍보관을 마련하여 날마다 저어새와 송도갯벌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들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인간의 일방적인 폭력을 이웃생명들에게 속죄하는 심정으로 시민들에게 송도갯벌과 저어새보호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어른들이 나서야 합니다. 저어새와 송도갯벌로 상징되는 우리아이들과 이웃생명의 미래가 훼손되는 것을 더 이상 침묵으로 지켜봐서는 안 될 일입니다. 저어새와 송도갯벌을 사진으로만 남게 될 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입시공부와 컴퓨터게임에 매몰되어 있는 아이들에게 송도갯벌에서 저어새의 친구로 설 수 있는 기회를, 어쩌면 평생 마지막일지도 모를 저어새와의 눈맞춤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저어새와 마지막 갯벌을 지켜주세요’하는 울림으로 우리아이들은 이웃생명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 이 글은 2009년 7월호 인천교사신문에 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