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은 미래세대와 이웃생명의 삶이다

2009년 7월 21일 | 성명서/보도자료


                           갯벌은 미래세대와 이웃생명의 삶이다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얼마 전 유네스코에서 우리나라 조선왕릉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에 조선왕릉과 함께 세계유산으로 오른 곳들 중 갯벌로는 처음으로 독일과 네덜란드의 바덴해가 등재되었다는 것이다. 바덴갯벌은 우리나라 서해갯벌과 함께 세계 3대갯벌로 불리고 있으나 생물다양성과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가치 면에서는 서해갯벌보다 한수 아래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다. 이러면 우리나라 갯벌도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손색이 없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나라 습지보호지역 중 가장 넓고 국제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희귀철새가 도래·서식하며 지형·지질학적 가치가 우수하고 생물다양성이 뛰어난 장봉도 갯벌을 첫 번째 후보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장봉도 갯벌은 한강 수계의 석모수로가 실질적으로 바다와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하여 다른 습지보호구역에 비해 퇴적환경이 우수하고 해안선은 그 어느 지역보다 자연상태를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2005년 우리나라 습지보호지역 평가에서 해안선의 보전도, 퇴적상과 지형의 다양성, 퇴적물의 계절변화, 갯벌의 경사도와 폭 등 대부분 항목에서 순천갯벌, 보성갯벌 등 다른 습지보호지역에 비해 1.5~2배 이상 우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장봉도 갯벌 주변에서는 38종 이상의 조류가 확인되는데, 특히 서만도에는 멸종위기1급의 노랑부리백로가 500마리 이상, 환경부 특정종인 괭이갈매기가 1만여마리 이상 집단번식하고 있다. 이외에도 장봉도 갯벌 주변에서는 멸종위기1급의 저어새와 매, 멸종위기2급으로는 물수리 등 4종, 환경부 특정종인 가마우지와 중대백로가 집단 번식하고 있어 옹진군 내 특정도서 18개 중에서도 조류서식지 가치가 가장 큰 곳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의 먹이가 되는 저서생물도 풍부하여 대형저서동물만 213종이, 819개체/㎡이 넘게 서식하여 생물다양성이 매우 우수하다. 더구나 이 지역 모래갯벌은 꽃게 등 주요 수산자원의 산란장이고 범게, 백합 등 우리나라 고유의 해양생물의 서식지이다. 이뿐만 아니라 만도리, 새터, 후포, 긴곳어장 등 강화남단과 장봉갯벌은 주꾸미, 새우, 꽃게, 병어가 많이 잡혀 옛날부터 주민들의 삶터였던 곳이다.

그러나 국가경쟁력강화, 지역경제활성화라는 구호 앞에서는 세계적인 자연유산도 귀찮은 존재 정도로 취급하는 것이 우리나라 환경정책의 현주소이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음에도 국가경제를 위해 희소광물을 채취하겠다는 광업권자의 소송으로 장봉도 갯벌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어민들과 이웃생명의 진을 빼놓더니, 이번엔 습지보호지역이 아니라 상관없다는 듯 불과 1㎞ 떨어진 곳의 모래를 채취하겠다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한술 더 뜨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작년 람사르총회에서 전세계 습지전문가들에게 장봉도 습지보호지역을 람사르습지로 등록하겠다고 공표해 놓고 9개월이 지나도록 RIS(람사르정보기록지)조차 제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습지보호지역에 수십㎞의 방조제를 쌓아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인천시라고 나을 게 없다. 갯벌보호헌장을 선포해 놓고도 마지막 갯벌까지 매립하겠다고 나서고 습지보호지역 옆엔 갯벌훼손이 불가피한 대규모 조력발전소를 밀어붙이고, 2억㎡으로도 부족하다며 경제자유구역을 추가지정해 달라고 조르고 있다.

지금 인천의 마지막 갯벌이라는 송도갯벌에 나아가면 올해 남동유수지 인공섬에서 태어난 아기 저어새들의 힘찬 부리질을 볼 수 있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하루 두 번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는 장봉도 모래갯벌에 가면 비행연습 중인 어린 노랑부리백로들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세계자연보호연맹(IUCN) 적색목록의 멸종위기종인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인천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만의 행운일지도 모른다.

* 이 글은 2009년 7월 21일자 인천신문 환경칼럼에 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