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명품 미래도시, 인천을 꿈꾸며
강인숙(인천시 연수구 / 인천녹색연합 자원활동가)
‘2041’
지난 겨울 전 세계 동시 조사에서 확인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1급인 저어새의 숫자랍니다.
저어새의 멸종이 지금을 살아내는 일만으로도 버거운 나랑 무슨 상관인가, 멸종되는 동식물이 한 시간당 3종씩이라는데, 몇 십 년 안에 북극의 얼음이 다 녹으면 북극곰뿐만 아니라 인류의 존망도 위태로울 판국에….
혹시 이런 생각이 머리 속을 복잡하게 하지는 않으신지요. 하지만 저어새는 인천시민들에게는 좀 특별하답니다.1999년 번식지를 알아보기 위해 월동지인 대만과 홍콩에서 저어새 4마리를 잡아 인공위성 추적 장치를 달아 이동 경로를 추적하였더니, 우리나라 서해의 민통선이 번식지로 추정되었습니다. 또한 조사 결과 강화군 석도와 비도 등에서 집단번식이 확인되었습니다.
인천이 저어새들의 고향으로 밝혀지게 되었던 거죠. 이후 강화갯벌과 저어새 번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런 보호 노력으로 저어새들의 수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데, 개발의 열풍과 환경변화로 인해 기존의 저어새 번식지가 교란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아직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희귀한 저어새가 송도 갯벌에도 찾아옵니다. 올해에는 갯벌 옆 남동유수지에 있는 조그마한 인공섬에서 번식까지 했습니다.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남동유수지 물은 산단 등에서 들어온 하수로 썩는 냄새가 하도 지독해서 해마다 민원이 발생하는 곳입니다.
일본에서 저어새를 보기 위해 오신 분은 저어새가 번식하는 곳이라기에 자연 환경이 좋은 보호구역인 줄 알았다고 하시면서 열악한 환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시더군요. 어떤 전문가는 갈 곳이 없어 어쩔수 없이 찾아 온 ‘저어새 난민’이라고도 하시구요.
환경이슈가 유난히 많은 인천이지만 인천이 고향인 저어새만은 보호해야 겠기에, 여러 환경단체에서 모여 저어새 모니터링과 홍보 활동 등을 석 달 가까이 해오고 있습니다. 죽은 나무 몇 그루뿐 아무 것도 없는 섬에 둥지재료도 보내주고, 홍수와 녹조 발생 등 힘든 과정을 무사히 넘긴 6마리의 새끼들이 송도갯벌에서 휘휘 부리질을 하며 먹이를 찾는 모습도 기록에 남깁니다.
11공구라고 더 많이 불리는 송도갯벌은 송도국제도시와 시화산단 사이에 낀 인천 연안의 마지막 남은 갯벌입니다. 주변 갯벌은 다 매립되고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이곳은 아직도 어촌계 아주머니들 수 십 명이 매일 아침 해산물을 캐기 위해 나가시고, 주말에는 낚시꾼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그 사이사이에는 보호종인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등 수많은 새들이 찾아와 번식하고 먹이를 먹으며 사람과 더불어 살기 위해 애쓰는 곳입니다. 새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건 그 만큼 갯벌이 생명들로 풍족하다는 소리겠지요.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져 ‘먼우금’이라고 불리던 송도 갯벌은 백합, 모시조개, 꽃게, 동죽 등이 풍부해 지역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산이었을 뿐만 아니라, 계절 따라 오고가는 철새들의 중간 휴식터와 먹이창고 구실을 해주었습니다.철새 보호를 위한 국제기구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파트너쉽(EAAF)’의 사무국이 송도 신도시에 들어서는 것만 보더라도 세계에서 알아주는 으뜸 갯벌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인천시는 이런 송도 갯벌의 마지막 남은 자락까지 매립하려고 합니다. 미래도시를 비전으로 송도신도시에서 세계도시축전을 준비하고 있는 인천시에 묻고 싶습니다.
세계가 인정하고 부러워하는 갯벌과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 주변 관리와 이용만 잘해도 인천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태관광도시이자 21세기의 화두인 환경을 생각할 줄 아는 진정한 명품도시이자 미래도시로 탈바꿈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 이 글은 인천습지위원회와 인천신문이 공동으로 준비한 2009년 7월 23일자 인천신문 기획칼럼의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