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갯벌은 훌륭한 습지생태교육의 장
남선정 / 인천 도림고등학교 교사
1970년대 우리 가족은 여름철 물놀이를 작약도, 송도 등지에서 즐겼는데 해수욕도 하고, 바위에 붙어 있는 굴도 따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다 커서 어느 해 보니 송도해수욕장에서 물이 빠져야 들어갈 수 있었던 아암도가 도로 옆에 붙어 있었고, 송도갯벌에는 직사각형의 땅이 생기고 있었다. 습지와 물새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어 인천의 갯벌을 다시 찾았을 때에는 5·7공구 매립이 진행되고 있었고, 현재 인천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갯벌마저도 11공구라 부르며 매립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갯벌을 매립하기 위한 계획이 있어서 그랬는지 인천시교육청은 갯벌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학생들의 갯벌, 해양체험교육을 위한 시설을 영종도와 강화에 세웠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과 갯벌체험활동을 진행할 때 영종도나 강화 해양탐구수련원으로 가야했다. 영종도의 경우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섬에 내린 후 족히 1시간은 걸어야 갯벌체험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갯벌체험활동 1~2시간을 한 후 다시 걸어 나와 배를 타고 월미도로 와서 헤어졌다. 그러나 이렇게 어렵게라도 이용할 수 있었던 영종도 수련원은 해안도로가 만들어진 후 폐쇄되었다.
강화 해양탐구수련원은 가기가 더욱 힘들다. 4시간의 계발활동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려면 오고 가는데 시간을 다 써 버려 관광버스를 대절해야 한다. 그나마 학교 측에서 예산을 잡아줘야 가능한데, 만약 교장선생님이 이런 활동이 왜 필요하냐는 식의 인식을 지녔다면 버스 대여비(30만원) 예산을 못 받아 갯벌 체험은 계획도 못 세운다.
그런데 인천 육지 쪽의 마지막 갯벌인 송도갯벌(11공구 예정지)은 인천지하철 동막역에서 가깝다. 20~30분 걸어가면 탁 트여 마음까지 시원해지고, “뿅뿅” “쫑쫑” 아름다운 도요새 소리 듣고, 휘휘 부리 젓는 저어새의 모습을 보고,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살아 있는 갯벌을 만날 수 있다. 이 갯벌에서 먹이를 얻고 있는 저어새와 한국 재갈매기의 번식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탐조지점은 더욱 가까워서 동막역 출구에서 천천히 10분만 걸으면 된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새끼 키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쉽고 저렴하게 언제나 들릴 수 있는 습지생태교육장인 셈이다.
나는 일본, 대만, 홍콩, 중국, 러시아의 습지 공원 또는 습지센터 몇 군데를 가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도심지에서 가깝게 습지와 물새에 대한 체험교육을 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았다. 홍콩의 Wetland park와 대만의 관두자연공원 정도가 도시에 접해 있었다. 그러나 그 어느 곳도 저어새와 같은 전 세계적 멸종위기종의 번식모습을 자세하게 볼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저어새의 번식이 확인된 후 번식과정을 살필 수 있는 이 곳에서 송도갯벌 매립을 재고하고, 저어새 보호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는 농성과 함께 저어새를 알리고 교육하기 위한 홍보관도 운영하고 있다. 달랑 천막 하나와 저어새 사진 몇 점뿐이지만 운영을 시작한 지난 6월4일 이후로 7월27일까지 1천40여명이 다녀갔다. 남동유수지의 악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은 엄마 저어새에게 먹이 받아먹는 새끼의 모습을 보며 신기해 했고,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더 즐거워하며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송도갯벌에는 재미나고 신기한 자연생태가 저어새 하나뿐이 아니다. 저어새처럼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갈매기를 비롯하여 검은머리물떼새, 쇠제비갈매기, 흰물떼새도 송도에서 번식하고 있고, 봄 가을로 들려 제각각 다양한 부리와 먹이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도요물떼새류, 열심히 뻘 흙 먹느라 정신없는 칠게, 길게, 민꽃게, 옴조개치레, 가무락, 갯지렁이 등 아주 신기하고, 함께 해서 행복한 저서생물들을 무궁무진하게 만날 수 있다.
저어새 모니터링, 아이들과 시민대상의 체험교육을 진행하며 저어새와 갯벌 생물들을 보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보다 더 즐거워하는 어른들을 보며 이 즐거움을 위해 이 갯벌이 좀 남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현재 어른세대야 이 갯벌을 매립하여 건물 지을 땅으로 이용하는 것밖에 모르지만 미래세대가 더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남은 이 갯벌만큼은 매립하지 말고 남겨야 하지 않을까?
* 이 글은 2009년 7월 30일자 인천신문 기획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