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와 송도갯벌, 생태관광 충분하다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내일부터 인천에서는 ‘80일간의 미래도시이야기’란 캐치프레이즈로 세계도시축전이 열린다. ‘국민 여동생’ 소녀시대가 연일 ‘가보자, 미래도시’를 외치며 사람들을 행사장으로 이끌고 있다. 하지만 송도국제도시 마천루들에서 1980년대 유행했던 일본 만화영화 ‘미래소년 코난’의 기계산업도시, 인더스트리아의 상징인 ‘삼각탑’이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인천세계도시축전을 찾는 이들은 인천대교와 아파트, 오피스빌딩 숲의 송도경제자유구역 개발현장을 보게 될 것이다. 또한 ‘먼우금’이라 불리며 드넓었던 송도갯벌 마지막 자투리땅의 수많은 생명들도 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위압적인 인공구조물, 내몰리고 있는 저어새와 마지막 갯벌을 바라보며 우리 아이들과 이웃 생명들의 미래를 생각할 것이다. 재선전략이다, 입장권 강매다, 날림공사다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행사지만 사람들이 인천을 다시 찾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이웃 생명들과 함께 하는 것이 결국 인간을 위함이라는 생각에서, 마지막 송도갯벌의 매립을 통한 개발보다는 생태관광자원화를 제안한다.
다소 생소할 수 있겠으나 생태관광은 유엔에서 2002년을 세계생태관광의 해로 지정했었을 만큼 이미 전세계가 주목하는 관광형태이다.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긴 어렵지만 한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전제로 그 지역의 전통문화와 자연에 대한 관찰과 이해, 교육과 해설이 포함된 관광을 일컫는다. 이런 생태관광은 지역사회에 대안적인 고용과 수입기회를 제공하며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의 자연 및 문화유산의 보전인식 또한 높이게 된다.
녹색성장을 제일의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에서는 이미 생태관광을 경쟁하듯 쏟아내고 있다. 강원도와 경기도는 서해안갯벌과 함께 우리나라 주요 생태축인 비무장지대를 대상으로 DMZ생태관광 프로그램과 평화생명지대 관광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람사르총회를 계기로 경상남도는 우포늪과 순천만습지생태관광을, 환경부·문화관광부·산림청에서는 경쟁적으로 트레일(걷는길)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획재정부까지도 ‘신성장동력 종합추진계획’에서 생태관광지조성과 생태관광인증제도입 등 생태관광을 들고 나왔다.
외국에서는 조류와 관련된 생태관광사례를 흔하게 찾을 수 있다. 두루미가 월동하는 일본 규슈의 이즈미시에는 매년 5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홍콩과 대만에도 저어새를 보기 위해 매년 전세계에서 수십만명이 몰려든다. 특히 홍콩의 마이포 보호지역과 대만 타이난시의 쳉원습지는 정부가 나서 저어새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하고 생태관광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의 송도갯벌과 남동유수지는 생태관광지로서 이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송도갯벌에서는 4월부터 10월까지 전세계 저어새의 5%인 100여 마리가 늘 관찰되고, 봄가을이면 수만마리의 도요물떼새의 군무를 볼 수 있다. 또한 남동유수지에서는 불과 200여m 거리에서 기본탐조장비만으로 저어새 성장의 전과정을 볼 수 있다.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이고 번식지 주변에 이미 숲이 있어 별도 시설없이 탐조가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지난 4월 저어새번식이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국내외 조류와 습지전문가를 포함하여 수천명이 송도갯벌과 남동유수지를 다녀갔다. 방학인 요즘은 매일 100여명의 학생들이 환경생태현장학습을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강화도와 한강하구, 대이작도와 덕적군도, 대청도와 백령도 등 인천앞바다의 천혜자연과 연계한 역사문화생태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인천은 세계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생태문화관광지가 될 것이다.
얼마 전 독일과 네덜란드의 바덴해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이제라도 인천시가 소중한 자연유산인 갯벌과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여 차가운 기계와 콘크리트가 숲을 이루는 것이 아닌, 미래세대와 이웃생명이 함께 어우러지는 곳에서 인천의 미래를 찾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 이 글은 2009년 8월 6일자 인천신문 기획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