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도시’ 얼룩덜룩

2009년 9월 30일 | 성명서/보도자료

                     ‘녹색도시’ 얼룩덜룩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지난주 인천시는 기습적으로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인천의 진산(鎭山)인 계양산에 골프장을 짓기 위한 도시계획시설결정안을 통과시켰다. 거수기와 허수아비, 일사천리. 이날 회의진행상황을 전하는 말들이다. 또 하루 전에는 2025도시기본계획시민공청회를 갖고 녹색, 문화, 활력도시라는 ‘거창한’ 비전을 제시했다. 골자는 인천의 모든 지역을 빠짐없이 개발하여 인구 400만 명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도시계획은 ‘공공복리의 증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도시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설계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천시의 도시기본계획이 정말로 수십 년 후 바람직한 인천의 미래모습을 그리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시민 허파’ 계양산에 웬 골프장
공장이 떠나간 자리와 재개발지역에는 예외 없이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점령해버린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도로공사로 산줄기를 잘라낸 지 10여년 만에 수백억 원의 시민혈세를 들여 다시 녹지축을 연결하고 생태통로를 만드는 게 현재의 인천이다. 또 외자유치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의 부동산투기를 부추기고 구도심지역을 재개발한다며 쥐꼬리만한 보상금으로 원주민을 내몰고 있다. 인구 400만의 녹색도시 운운하면서 핵심녹지축인 한남정맥에 관통도로를 만들겠다는 것이 인천시의 도시계획인 것이다.

현재 인천시의 골프장은 영종도 스카이72를 비롯해 총116홀로 광역시 중 제일 많다. 그런데 강화군 인화리, 옹진군 굴업도, 청라지구,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등에서 추가로 150홀이 넘는 골프장이 추진 중이다. 녹지가 절대 부족한 인천에서 시민들의 유일한 산소통이며 휴식처인 계양산에까지 골프장을 건설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또 이들 대부분은 정확한 조사와 평가에 의해 진행되기보다는 개발사업자의 제안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하고 도시계획시설이 결정된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의로 훼손한 곳을 제대로 복원하도록 관리 감독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빌미로 훼손지역은 골프장으로 개발하여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등 인천시는 스스로 사회정의와 법질서를 부정하고 있다. 이런 무계획과 무원칙의 정책은 난개발의 도미노현상만 유발시키고 땅 투기만을 조장한다. 또한 개발이익은 일부의 특정 개발업자가 챙기고 환경파괴 등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게 된다.

‘2025 도시계획’은 결국 허구
국토해양부에서 밝힌 2025도시기본계획의 방향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도시 공간적 적응역량을 강화하고 저탄소 녹색도시를 위한 기반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세계9위의 온실가스배출국으로 2013년부터 의무감축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각 지자체들도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온실가스감축을 통한 종합적인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세계기후변화협약에 따라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압력이 거세지면서 산림을 활용한 탄소배출권이 인정받고 있다.

이제 도시에 숲을 조성하면 탄소배출권을 얻고, 반대로 골프장을 만드는 등 산림을 개발하면 탄소배출권을 잃게 된다. 이미 발빠른 지자체에서는 숲 가꾸기와 도시녹화사업을 조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루 평균 1만 명이 찾고 산림이 우수한 계양산에 골프장을 조성하는 것은 인천시민의 공공복리와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대응전략에 역행하는 것이다.

골프장을 통한 세수확대와 고용창출보다는 보전을 통한 환경가치가 훨씬 크다는 것을 인천시민들은 잘 알고 있다. 숲이 울창하여 수주(樹州)라 불리웠던 계양산. 그 옛 명성을 되찾고 이웃생명과 미래세대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인천을 만들기 위해 시민들은 또 다시 행동에 나설 것이다.

* 2009년 9월 30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