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무리수’

2009년 11월 2일 | 성명서/보도자료

롯데의 ‘무리수’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며칠 전 필자를 비롯한 계양산인천시민위원회 관계자들이 명예훼손혐의로 고소당했다는 뉴스가 지역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다. 롯데건설에서 ‘계양산골프장사업과 관련해 입목축적조사서를 조작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 배포 등 허위사실주장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검찰에 고소한 것이다. 으름장인지 허센지 오판인지 롯데의 의도를 알 순 없지만 이는 ‘방귀 뀐 놈이 성 내는’ 격으로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롯데에서는 시민위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하지만 입목축적 표준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현장을 조사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산과 나무가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나무지름과 높이만 측정해서 산림청 입목축적 매뉴얼에 따라 합산만 하면 된다. 경사도와 허용오차에 대해서도 삼각비와 통계 등 기초적인 수학실력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롯데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복잡하고 어려워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닌 것이다. 나무수종도 참나무와 소나무류 정도만 구분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런데도 롯데는 정당관계자들까지 함께 한 계양산 현장에서 본인들이 조사한 표준지임에도 ‘기억이 안 난다’, ‘산이 변했다’, ‘끈이 틀려졌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나무 숫자를 세어보자는 제안을 끝내 거절했다. 

 ‘계양산시민위’ 고소 소도 웃을일

 형법 제307조에 의하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 생소하지만 같은 형법 제137조에는 위계로써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도 명시하고 있다. 명예훼손이든 공무집행방해든 모든 것은 사실에 근거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공익을 목적으로 사실을 알렸을 때에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지 허위문서 등으로 사업인허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경우 공무집행방해죄를 어떻게 적용하는 지 이제 사법부가 판단할 것이다.

 골프장추진지역의 산림을 불법으로 훼손하여 계양구로부터 고발당해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고 외지인으로서 신격호 회장이 골프장예정토지의 소유주인 것도 사실이다. 굳이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외지인으로서 농지를 소유해서는 안 된다는 농지법 규정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부동산투기의혹은 삼척동자라도 제기할 문제이다.물론 수백 명의 직원을 동원하여 첩보영화에서처럼 열차객실통로에서까지 수억 원의 뇌물을 뿌리는 롯데건설입장에서야 이런 것들은 불법 축에도 끼지 못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골프장 철회 마땅

  이미 4년여 동안이나 진행되어 온 계양산 롯데 골프장과 테마파크 건설계획의 실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지역개발이라며 주민들을 현혹했던 대규모테마파크는 그 그림자도 찾을 수 없고 주민들의 의혹과 비난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했던 근린공원도 자취를 감춰버린 지 오래다. 골프장만 남은 것이다. 그것도 27홀로 추진되던 것이 관계기관협의를 거치면서 12홀만 남았다. 그동안 롯데는 사전환경성검토서 등을 통해 스스로 18홀 미만은 세수증대효과도,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도, 경영성도 없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그런데도 12홀 골프장이라도 강행하겠다는 롯데의 태도는 구차할 뿐 아니라 또 한 번 시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친환경, 사회공헌, 10대기업의 책임 있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계양산! 김포평야에 우뚝 솟아 늘 그 자리에서 사람뿐 아니라 뭇생명들을 어머니 품으로 감싸는 이름. 이제 계양산 골프장 입목축적허위조작과 관련한 명예훼손이냐 공무집행방해냐는 재판부에서 판단하겠지만 그동안 시민들로부터 받은 혜택을 생각한다면 롯데는 지금이라도 신격호 회장 소유지에서의 골프장계획을 철회하고 인천시민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생태문화역사공간으로 계획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진정한 친환경, 사회공헌기업의 면모이며 시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기업인 것이다.

* 이 글은 2009년 11월 2일자 경향신문 미추홀칼럼에 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