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정맥, 지도에서 지워도 될 이름인가?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한남정맥!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우리의 전통적인 산자분수(山自分水)개념에 의해 한강 남쪽에 위치한 산줄기.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속리산에서 갈라진 2차 산줄기가 안성 칠장산에서 금북정맥과 다시 나뉘어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수도권 서남부지역의 문화역사의 중심지였고 핵심 생태·녹지축인 그 이름. 그런 한남정맥이 인천을 지난다.
과거에는 인천과 부평, 김포의 민초들뿐 아니라 뭇생명을 두루 품어 역사와 생명의 터전이었는데 지금은 온통 아파트와 공장 따위에 포위되고 수많은 도로건설과 택지개발로 허리가 파헤쳐지고 잘려나갔다. 가현산을 시작으로 계양산·철마산·원적산·만월산으로 이어지는 한남정맥 인천구간은 마루금(능선)만 희미하게 남아 ‘S자 녹지축’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인천 유일의 자연녹지축이라 추켜세워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먹잇감만을 호시탐탐 노리는 토건세력들에게는 개발의 ‘삽질’장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인천시가 검단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이라며 왕복4차선의 ‘검단~장수’간 민자 도로를 소리 소문 없이 계획하더니 급기야 주민 없는 주민설명회를 강행하고 있다. 총연장 20.7km의 이 도로는 한남정맥을 17개의 교량과 8개의 터널로 난도질하는 것으로, 그동안 인천 유일이라며 한껏 추켜세웠던 S자 녹지축을 아예 지도에서 지워버리려 하고 있다.
만신창이가 된 한남정맥, 하천과 지하수마저 오염
한남정맥은 이미 각종개발로 훼손이 심각하고 수많은 도로로 단절돼있다. 인천녹색연합의 실태조사에서 의하면 30km남짓인 인천구간은 30여개의 크고 작은 도로에 의해 1km마다 잘려있다. 인천공항고속도로·제1경인고속도로·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공항철도와 경인전철, 만월산터널과 원적산터널 등으로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인천시도 계양구와 서구를 잇는 경명로의 징맹이고개에는 생태통로를 만들고 원적산길의 새사미고개에도 녹지축 연결을 계획하고 있다.
S자 녹지축에 도로가 건설되면 녹지축 단절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 등에 의한 오염물질은 한남정맥에서 발원한 수많은 하천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것이다. 굴포천·청천천·계산천·나진포천 등은 한강을 통해 서해로 흘러들고, 장수천·공촌천·심곡천·검단천 등은 서해바다로 바로 흘러들고 있다.
한남정맥 마루금을 모두 밀어버리고 만들어진 도로는 하천 오염을 유발시킬 것이고 인천지역의 하천과 지하수뿐 아니라 한강, 인천앞바다까지 오염시킬 것이다. 또한 수많은 터널은 지하수 흐름의 단절을 가져와 하천상류의 건천을 가속화시킬 것이고 지하수 단절과 오염으로 수많은 인천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한남정맥 곳곳의 약수터는 대부분 폐쇄해야 될 것이다.
생태통로 조성한 징맹이고개의 붉은 황톳물을 보라
인천시는 도로건설을 적자보전 없는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검단~장수’간 도로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환경권, 생존권의 문제이다.
드넓은 갯벌은 대부분 매립돼버렸고 문학산·청량산도 간신히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계양산을 중심으로 한 한남정맥은 인천시민들의 유일한 숨통으로 일부 토건세력의 ‘삽질’장으로 만들기에는 인천의 자연환경이 너무나 절박하다. 얼마 전 개통한 인천대교를 비롯해 현재 추진 중인 제1경인고속도로 직선화, 제3경인고속도로, 인천지하철2호선과 제2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계획을 감안하면 ‘검단~장수’간 도로가 꼭 필요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교통량 해결을 위해 단순히 도로를 신설하겠다는 것은 인천 교통정책의 후진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정확한 조사를 통한 교통량 평가와 자가용 통행 억제와 대중교통우선이 앞으로의 교통정책이어야 함은 누구나 알고 있다.
자연은 한번 훼손되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원상복구가 어렵다. 우리나라 전역에는 도로 중복투자로 인해 버려진 도로가 널려 있고 잘라버린 지 채 십수년이 지나기도 전에 생태통로를 조성하겠다며 수백억원의 국민혈세를 퍼부은 징맹이고개에서는 지금도 붉은 황톳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이제라도 우리아이들에게 뻥뻥 뚫린 아스팔트도로가 아니라 자연숲을 물려주는 것이 진정한‘녹색’성장이고 이웃생명과 더불어 사는 곳이 ‘명품’도시라는 사실을 인천시가 깨닫길 진심으로 바란다.
* 이 글은 2009년 11월 3일자 부평신문 부평칼럼의 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