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 골프장 논란, 롯데는 답할 때가 됐다
이장수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참으로 모질다. 무슨 악연이 있어 인천의 시민사회계는 롯데건설과 기나긴 싸움을 벌여야 하는가?
계양산 개발만 놓고 보면 벌써 십수년이 지났고, 롯데건설과의 본격적인 싸움도 수년째다. 굴지의 대기업을 상대로 시민단체도 이젠 심신이 지칠 법한데 오히려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형국이 됐다.
포기할 수 없기에 계속 계양산을 지키기 위한 고독한 길을 가지만 시민단체들은 내심 많이 지쳐있어 시민운동 지도자들을 고민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근 롯데가 고맙게도(?) 이런 고민을 덜어 줄 전의를 불태우는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계양산 골프장 관련 입목축적조사서를 허위로 작성하여 인천시민의 비난을 자초하고, 신문 광고에는 허심탄회하게 대화 한번 하자면서 오히려 시민단체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선전하며 결국 시민단체 간부들을 고소했다. 앞과 뒤가 다른 대기업의 이 같은 자세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입목축적 조사의 허위 여부에 대해 공동조사를 통해 사실을 밝히자는 시민단체의 제안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시민단체를 고소하는 롯데의 행태는 인천은 물론 전국에서도 전례가 없을 법하다. 최근 정당과 함께 꾸린 진상조사단에서 알 수 있듯이 계양산 논란은 이미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울고 싶은데 뺨맞은 격’으로 시민단체들은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롯데 골프장의 숨통을 끊어놓기 위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대화 대신 법적 대응을 택한 롯데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행동으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고소로 인천시민운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너무 큰 오판이며, 인천 시민운동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롯데건설은 우리 사회에서 막대한 금력을 동원하고, 권력을 움직일 수 있는 집단이다. 그것은 이미 서울의 제2롯데월드 허용에서 그 힘이 입증되었다. 계양산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서도 인천시 공무원, 군부대, 도시계획위원회 등을 가볍게 제쳤다. 예서 그치지 않았다. 입목축적조사 허위조작의혹이 제기된 후에도 방송국 취재를 무력화시킬 정도로 막강한 힘을 과시하였다. 롯데측은 늘 법적 테두리 내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하지만 수백명의 직원을 동원해 열차객실통로에서 수억원의 뇌물을 건넸던 일에 대해선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할까? 이는 엄연하게 최근 부산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인천시민에게 했던 약속도 가차하게 배반했다. 롯데는 골프장과 근린공원을 묶어 세계적인 관광지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12홀 골프장과 근린공원이 이에 합당한지 롯데는 반듯이 답을 해야 한다.
한가지 더. 제발 지역을 위한다는 말은 더 이상 하지 말기를 바란다. 골프장 때문에 지역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졌는지는 골프장이 많은 경기도와 강원도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거짓이요, 과장인지 금세 알 수 있다. 진정 지역을 위한다면 인천의 최고 명산인 계양산에 골프장을 추진하기보다 시민자연공원을 조성해 대다수 인천시민들의 쉼터로 조성하는 게 타당할 법하다. 또 기업의 사회적 환원이나 브랜드가치 상승에도 일조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인천의 시민단체들은 사태를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처리하기를 원하고 있다. 아직도 파국을 면할 수 있는 길은 열려있고 시간도 충분하다. 입목축적에 대한 공동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면 그것으로 계양산 문제는 정리할 수 있다.
공동조사를 통해 시민단체의 주장이 허위이면 시민단체가 그 책임을 지고 스스로 계양산 관련 반대 활동을 일체 중지하고 단체를 해산할 것이며, 만약 롯데가 허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롯데는 골프장 건설을 멈추고 골프장 부지를 시민공원으로 인천시에 기부할 것을 제안하면 된다. 불필요한 싸움이나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한 롯데의 진지하고 성실한 성찰을 기대한다.
* 이 글은 2009년 11월 10일자 인천신문 환경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