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인천’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인천이 도로 하나 때문에 시끄럽다. 바로 검단~장수간 민자도로 때문이다. 일찍부터 전문가와 지역의 환경단체에서는 도로예정지가 인천의 핵심녹지로 대규모 환경파괴가 불가피하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가운데 지난달 인천시 건설교통국의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수많은 문제점이 제기되었다는 후문이다. 또한 이번 주 인천광역시의회 예산결산특별심의위원회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루어질 예정이고 도로예정지 주변의 주민들은 재산권과 환경권문제로 대규모 집단행동을 준비하는 등 검단장수간도로가 올겨울 인천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검단~장수 민자도로 절박성 없어
개인의 재산권과 환경권문제를 넘어 인천의 중장기도시계획, ‘하나뿐인 지구’를 위해서라도 이 도로는 사회적인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도로예정지인 S자녹지는 인천시민들의 유일한 숨통일 뿐 아니라 세계인 모두의 생존을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너무나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이 도로의 목적으로 ‘인천시 남북지역을 연계하는 내부간선 도로 확충으로 접근기능 제공 및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상시지체를 보이고 있는 서울외곽순환도로, 무네미길의 교통수요 분담으로 간선기능 제고 및 혼잡구간의 개선’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 개통한 인천대교를 비롯하여 현재 추진 중인 제1경인고속도로직선화, 제3경인고속도로, 인천지하철2호선와 제2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계획을 감안하면 이 도로가 꼭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새도로가 교통량해소에 별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점이다. 도로가 만들어지면 처음에는 잠시 속도와 소요시간 개선효과를 보겠지만 곧 사라지고 교통혼잡은 되풀이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대도시의 교통문제는 단순히 도로를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음은 수없이 확인하였다. 단지 새 도로는 잠재수요의 자동차들을 더 많이 더 빨리 도로로 끌어들이는 효과만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도로개설 때문에 녹지훼손 어불성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도심에서 자동차억제정책을 펴고 있다. 도시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보행자, 자전거, 철도 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교통선진국이라는 네덜란드 그로닝엔시의 경우에는 도심을 몇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자동차가 한 구역에서 다른 구역으로 직접 통과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즉 보행자와 자전거 등은 도심의 구역에 관계없이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지만 자동차로 다른 구역으로 가려면 순환도로를 이용해서 한참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도심은 ‘카프리존(자동차금지구역)’으로 지정하여 도심에서의 자동차통행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는 에너지위기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최우선 국정지표를 삼고 있다. 석유시대의 종말은 시기가 문제일 뿐 불 보듯 뻔한 일인 것이다. 지구적인 기후변화문제와 지역적인 도시환경문제의 중심에는 언제나 자동차가 있다. 인천시도 얼마 전까지는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의욕적으로(?) 도심에서 자동차를 억제하고 친환경교통수단인 자전거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폈었다. 자동차교통수요를 줄이는 지혜는 내팽개치고 도로 공급을 늘리는 것으로 교통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근시안적이고 후진적인 교통정책임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음이다.
지금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가 열리고 있다. 세계 105개국 정상과 192개국 대표가 참여하여 전세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절반수준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자동차통행억제와 탄소흡수원확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이다.
* 이 글은 2009년 12월 8일자 경향신문 미추홀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