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와 웰컴

2009년 12월 31일 | 성명서/보도자료


                                       아듀와 웰컴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아듀(adieu)와 웰컴(welcome). 외래어지만 연말연시(年末年始)면 자주 듣고 또 즐겨 쓰게 되는 말이다. 유독 충격적인 사건과 사고가 많았던 2009년이라 ‘아듀’는 아쉬움보다 후련함으로, ‘웰컴’은 환영보다는 걱정의 인사로 들린다.

  2009년, ‘여신’이라 불리는 국민여동생 ‘소녀시대’의 “지금 이 순간 세상은 너의 것, 드림카를 타고 달려 봐, 마음 속에 있는 작은 꿈을 말해 봐”라는 노랫말과 춤에 열광하며 많은 이들이 팍팍한 세상살이에 정말로 소원이 이루어질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지만 현실은 한숨과 답답함, 눈물이었다.

  덕담을 나누며 모두 즐거워야 할 설날을 앞두고, 용산에서 참사가 발생하여 온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대통령의 서거와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으로 온 나라가 눈물바다에 잠긴 사이에 미디어법, 세종시, 4대강사업, 신종플루 등 대형 이슈들이 줄줄이 대한민국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이들 모두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생존권을 요구하며 망루에 올랐던 용산철거민들이 시커먼 주검이 된 지 1년, 현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덮어두기 급급하고 ‘공안’이라는 단어를 부활시켜 활개치게 만들고 있다. 많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법절차를 무시한 채 미디어법, 세종시계획수정, 4대강사업 등을 졸속으로 강행했다. 2008년 시민들의 촛불에 이른바 ‘명박산성’으로 대답하는 식의 소통 부재는 2009년에도 여전히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였다.

  
  소통 부재 올해도 우리사회 관통

  인천은 어땠을까? 구도심에서는 뉴타운을 건설한다며 강제철거가 시작되었고,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송도, 청라, 영종에서는 여전히 아파트만 올라가고 있는데 마지막 갯벌마저 매립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자화자찬의 도시축전성공 스토리 뒤에는 신종플루로 내몰린 아이들과 마지못해 표를 구입하고 후원금을 낸 기업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그뿐이 아니다. 입목축적 허위조작에도 행정절차를 강행하고 있는 계양산 골프장, 홍수논란과 생존권문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추진되는 강화조력발전소, 유일한 자연녹지를 어묵고치꿰듯 뚫어버리겠다는 검단~장수간 4차선도로 등 인천시는 온통 반환경·반생태적 정책으로 시민들과 이웃생명들의 삶터를 위협하고 있다. 경인운하, 도시재생사업,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등 각종 대형사업이 인천의 희망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일부 토건족을 배불리는 ‘삽질’사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인천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계획을 추진함에 있어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는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천에도 막힘이 2009년을 통틀어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이다.

  내년엔 모두 함께하는 세상 되길

  자연을 거스르고 소통을 거부하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생명과 평화, 다양성 존중과 생태계 순환에 바탕을 둔 사회만이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이는 지구와 생태계,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고 숲과 나무, 하늘과 바다, 물과 갯벌 모두 우주에 깃든 존재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더불어 시민참여와 녹색자치를 통해 자연과 인간, 사회적 약자와 미래세대를 함께하는 세상이 진정한 녹색세상인 것이다.

  ‘오르고 또 올라가면 / 모두들 얘기하는 것처럼 / 정말 행복한 세상이 /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 나는 갈 곳이 없었네 / 그래서 오르고 또 올랐네 / 어둠을 죽이던 불빛 / 자꾸만 나를 오르게 했네’
 이는 2010년을 며칠 앞둔 요즘 발표되자마자 각종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노래로 노랫말이 슬픈 2009년을 이야기하고 있다. 2010년에는 정말로 평범한 사람들이 ‘소원’하는 행복한 세상, 기쁨과 웃음, 소통하는 인천과 대한민국을 기대하며 힘차게 외쳐본다, 아듀 2009, 웰컴 2010!

* 이 글은 2009년 12월 30일자 경향신문 미추홀칼럼에 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