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좋은 후보란?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지방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중앙, 지역 할 것 없이 언론사들은 연일 ‘누가 출마한다’, ‘지지율이 어떻다’, ‘후보단일화가 막바지다’ 등 앞 다퉈 선거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한 정당이 독식하면서 부패와 독선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민선4기 출범 때부터 기대하기 어려웠다. 결국 전국적으로 각종 비리와 부정으로 중도하차한 기초단체장이 20%에 육박했고, 인천에서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본인뿐 아니라 친인척 비리에 대한 뉴스가 끊이질 않았다. 이번 6.2지방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중앙은 ‘5+4’회의에서, 인천에선 지방선거연대를 중심으로 범야권후보단일화 논의가 진행 중이란 소식도 들린다. 야권의 맏형을 자처하는 민주당은 MB 중간평가와 한나라당 심판을 명분으로 일찍부터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 제주도에선 성희롱 전력이 있는 인사의 입당문제로, 인천에선 인천시장 후보 ‘전략공천’문제를 놓고 민주당 안팎에서 단일후보 자질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물론 당선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하진 못한다하더라도 주민(=유권자)이 인정할 수 있는 절차를 거쳐 ‘좋은 후보’ 적어도 ‘괜찮은 후보’를 단일후보로 선정해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정당마다 각자의 기준을 가지고 있겠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민에게 ‘좋은 후보’는 어떤 후보를 의미하는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우선 좋은 후보란 다양한 방식으로 주민들이 주체로 참여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는 후보여야 할 것이다. 즉 주민들을 대상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고 여성, 장애인, 청소년과 같이 의사결정에 소외됐던 사람들이 참여하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어야한다. 특히 민선 5기에서 좋은 후보의 자질로 민주적인 소통능력은 필수다. 그동안 지자체장의 독선과 전횡으로 수많은 갈등이 야기됐고 일방적인 의사결정으로 인해 수많은 예산이 낭비돼왔음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또한 좋은 후보는 주민의 ‘삶의 질’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개발지상주의, 시장지상주의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저해시켰던 것이 현실이다. 좋은 후보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주민의 입장에서 당당하게 이에 맞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계획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부평구에서 출마하는 후보의 경우에는 부평의 랜드마크가 될 굴포천과 부평미군기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하며 지역의 최대 환경현안인 계양산롯데골프장, 한남정맥 S자녹지축 훼손 민자도로나 대안 없이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 등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할 것이다.
지방의원의 경우에는 ‘주민의 대리인’으로 주민과 함께하려는 것을, 지자체장은 주민참여를 보장하고 지방행정을 혁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해야한다. 특히 주민참여를 보장하는 각종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고 그동안 한국의 지방자치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병폐를 극복할 수 있는 인사혁신, 예산혁신 방안을 찾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좋은 후보’의 조건으로 민주주의의 기여도, 직무수행 능력도 생각할 수 있겠으나 최소한의 기준으로 도덕성 등 대표자로서의 결격사유가 없어야함은 당연하다. 부패행위로 처벌받거나 민주주의에 반하는 전력이 있는 사람, 성폭력 등 반인권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빚은 사람 등은 결코 좋은 후보가 아닐 것이다. 살아온 삶의 궤적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선거당시의 말만 믿고 좋은 후보라고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여느 때와 달리 인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처음 마음을 잃지 않으면서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주민의’ 시민후보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적극적이다. 이미 제시한 ‘민주주의 정상화와 지방자치 혁신’, ‘소수 특권층, 기득권층만을 위한 사회에서 국민 다수가 행복한 사회로’, ‘토건사업 경제에서 사람중심 경제로’라는 3가지 정책방향은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 인천에서 특히 부평에서는 무엇보다도 지역의 의제들을 충분히 발굴한 후보가 진정한 의미의 ‘좋은 후보’인 것이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년 농사는 좋은 종자의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어느 농부의 말처럼 인천, 부평의 살림살이는 ‘좋은 후보’, ‘괜찮은 후보’의 선출에서 시작됨을 이미 많은 학습을 통해 주민들은 익히 알고 있음이다.
* 이 글은 2010년 3월 16일자 부평신문의 부평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