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선택과 계양산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이제 곧 청명(淸明)이다. 24절기 중 청명이 되면 농촌에서는 두엄을 내고 밭을 가는 등 본격적인 농사준비가 한창이다. 특히 농부들은 일년 농사를 좌우하게 될 종사선택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데 논농사의 볍씨고르기에서는 알맞은 농도의 소금물에 볍씨를 담가 물에 뜨는 쭉정이볍씨는 버리고 가라앉는 알찬 볍씨만을 선택한다.
6월2일은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다. 앞으로 우리 인천의 4년 농사에 쓸 종자를 선택하는 날인 것이다. 겉보기에 그럴듯하더라도 쭉정이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외양간의 바닥깔개용으로만 쓰셨던 아버지처럼 나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알찬 후보’와 ‘쭉정이 후보’를 가려낼 참이다.
우선, 나에게 ‘좋은 후보’는 인천시민의 ‘삶의 질’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그 동안 선택받았다는 많은 사람들은 개발지상주의, 시장지상주의를 맹신하며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저해시켰다. 특히 인천에서는 경제자유구역, 도시재생, 경인운하 그리고 계양산골프장이 인천의 성장과 미래라며 ‘명품도시’ 인천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갯벌을 메우고 땅을 파헤치고 멀쩡한 건물을 부수면서 아파트를 짓고 운하를 건설하고 숲을 파괴해 골프장을 짓겠단다. 이들은 나에겐 결코 ‘좋은 후보’가 아닌 ‘쭉정이후보’인 것이다.
특히 이번 민선5기 지방선거에서 좋은 후보의 기본 자질은 민주적인 소통능력이다. 그 동안 지자체장의 독선과 전횡으로 수많은 갈등이 야기됐고 일방적인 의사결정으로 인해 수많은 예산이 낭비됐다. 다양한 방식으로 주민들이 주체로 참여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즉 주민들을 대상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주체로, 또한 그 동안 의사결정에 소외됐던 여성, 청소년들도 참여시킬 수 있는 후보가 나에게 ‘좋은 후보’이다.
또한 ‘좋은 후보’는 민주주의의 기여도, 직무수행 능력도 갖추어야 하겠으나 최소한의 기준으로 도덕성 등 대표자로서의 결격사유도 없어야한다. 부패행위로 처벌받거나 민주주의에 반하는 전력이 있는 사람, 성폭력 등 반인권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빚은 사람 등은 결코 좋은 후보가 아니다. 나는 선거당시의 뻔지르르한 말을 믿을 만큼 어리석지 않다.
여느 때와 달리 인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으면서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주민의’ 시민후보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소식이다. 나도 ‘민주주의 정상화와 지방자치 혁신’, ‘소수 특권층, 기득권층만을 위한 사회에서 국민 다수가 행복한 사회로’, ‘토건사업 경제에서 사람중심 경제로’라는 3가지 정책방향에는 동의하지만 무엇보다 인천만의 의제들을 발굴하고 실천할 후보, 특히 계양산을 지켜줄 후보가 내겐 진짜 ‘알차고’ 좋은 후보이다.
인천시민의 80%이상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5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는 계양산롯데골프장, 입목축적허위조작에도 불구하고 인천시와 계양구는 환경영향평가협의를 완료했고 실시설계승인을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는 인천시장, 계양구청장뿐 아니라 국회의원, 시의원 등 과거에 선택받았던 사람들이 계양산롯데골프장건설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지지·지원하거나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사태는 2006년 선거에서 우리가 종자선택에서 쭉정이를 골라 벌어진 일이다. 이번 선택의 순간에 내겐 가장 ‘좋은 후보’는 골프장논란을 종식시키고 인천시민의 유일한 산소통이자 쉼터인 계양산을 지켜줄 후보이다.
농부는 소금물에 달걀을 띄워 오백원짜리 동전크기로 떠올랐을 때 볍씨를 소금물에 넣고 선택한다. 2010인천지방선거연대를 중심으로 범야권단일후보논의가 한창이란다. 과연 우리는 이번 6·2지방선거에서 ‘좋은 종자’를 선택하기에 알맞은 소금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단지 민주, 진보진영의 후보 또는 야권단일후보라고 선택하진 않을 것이다. 나의 소금물은 단순한 범야권후보단일화가 아닌 인천의 미래세대와 이웃생명을 위하는 마음가짐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2010년 3월 23일자 인천신문 환경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