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제 안녕하시렵니까?

2010년 6월 24일 | 성명서/보도자료

                            인천, 이제 안녕하시렵니까?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6월 2일, 인천의 역사가 바뀌었다. 단일화에 힘입어 시장을 비롯하여 시의회, 기초단체장을 대거 물갈이하면서 새로운 인천을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개발독선시대를 거치면서 양적인 성장을 향해 달려온 인천은 외형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인천시민들은 정주의식을 갖지 못하고 사람과 사람 간, 사람과 자연 간 불균형을 겪어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지금 인천에서는 소통과 평등, 상생과 평화의 시대를 만들어 가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는 소식이다. 소통과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려면 인천의 위정자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생태계의 기본질서인 순환과 상호공생의 생태 원리를 바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매일 수도권쓰레기매립지에는 수백대의 덤프트럭이 드나들고, 하수종말처리장에선 인천의 해안가 화력발전소에서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전기로 매일 수백톤의 하수를 정화하고 있다. 갯벌매립으로 조성중인 송도·영종·청라 경제자유구역에선 에너지효율은 무시한 채 마천루가 올라가고, 아파트 숲 사이에는 나무와 잔디를 심어 공원과 골프장을 만들고 있다. 이는 결코 생태원리에 의한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생태계 질서를 회복하려면 개발이나 환경문제로 이익을 얻는 사람과 피해를 받는 사람의 양극화나 불평등을 해소하여 환경정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계양산과  굴업도골프장의 경우처럼 특정기업이나 소수의 개발이익을 위해 대다수 시민들의 환경권과 생존권을 침해하여서는 안 될 일이다. 자연과 사람의 상생을 실현하려면 그동안 개발로 인해 파괴되고 멸종으로 내몰린 생명들을 구하고 그 생명을 품어온 자연을 보살펴야 한다. 지금 전국적으로 4대강 공사현장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생명들의 신음소리가 인천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갯벌매립현장에서 처절하게 들려왔었다. 이제 인천에서부터 생명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자연을 대상으로 무자비하게 성장을 이끌어온 위정자들은 성장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인천의 자연생태계에 대해 새롭게 눈을 떠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인천의 환경현안 중에서 계양산골프장, 경인아라뱃길, 굴업도골프장, 검단장수간도로, 강화지역조력발전소 등에 대해 중단 또는 전면재검토를 선언했다. 시민들과 한 약속은 지킬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러나 후보 시절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사업 중에서 유독 송도11공구 갯벌매립사업에 대해서만 행정절차가 마무리단계여서 원안대로 매립하겠다는 의견이었다. 인천의 진정한 가치가 바다에 있고 인천의 미래를 바다에서 찾아야 함을 생각할 때, 마지막 송도갯벌인 송도11공구매립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갯벌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알고 있음에도 그동안 인천의 위정자들은 드넓은 인천갯벌을 매립해버렸다. 갯벌은 사람과 자연의 생태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생명과 평화의 바다이다. 갯벌은 칠게, 고둥, 백합, 가무락, 갯지렁이, 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등 수많은 생명들의 어머니 품이고 자식을 길러낸 우리 부모님들에겐 평생을 지켜온 삶의 무대요, 오염물질을 걸러내고 에너지를 만드는 가이아의 콩팥이다. 특히 송도갯벌은 호주와 시베리아로부터 수만마리의 도요물떼새가 찾고 멸종위기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가 태어나는 곳이다. 아직도 50여 어머니들의 마지막 일터이다.

  인천은 우리나라 3대 생태축 중 2개가 만나는 곳이다. 비무장지대와 서해안갯벌, 생태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인천은 앞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더욱 빛낼 것이다. 아시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빌딩과 아파트 숲을 위해 인천의 진정한 가치, 인천만이 갖고 있는 보물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안상수 시장의 최대 실정은 환경정책이었다. 이로 인해 결국 3선에 실패하였다. ‘大인천비전’은 지난 지방권력의 잘못된 판단으로 영원히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를 인천의 보물에서 그 길을 찾음이 옳을 것이다. 

 
인천저어새네트워크 회원들과 인천시 남동구 고잔동 주민들은 
지난 21일 오후 ‘대인천비전위원회’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업무보고가 열린
송도국제도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앞에서
송도11공구 갯벌 매립 반대 집회를 열었다. 

                                                                                *  이 글은 2010년 6월 24일자 인천IN의 목요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