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보전, 시민의 힘으로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6.2지방선거가 끝나고 며칠 후, 우리나라 최고의 숲전문가와 계양산을 찾았다. 수십년간 입목조사를 위해 우리나라의 웬만한 숲은 모두 다녔다는 그는 골프장예정지에 들어서자마자 ‘산지전용이 불가한 곳’이라 잘라 말했다. 특히 계양산의 북측 숲은 수도권의 어느 숲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감탄을 연발했다.
입목축적허위조사, 산림불법훼손, 법적보호종누락, 주민기만 등의 계양산 골프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새로 취임한 송영길시장의 계양산골프장반대입장이 분명한 만큼 골프장을 승인하지 않고 공원조성을 추진하고 있어 계양산골프장논란은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고 말한다. 실제 인천시는 지난 22일 환경녹지분야 시민참여예산토론회에서 2018년까지 골프장예정지를 일부 포함해서 계양산북사면 일원 230여만㎡에 수목원과 삼림욕장, 휴양림 등 산림공원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지역에 골프장이 가능하도록 이미 2009년에 도시관리계획을 수립한 상태이고, 사업제안자이자 토지소유자인 롯데는 여전히 골프장사업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소송도 불살할 것이란 얘기까지 들린다. 결국 롯데골프장문제가 지금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계양산의 개발과 훼손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 흐릿해졌지만 대양개발의 위락단지조성과 인천시의 검단장수간도로 계획도 결코 끝난 게 아니다.
19세기말 영국에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산기증과 기부를 통해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시민의 소유로 영구히 보전하고 관리하는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이 시작되었다. 또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확보한 자연문화유산을 개인이나 국가가 아닌 ‘시민의 유산’으로 사회적 소유도 가능해졌다. 현재 영국내셔널트러스트는 전국토의 1%를 소유하고 430만명의 회원이 정부정책의 감시자로서, 자연문화유산보전담당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일찍이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자원을 마을의 공동재산으로 관리하고 보전하던 전통이 있었고 이미 ‘강화매화마름’, ‘청주원흥이방죽’, ‘연천DMZ일부’ 등이 시민유산으로 보전관리되고 있다. 지난 주 그 공유화운동이 인천의 계양산에서 시작되었다. 일명 ’계양산보전을 위한 한평사기운동‘이 그것이다.
하루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찾고 있는 계양산은 인천뿐 아니라 김포, 부천, 서울서부권 시민들의 유일한 쉼터이며 허파이다. 또 계양산은 맹꽁이, 반딧불이, 물장군, 깽깽이풀, 땅귀개, 이삭귀개 등 위기의 이웃생명들에겐 도심 속 마지막 서식지이다. 현재 계양산은 전체의 60%가 넘는 곳이 사유지로 개발을 원하는 소유주들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미 계양산은 각종 개발로 많은 곳이 잘려나갔고 파헤쳐졌다. 우리 모두에게 계양산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면 개발논란의 종식시키고 이제는 영구보전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그 일은 시민들의 작은 정성을 모으는 일부터 시작될 것이다.
지금 인천은 280만 시민과 수많은 이웃생명들은 진정한 소통과 화합을 기대하며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계양산이 회색도시 인천에서 언제까지나 시민들의 허파일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이 계양산 품에서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웃생명들의 마지막 서식지가 보전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한다. 다보스포럼이라고도 불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오래전에 ‘환경없인 경제없음’을 선언하였다. ‘경제수도’, 성공해법은 이미 나와 있는 셈이다.
* 이 글은 2010년 8월 5일자 인천일보 환경의창에 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