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내몰리는 멸종위기의 야생동물들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요즘 경제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곳이 한국토지주택공사(일명 LH공사)이다. LH공사는 MB정권이 2009년 10월 공기업 선진화라는 명목 아래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통합해 탄생시킨 자산규모 130조원의 국내 최대 공기업이다.
통합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던 LH가 지난 7월말 성남시의 지불유예 선언 직후 성남시 구도심의 재개발사업 중단을 선언하더니 이번 주에는 하루 이자만도 100억원이 넘어 막대한 부채 때문에 결국 비상경영대책위원회를 꾸렸다는 소식이 경제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그런 LH는 현재 인천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최근 외자유치 미흡 등 사업 부진과 지역개발사업 치중 때문에 지식경제부로부터 경제자유구역 해제 대상으로 도마 위에 오른 청라지구, 영종하늘도시 등의 개발사업자도 LH이다. 그러나 필자는 기업 부실이나 경제자유구역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LH의 ‘땅장사, 집장사’에 내몰리고 있는 멸종위기의 야생동물들이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난 8월초 LH공사 청라영종직할사업단은 보도 자료를 통해 청라지구에 서식하는 멸종위기2급의 법정 보호종인 금개구리와 맹꽁이를 대대적으로 이주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LH공사(당시 토지공사)는 2007년 시민단체와 협의 하에 청라지구에 넓게 분포한 금개구리와 맹꽁이를 심곡천변에 위치한 지금의 서식지로 이주시켰다.
멸종위기종이 새로 이주한 곳은 금개구리가 이미 서식하고 있었고, 토지이용계획상 공원이었다. 청라지구 개발 사업이 완료된 후 청라지구 중앙의 호수공원 등으로 일부 이주시키고, 이곳 서식지는 영구보전하기로 했다. 그랬던 것이 지금의 서식지가 ‘한국의 베네치아, 수상도시 청라지구’를 위한 하천 확장지역에 포함돼 9월부터 당장 공사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주시킨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새로 조성했다는 대체 서식지이다. 멸종위기종들은 환경에 매우 민감한 종들로, 대체 서식지에는 먹이는 물론 월동 장소, 은신처 등 안정적인 생태계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그러나 청라지구 내 또 다른 하천인 공촌천의 하류에 조성한 대체 서식지는 멀쩡한 습지를 갈아엎어 웅덩이를 만들고 주변에서 갈대를 퍼다 듬성듬성 꽂아놓은 게 전부다.
그것도 아직 안정되지 않아서 황토가 흘러내려 진흙탕이고, 지금도 수십 대의 덤프트럭이 드나들고 포크레인들은 지척에서 공사 중이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많은 개발 사업에서 멸종위기종을 위해 대체 서식지를 조성했지만,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실제로 지금의 서식지로 이주시킨 지 1년 후인 2008년 조사한 결과,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판단할 어떠한 결과도 확인할 수 없었다. 결국 서식조건이 까다로운 멸종위기종의 대체 서식지 성공 여부는 오랜 시간동안 과학적인 연구와 모니터링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80년대 중반까지 청라는 수많은 철새들의 도래지였고 갯벌생명들의 터전으로 천연기념물 제257호로 지정됐다. 2006년 경제자유구역 조성사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천연기념물 12종과 멸종위기종 15종이 서식·도래하던 곳이었다. 당시 토지공사는 환경영향평가에서 법적 보호종 대부분을 누락해 환경부로부터 ‘멸종위기종 서식실태를 파악해 보호대책을 강구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에 따라 1년 동안 추가 조사해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지금의 서식지로 이주한 것이다.
그랬는데, LH는 계획이 변경됐다며 이곳의 주인이었던 멸종위기의 야생동물들에게 또다시 짐을 싸란다. 비좁지만 그래도 지난번엔 친구들도 있고 살 수는 있었는데, 이번엔 미래도 희망도 아무것도 없는 땅으로 가란다.
외자유치, 지역경제 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결국 아파트만을 위한 ‘자유구역’을 위해 그들의 터전을 빼앗고 자투리땅으로 옮기더니, 이제는 그 땅마저 내놓으라는 것이다. ‘땅장사, 집장사’꾼에게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보금자리’를 조금만 양보하라는 것이 과연 지나친 요구인 것일까
* 2010년 8월 17일자 부평신문의 부평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