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자전거, 다시 페달을 밟아야 한다.

2010년 9월 14일 | 성명서/보도자료

 

자전거, 다시 페달을 밟아야 한다.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며칠 전 일이다. 버스나 전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정쩡한 곳을 가야 해서 자전거로 사무실을 나섰다. 저녁7시가 넘은 시간으로 지하철이 붐비지 않을 것 같아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자전거를 지하철에 싣고 이동하여 다시 전철역부터 목적지까지 자전거로 가겠다는 계산이었다. 이렇게 ‘자전거이동로’ 이정표를 따라 의기양양하게 시작된 자전거의 전철 나들이는 계단에 설치된 자전거 레일 이용으로 만족해야 했다. 개찰구에서 자전거의 전철이용은 휴일에만 가능하다고 제지당한 것이다.

 

  6.2지방선거 후 지금 인천에는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특히 5년 넘게 논란인 계양산골프장문제는 인천시의 공원조성과 보호조례제정계획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인천시가 추진했던 강화조력발전소건설에 대해선 민관위원회를 통해 재검토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한 굴업도 개발문제도 지방권력이 바뀌자 사업제안자가 일단 자진 철회한 상태이다. 많은 인천시민들은 지난 선거에서 이런 변화를 기대하며 투표했고 환경현안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싣고 인천시 민선5기 ‘소통호’가 출항했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 속에 미래를 위해 반드시 우리와 함께 가야할 그러나 잊혀지고 사그라드는 것이 있다. 바로 자전거다. 2009년 6월 인천시가 ‘자전거이용활성화를 위한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수백억원의 예산을 편성할 때만 해도 자전거도시 인천, 꿈만은 아니라 생각했다. 그런데 일년만에 자전거가 ‘정치공학’에 빠져 멈추더니 올해 예산이 전액 삭감되고 내년에도 자전거예산은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자전거도시가 일장춘몽이 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동안 인천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자전거정책은 도심에서의 자동차억제, 자전거활성화라는 방향설정은 정확했으나 각종민원발생, 자전거이용자저조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시민과 전문가들은 줄기차게 적절한 시범지역 선정운영과 수정보완 후 확대실시, 자전거타기와 자전거철학교육을 통한 공감대확산을 주문했었다. 찰떡궁합인 철도와의 연계에서도 환승뿐 아니라 자전거와 전철의 동시이용을 요구했고 자전거레일과 전동차내 거치대를 설치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으나 전철이용을 휴일만으로 한정시켜 생활자전거확산을 가로막았다. 시간에 쫓겨 너무 서둘렀고, 시민과 함께함이 부족했고, 다른 실패사례들처럼 성과위주의 보여주기에 치우쳤던 것이다.


  이렇듯 ‘소통’의 인천시가 자전거를 멈춰 세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자동차와 자전거간 도로공간배분에서의 갈등때문이다. 즉 주어진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용자 간의 적절한 분배가 필요한데 그동안의 일방적인 자전거정책이 자동차의 반발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현재 자전거활성화정책을 펴는 모든 국가와 지자체의 가장 큰 고민은 자동차공간을 자전거에게 재분배하여 안전하고 달리고 싶은 자전거도로를 제공하는 일이다. ‘도로다이어트’가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답이었다. 기존의 차도를 좁히면 교통체증과 안전사고를 우려하나 독일, 네덜란드 등 외국의 사례를 보면 자전거이용환경이 제대로 조성되면 자동차교통체증이 해소되고 교통사고도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지구적인 기후변화와 피크오일시대에 자전거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도심에서의 자동차통행억제, 대중교통과 자전거활성화는 이제 필수인 것이다. 물론 자동차 중심의 도시구조 속에 도시민들은 이미 자동차의 편리함에 빠져있어 쉽진 않을 것이다. 결국 자전거정책에 대한 정치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아울러 ‘빨리’가 아닌 ‘함께’라는 마음으로 시민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지혜를 모아야 하는 것이다.


  어렸을 적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가 생각난다. 유일하게 가르침을 받은 것이 핸들을 넘어지려는 방향으로 틀고 계속 페달을 밟으라는 것이었다.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으려면 바퀴를 굴리는 것뿐이다. 아직 인천의 자전거는 쓰러지지 않았다. 여전히 시민들은 차도에서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2010년 9월 13일자 인천일보 환경의 창에 실린 글의 원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