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과 5억원에 대한 유감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천안함침몰, 4대강사업, 연평도포격, 구제역확산,,, 많은 생명이 덧없이 스러진 2010년이 저물고 있다. 새해를 앞두고 있지만 삽질예산, 형님예산 날치기와 사격훈련, 대응타격 전쟁공포에 송구영신이니 근하신년이니 하는 인사가 낯설다.
2007년 12월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흰 방제복에 기름걸레를 들고 기름을 시커멓게 얼룩진 태안을 찾았다. 삼성물산크레인과 유조선의 충돌로 발생한 기름유출사고현장은 당시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도 방문했다. 해양생태계의 원상회복에 100년, 지역경제정상화에는 20~30년, 그러나 MB정부는 3년 만에 태안기름유출사고의 조사와 복구를 물론 암검진 등 주민지원비용마저 삭감해버렸다.
2011년 인천시예산은 올해 비해 7.7% 감소한 6조5637억원이다. 각종 개발관련 예산은 줄었고 사회복지분야는 늘었다. 생활체육협회 예산삭감과 택시운수종사자 쉽터조성 등 보복과 선심성 논란은 있었지만 주먹까지 날리며 날치기한 MB와 18대국회에 비하면 인천시와 시의회는 나름 민주적이었고 전체예산 중에서 사회복지예산이 1조2729억원으로 제일 많아 나름 서민적이라 하겠다.
그러나 모든 예산이 민주적, 서민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2011년 예산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것은 수송교통분야로 5% 증가한 1조1311억원이 편성되었다. 첨단교통관리시스템구축과 교통안전도로시설물확충 등의 예산이 새로 편성되었다. 반면 자전거예산는 10억원으로 전년 140억원에 비해 95%가 줄어들었다. 단순히 정책의 후순위가 아닌 사실상 인천시자전거정책에 사형선고가 내려진 셈이다.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교통상황 및 지역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인천시가 정치논리에 빠져 기후변화, 피크오일시대에 자동차억제, 자전거활성화라는 전지구적인 요구를 외면했다는 평가를 면하긴 어려울 것이다.
인천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10월 자전거도시연대를 발족하며 새로운 인천시정부가 성과위주, 전시행정이었던 자전거정책을 바로잡고 적정한 시범지역운영 등 ‘빠름이 아닌 꾸준함’으로 자전거도시의 공감대를 넓혀갈 것을 요청하였다. 그날 송영길 인천시장에게 ‘소통과 희망의 자전거’를 전달한 시민들은 인천시가 함께 자전거도시를 만들어갈 것이라 기대하였다. 그러나 경제수도 인천에선 유럽의 도시들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인 자전거는 0.01%에 불과하다. 그나마 편성된 10억조차도 몽땅 동네자전거매장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자전거보급예산이다. 안전한 자전거도로가 없어 아파트단지에 수많은 자전거가 방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혈세로 또 다른 방치자전거를 양산하는 정책이 결코 서민적이거나 민주적일 리 없다.
수돗물불소화사업예산도 유감이다. 인천시는 2011년 상반기 관내 1개 정수장을 대상으로 수돗물불소화시범실시 후 확대 시행을 목표로 5억1천만원을 편성하였다. 예산의 세부내용은 시설비 4억1천여만원, 용역비 8천만원, 설문조사비 1천5백만원이다. 수돗물불소화의 충치예방과 저비용구강보건효과를 강조하는 찬성측과 안전성, 생태계영향, 시민선택권을 주장하는 반대측의 의견이 몇 년 째 팽팽하다. 그러나 정작 수돗물을 마시는 대부분의 일반시민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모든 인간은 자연 상태의 공기와 물을 마실, 그 무엇으로부터도 침해당해서는 안될 기본권을 가지고 태어났다. 공기와 물에 이물질을 첨가하는 문제는 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것일지라도 결코 가볍게, 일방적으로, 신념만으로 결정되어서는 안된다. 환경단체와 생활협동조합 등은 예산편성 전에 TV토론회와 FGI(표본집단면접) 등 시민들의 정확한 판단을 위한 불편부당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사업결정에 앞서 충분한 논의, 필요하다면 수십 번의 토론을 통해서라도 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방안에 대한 찾음이 옳을 것이다. 그런데 인천시와 시의회는 중앙정부도 지자체에 국비를 지원하며 권하는 사업이라며 성급하게 시설비와 용역비 5억원을 편성하였다.
2011년이면 필자는 마흔이다. 앞으로의 40년, 인천에서 시민들과 이웃생명과 함께 할 텐데, 40년 후 인천은 어떤 모습일까? 인천시민들은 그때도 인천을 돈모아 떠나고 싶은, 사람 살기 팍팍한 도시로 여기지나 않을까?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세밑이다. 소통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진정한 생명과 평화의 녹색세상을 묵상으로 그려본다.
* 이 글은 2010년 12월 30일자 인천일보 환경칼럼의 원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