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양보호구역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지난 5월31일은 제16회 ‘바다의 날’이었다. 전국적으로 해양쓰레기 정화활동부터 수만마리의 치어 방류까지 지방자치단체마다 다양한 바다의 날 행사를 벌였다는 소식이다. 인천에서도 미래희망인 청소년들에게 항만과 바다의 체험기회를 제공하고 바다와 갯벌의 중요성과 보호 필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인천항 체험, 바다퀴즈대회, 갯벌교실 등 많은 행사가 열렸다.
일반적으로 바다는 태양에너지를 흡수하여 급격한 기온변화를 방지하고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대기 중 산소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기능을 한다. 또한 바다는 오염물질 정화, 지구생태계 건강성 유지의 중추로 이미 오래전부터 전세계는 육상자원의 고갈과 기후변화의 해결책을 바다에서 찾고 있다. 해양의 시대라는 21세기에 인천에서 바다는 어떤 의미이며 우리는 바다를 어찌 대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습지보존법, 해양생태계보전법을 근거로 해양 및 공유수면에서 보호가치가 높은 생물종, 서식지, 경관 및 역사문화유산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습지보호지역, 생태계보전지역 등 해양보호구역을 지정 관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습지보호구역 9개소, 생태계보전지역 4개소 등 13개의 해양보호구역이 있다. 이 중에 우리 인천 앞바다에는 대이작도 주변해역 생태계 보전지역, 장봉도 갯벌습지보호지역, 송도 갯벌습지보호지역 등 3개소가 있다.
그러나 이곳은 모두 심각한 환경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경제 활성화, 세수 확대 등 지역발전 요구에, 국토해양부와 인천시의 방조 또는 동조가 더해져 대규모 환경훼손, 해양오염의 개발사업이 진행 또는 예정돼 있다. 장봉도 갯벌습지보호지역은 인천만조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지정권자인 국토해양부에서 습지보호지역축소를 검토하고 있으며 송도 갯벌습지보호지역도 역시 지정권자인 인천시에서 송도신도시 건설을 위해 매립사업이 진행중인 것이다. 인천이 해양도시이고 바다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또 하나의 해양보호구역인 대이작도 주변 해역 생태계보전지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5월 인천녹색연합, 인천일보 공동기획의 청소년 인천섬바다 기자들이 대이작도를 찾았을 때 그들은 여러 차례 놀랐다. 썰물 때 드러나고 밀물 때 잠기는 신비의 모래섬 ‘풀등’의 빼어난 경관에 감탄을 연발하였고 사승봉도 해안사구의 침식과 대이작도 해수욕장의 산사태에 탄식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모두가 불과 수 km 떨어진 곳에서의 골재용 바다모래 채취로 인한 것으로 풀등은 과거에 비해 1/4로 줄어들었고 해양보호구역은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옹진군에선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다른 지역 모래를 사다가 해수욕장에 포설하는 게 대이작도 주민을 위한, 해양보호구역을 위한 일의 전부이다. 이런 ‘언발에 오줌넣기식’ 처방도 불량모래 포설로 관광객과 주민들의 불만 속에 머지않아 풀등은 영원히 물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 그동안 대이작도 주변 바다에선 15년 넘게 연평균 1800만㎥, 지금까지 2억5천만㎥에 달하는 바다모래가 사라졌다. 2003년 12월 생태계보전지역 지정 이후 2005~2006년 휴식년제를 도입했으나 2007년부터 다시 해사 채취를 재개하여 매년 조금 늘어나더니 올해는 400만㎥ 채취허가가 난 상태로 ‘풀등과 생태계보전지역’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Exciting Ocean, 미래의 녹색 희망’, 올해 바다의 날 슬로건이다. 이미 우리 인천의 바다가 ‘신나고 흥미진진한’ 곳이며 우리의 미래이며 녹색 희망이다. 문제는 그 바다, 해양보호구역이 무너져 내리고 있음에도 인천의 미래가 무너져지고 있음에도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불양수(海不讓水), 바다는 깨끗한 물이라고 더러운 물이라고 가리지 않고 자기에게 오는 모든 물을 다 받아들이는 넉넉한 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해일과 폭풍우를 몰아와 무지하고 이기적인 인간들을 응징하는 포세이돈의 모습도 있음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2011년 6월 2일자 인천일보 환경의 창에 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