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 골프장과 인천의 미래

2011년 11월 17일 | 성명서/보도자료

                                              굴업도 골프장과 인천의 미래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제주도가 세계7대자연경관에 선정되었다. 언론은 관광객 증가, 경제 파급효과 보도에 앞을 다투고 제주 현지에선 ‘선 보전 후 개발’의 목소리가 높다. 모두가 축하하고 기뻐할 일이지만 인천을 생각하면 한탄이 절로 나온다. 2년 전 세계 5대 갯벌 중에서도 생산성과 다양성, 퇴적상이 매우 우수한 우리의 인천경기만 갯벌이 아닌 유럽 바덴해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고 ‘동북아 허브 명품도시’를 만들기 위한 ‘삽질’에 여념이 없었던 인천의 당시 상황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말 CJ는 굴업도 개발을 위한 관광단지 신청서를 옹진군에 제출했다. 굴업도는 90년대 중반 핵폐기장 건설논란으로부터 인천시민이 하나되어 지켜낸 작지만 아주 소중한 섬이다. 보물섬의 개발가치를 알아본 대기업이 섬을 매입하고 골프장 중심의 개발계획을 세우면서 굴업도는 또다시 전국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그동안 소외감과 박탈감이 컸던 굴업도와 덕적도 주민들은 개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시민사회단체와 문화예술인들 심지어 인천 4대 종단 성직자들까지 대규모 환경파괴가 불가피한 골프장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필요한 갈등과 논란보다는 분명한 사실에 기초한 문제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외부자본에 의한 개발이 실질적인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 중인 골프장이 360여 개, 공사 또는 계획중인 것도 200여 개에 이른다. 이미 골프장은 차고도 넘친다. 개발 찬성측에선 골프장이 들어서면 세수 증가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향상되고, 고용창출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 홍보하지만 전국적으로 18홀 골프장의 연평균 지방세 수입은 10억원 수준이며 고용창출도 캐디와 잔디 관리인이 고작이다. 보상금을 고려하더라도 대대로 살아온 터전, 전통적인 삶과 문화를 포기한 대가치고는 미미한 수준이다. 개발심리에 기댄 땅값상승도 직접적인 지역경제 활성화를 의미하지 않고 대부분의 주민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CJ에서도 밝히고 있는 것처럼 굴업도 개발계획의 핵심은 골프장이다. 골프장이 대규모 자연훼손, 환경오염사업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멸종위기동물의 대체 서식지 성공사례도 보고된 적이 없을뿐더러 50여만평에 불과한 작은 섬을 포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수백대의 중장비가 헤집는데 친환경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굴업도의 초지가 이미 한번 훼손되었던 지역임을 들어 개발이 가능하다는 판단은 개발업자들의 상투적인 개발편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훼손지역은 개발가능지역이기 전에 복원필요지역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절반이 넘는 골프장에서 고독성 농약, 사용금지농약이 검출되었고 단위면적당 농약사용량이 늘고 있다는 얼마전 환경부 발표는 골프장 농약오염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 지금 추진되고 있는 굴업도개발이 인천앞바다의 중장기계획에 의한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2007년 인천시는 ‘인천연안도서 해양환경조사 및 보전관리계획’ 연구용역을 통해 덕적,백령·대청권의 해양생태공원 조성, 강화갯벌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추진, 도서지역의 난개발방지 경관관리 가이드라인 설정 등 실천사업을 선정했지만 몇년 째 캐비닛에 잠들어 있다. 현재 인천에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인천 앞바다의 마스터플랜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대규모 외부자본에 의해 제안된 이번 굴업도개발은 인천앞바다 난개발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굴업도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수많은 생명이 있었고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CJ는 5년전 등기부등본상의 소유자가 되었을 뿐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골프장이라기보다 도서지역 삶의 질 향상이다. 인천앞바다 170여 개 섬과 갯벌은 세계적인 자연문화유산이고 수도권에는 2천500만의 잠재적인 관광객이 있다. 자연환경보전을 통한 공존과 삶의 질 향상, 어렵고 더딜지라도 지역사회가 함께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 인천이야말로 ‘동북아 허브 명품도시’를 넘어서는 진정한 ‘대한민국의 심장, 경제수도’일 것이다.

* 2011년 11월 17일자 인천일보 환경의 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