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자연유산 VS 건설용 골재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2009년 세계5대갯벌 중 하나인 유럽의 바덴해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바덴해갯벌 자체의 가치뿐 아니라 조사와 기록, 보전을 위한 독일과 네덜란드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전문가와 지역주민 협력의 결과였다. 그러나 또 하나의 세계 5대 갯벌, 우리의 서해안갯벌에선 시화, 새만금에 이어 송도갯벌매립, 조력발전댐추진 등 여전히 대규모 갯벌파괴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어 너무 대조적이다.
현재 인천시는 옹진군 덕적면 굴업지적과 덕적지적의 새로운 골재채취지역 지정을 위해 국토해양부 등 관계기관과 해역이용협의 중이다. 무분별한 바다모래(해사)채취가 해양생태계교란과 어족자원감소, 해수욕장과 해안사구의 모래유실 등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대규모 환경파괴사업임에도 인천시와 옹진군은 수도권 골재수급, 세수확대를 되풀이하고 있다. 심지어 해역이용협의서에는 ‘국토의 효율적인 관리, 골재자원 경제적 활용도 제고, 환경친화적인 골재자원개발에 기여한다며’ 해사채취사업을 포장하고 있다.
장구한 세월 한강, 임진강, 예성강에서 흘러온 모래들은 인천경기만에 초대형 연안사주(Sand-shoal) 3개를 만들었다. 영종도에서부터 덕적군도, 대이작도로 이어지는 사주, 강화도에서 장봉도를 거쳐 뻗어있는 사주 그리고 강화 볼음도와 주문도에서 우도로 이어지는 사주가 바로 그들이다. 이 연안사주들은 매우 역동적이며 다양한 퇴적상을 보이며 생물다양성과 생산성이 매우 뛰어나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類例)를 찾기 어렵다. 습지보호지역과 생태계보전지역으로 각각 지정되어 있는 장봉도와 대이작도의 모래톱(하벌천퇴)도 이 연안사주의 일부이다. 인천경기만의 연안사주는 단순한 돈벌이 대상이 아니라 세계적인 자연유산인 것이다.
그동안 인천앞바다에서 2억5천만㎥가 넘는 바다모래가 채취되었다. 이는 폭 25m, 높이 25m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천리(千里)의 모래성을 쌓을 수 있는 양이다. 2005년~2006년 휴식년제 이후 점차 채취량이 증가하여 올해는 1천만㎥, 내년부터는 연간 1천2백만㎥를 채취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옹진군은 세계적 자연유산의 일부인 모래를 팔아서 연간 총 330억원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덕적도 서포리해수욕장과 서해 보물섬 굴업도 목기미해수욕장의 모래유실과 해안침식은 불보듯 뻔한 일이며 해양생태계교란으로 인한 어획량감소는 주민들의 삶을 더욱 곤궁하게 만들 것이다. 이는 몇 푼의 주민보상금과 해수욕장 모래포설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백번 양보하여 어쩔 수 없이 해사채취를 해야 한다면 정확한 조사와 분석, 대책수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해사채취를 위한 해역이용영향평가는 부실투성이였다. 해사채취가 해양생태계에 영향은 미치겠지만 헤엄치는 물고기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부유사확산방지, 채취시기조절이 저감방안의 전부였다. 인근 지역의 해안선변화, 해저지형의 변화, 해양경관영향분석, 해수욕장의 영향 등 가장 중요한 평가사항은 빠져있었다. 또한 새로운 골재채취지역지정을 위해선 그동안의 골재채취로 인한 주변 해역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밝히고 공개적이며 전문적인 검증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전 해역이용영향평가서에서 해사채취지역의 생태계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이번 해역이용협의서 어디에도 사후 조사결과자료는 없다.
4대강사업으로 발생한 강모래가 최소 5억㎥이다. 수도권의 골재공급때문에 해사채취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이제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세계자연유산인 바덴해갯벌의 독일 갯벌국립공원 2개소의 관광소득은 연간 6조원이다. 세수확보를 위해 바다모래를 파내겠다는 것은 발이 얼었으니 오줌을 넣겠다는 단순무식한 발상과 다르지 않다. 이제는 더 이상의 환경훼손 막개발이 아닌 갯벌의 국립공원지정과 연안사주의 세계자연유산등재 등 지속가능한 인천경기만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전문가와 지역주민, NGO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 2012년 4월 6일자 내일신문에 기고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