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숲 속에서는 요정들의 잔치가 열렸다

2007년 8월 27일 | 회원소모임-기타


비온 숲 속에서는 요정들의 잔치가 열렸다
[포토에세이] 비온 뒤 숲에서 만난 버섯

ⓒ 김민수

 

장마철 잦은 비에 숲은 촉촉하게 젖어 있습니다.

겨울과 봄 비어 있던 숲은 생명의 기운으로 충만합니다. 울창한 숲은 감히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무성하게 우거져 있고, 숲가에는 성성한 가시를 가진 식물들이 방어벽을 쳐놓고 있습니다. 잔뜩 독이 오른 뱀들도 숲을 지키는 파수꾼 중 하나입니다. 그들이 있어 함부로 숲을 대하지 못합니다. 그들이 있어 숲 속에 안겨 있는 이들은 겸손해지지요.



 

ⓒ 김민수

 

비온 뒤 근교 산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드문드문 이름을 알 수 없는 버섯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요즘은 버섯의 계절이지요. 어릴 적 소낙비가 한 차례 지나가면 소쿠리를 들고 산으로 버섯을 따러 나가곤 했습니다. 독버섯이 많다는 이야기에 먹어 본 경험이 있는 서너 가지 종류의 버섯만 땄지만 그 향과 쫄깃한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름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꾀꼬리버섯, 싸리버섯, 청버섯, 표고버섯 등을 주로 땄고, 간혹 운 좋게 영지버섯을 따오기도 했습니다.



 

ⓒ 김민수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버섯은 ‘신들의 음식’으로, 중국에서는 ‘불로 장수의 명약’으로 불리웠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먹었던 야생의 버섯들, 요즘 마켓에서 사는 버섯에서는 그 향과 맛이 없어 아쉽습니다.

간혹 시골장터에 가면 할머니들이 야생버섯을 내어놓고 파십니다. 그러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이제 곧 어린 시절 버섯을 따러 다니던 추억을 간직한 세대는 시대 뒤편으로 물러가겠지요. 요즘 아이들에게 그런 추억을 남겨줄 수 있을 만큼 이 시대가 넉넉하지가 않으니까요.



 

ⓒ 김민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혹시 내가 알고 있는 식용버섯이 있을까 찾아보았습니다. 많지는 않았지만 마음만 먹고 따면 한 끼 반찬으로 내어놓을 만큼은 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애시당초 산행의 목적이 버섯을 따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에 두어 개 따서 버섯의 그윽한 향기를 맡아보는 것으로 유년 추억의 향기를 대신합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버섯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들에 대한 무관심이 조금 미안해 지기도 합니다. 살아가면서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으며 작고 예쁜 버섯들을 담아봅니다.



 

ⓒ 김민수

 

버섯은 엽록소가 없으니 생존을 위해서는 다른 생물이 합성한 유기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녹색식물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버섯은 부생군과 기생균, 균근균으로 나눠집니다.

부생균은 죽은 동식물을 분해시키며 영양을 섭취하는 종류의 버섯이고 기생균은 살아있는 동식물에서 영향을 섭취하는 버섯이요, 균근균은 뿌리와 균사가 결합하여 공생하는 종류라고 합니다. 버섯의 대부분은 부생균의 버섯이라고 합니다.

균, 곰팡이 이런 단어에 거부반응을 가지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 버섯들의 실체는 바로 균이요, 곰팡이입니다. 그런데 생태계에서 이들의 분해작용이 없었다면 생태계는 어찌 되었을까요? 아마도 동식물들의 사체로 가득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비록 다른 생물이 합성한 것들에 의존하고 있지만 더 큰 것으로 화답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연계의 청소부라 할 수 있는 버섯, 그들을 숲 속의 요정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민수

 

그들의 삶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어떤 것은 아침에 피어나기 시작해서 30분도 안 되어 시들어버리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버섯의 세계 또한 꽃의 세계처럼 무궁무진하겠지요. 야생화가 좋아 우리 산하를 돌아다니면서도 오로지 하나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그 외의 것들을 보지 못했으니 우리와 공생하고 있는 자연에 대해서 무관심하게 살아왔구나 반성을 하게 됩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자연이라는 교실에서 배우는 시간들이 많아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들의 신비스러운 모습을 살펴보고, 그들의 맛을 느끼고, 그들이 들려주는 소리를 듣게 하는 일은 참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자연과 호흡하는 법을 배운 아이들이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겠지요. ‘자연스러운 삶’, 자연과 소통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삶이지요.


 

ⓒ 김민수

 

비온 뒤 숲 속에서 요정들의 잔치가 열렸습니다. 그들과 함께 잔치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숲 속 여기저기에 우산처럼 혹은 스머프들이 사는 작은 마을처럼 옹기종기 올라온 각양각색의 버섯을 보는 것만으로도 잔치에 초대를 받은 것 같았습니다. 이 참에 버섯과 관련된 도감을 하나 장만해서 깊이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몇몇 버섯이라도 정확하게 그 이름을 불러주는 예의를 갖춰야 할 것 같습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계절, 숲 속에서는 잔치가 열렸습니다.

 

 

2007-08-16 13:24
ⓒ 2007 OhmyNews

* 출처: http://visual.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428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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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서핑중 우연히 발견한 기사에요. 아직은 많이 덥지만… 오늘아침 출근길에 내리는 비를 보며

비온 뒤 계양산 숲 속의 모습은 어떨까? 떠올려보았네요…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계절, 계양산 숲 속에도 작은 생명들의 잔치가 열렸을까요?

다시 힘내야지요.

이번 한 주 더 힘차게 시작해보아요~

녹색활동가분들도 화이팅!

회원여러분들도 아자아자★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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