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읽어보셔서 아시겠지만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글입니다.
“새가 푸른창공을 훨훨 날아다니고 싶다면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오는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모두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가 스스로를 가둔 자기만의 알 껍질, 자신만의 진리가 만든 벽속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만이라도 작은 구멍을 뚫고 밖을 한번 내다보시면 어마어마한 푸른 창공과 밝은 태양이 빛나고 있음을 볼 것입니다.
알을 깨고 나오는 고통과 두려움은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 벽이 두꺼웠다면 그럴수록 더 깨는 고통이 심하겠지요. 하지만 그 고통 감내하면서 밖으로 나와 하늘을 훨훨 넓고 크게 날개를 펴고 높이 날아 올라 봅시다. 그리고 장자가 말한 붕새처럼 유유히 세상위를 날으면서 내려다 봅시다. 세상사가 아주 작게 보이겠지요.
아마 우리들의 이 아웅다웅 하는 모습도 보일 것입니다.
이 문제들이 우리가 지금 느끼는 것처럼 그렇게 싸워야 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로 느껴질까요? 문제의 시작도, 그 문제를 다른쪽으로 상상 확대해서 그 본질을 희석시키려는 의도조차도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이 모든 것이 그다지 추하거나 부조리하게 보이지도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 우리와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서 환경을 보호하고 또 개선해 나가려고 하는 -이 정신 만큼은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것과 또 모두가 그 숭고함만큼은 소유하고 있으니까요.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어떤 분들은 탈퇴 하시고, 어떤 분들은 탈퇴하려고 마음먹고 계시고, 또 어떤 분들은 되어가는 양상을 보고 결정하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또 어떤 분들은 끝까지 녹색에 남아 다시 시작하자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선택을 하시든 우리가 추구하는 그 정신 만 바로 가지고 있다면 어떤 단체에 가셔서 활동하시든지 여러분들은 충분히 훌륭한 인간입니다.
성경 잠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
또 누군가의 글에 “인간은 평생동안 자기 성격의 노예로 산다” 라는 말이 있더군요.
우리들의 급한 성정이 우리를 이렇게 반목하게 만들었다고 보여집니다. 모두가 자신의 잘못만 제대로 알고 반성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됩니다. 모든 문제들이 다 그렇더라구요.
나이가 50 이 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점점 모든 것을 하나씩 둘씩 체념해가고 또 그 체념에 익숙해져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때 가장 슬프더군요. 그런데 좋은 점도 있어요. 모든 문제를 과하게 집착하지 않고 좀 멀리서 바라보는 습관이 하나 생겼구요. 또 열정이 점점 사라져가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크게 화나거나 다투거나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대를 이해하는 폭이 조금 넓어지고 역지사지가 되더군요.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저의 부족함을 넓은 혜량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천녹색연합 운영위원 염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