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역고가도로를 공원으로 조성한다. 45년간 수많은 차량이 지났던, 안전문제로 더 이상 차가 다닐 수 없는 고가도로가 1년 후면 다양한 테마의 보행공원으 로 다시 태어난다. MB의 청계천복원에 이어 원순 씨의 보행공원조성까지… 시장의 정치성향과 추진과정의 논란은 차치하고 닫혔던 하천의 물길을 열고 자동차의 도로를 사람의 공원으로 바꾸겠다는 서울시의 계획과 실행은 인천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부러운 일이다.
2015년 12월16일, 국토교통부와 인천시는 경인고속도로의 인천항-서인천나들목(IC)구간 이관 협약을 체결했다. 인천시는 TF팀을 구성해 이관될 고속도로의 일반도로 전환과 주변녹지대조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천시로 이관되는 경인고속도로의 길이는 10㎞가 넘는다. 폭 30m, 길이 10㎞의 아스팔트. 경인고속도로의 역사적, 공간적 의미와 인천의 미래를 생각하면 단순히 방음벽만 허물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일반도로 전환이 아닌 아예 모든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인천의 랜드마크 ‘인천숲’을 만들면 어떨까
경인고속도로는 서울역고가도로보다 2년 앞선 1968년 대한민국 최초의 고속도로로 개통됐다. 서울 등 수도권의 수출입 물류가 인천항으로 오가는 통로였다. 대한민국의 동맥이었고 경제성장의 상징이었다. 경인고속도로로 말미암아 인천은 대한민국 관문의 지위를 확고히 했다. 그런 경인고속도로도 고속, 압축 성장과 부정적인 단면을 피해가지 못했다. 삶의 질, 주거복지, 환경복지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인고속도로는 인천을 남북으로 동서로 단절시키는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높고 칙칙한 방음벽은 회색도시 인천에서도 손꼽히는 흉물이 됐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매연과 소음, 미세먼지는 환경개선대상 0순위가 됐다. 2001년 제2경인고속도로가 생겼고 곧이어 제3경인고속국도도 개통했다. 얼마 전엔 제1경인고속도로 직선화구간도 뚫렸다. 제1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지나고 제2외곽순환고속도로도 공사 중이다. 공업도시이며 아파트도시인 인천을 고속도로 도시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다.
인천에는 세계최대 쓰레기매립장이 있다. 바닷가에는 수도권 전기의 3분의 2를 감당하는 발전소들의 굴뚝이 솟아있다. 수출공단 등 공장들은 지금도 쉴 새없이 매케한 매연과 코를 찌르는 냄새를 뿜어내고 있다. 인천에 숨 쉴 공간이라곤 계양산을 비롯한 희미한 한남정맥의 자연녹지가 고작이다. 도로변 가로수가 있지만 회색도시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솔직히 300만 인천시민들에게 지금의 인천은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는 도시다. 공장도시, 회색도시가 아닌 사람이 살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환경에 더 투자해야 한다.
공원은 힐링의 공간이고 소통의 공간이고 생태의 공간이고 교육의 공간이다. 이관되는 경인고속도로 시점은 한남정맥의 아나지고개다. 백두산에서부터 지리산까지 연결된 한반도의 등줄기 백두대간이 속리산에서 갈라져 수원 광교산, 시흥 수리산을 지나 인천에서 만월산, 원적산, 천마산, 계양산, 가현산으로 이어지는 한남정맥은 수도권 서남부지역의 핵심생태축이다. 경인고속도로 종점에는 남항, 송도를 지나 인천앞바다로 흘러드는 용현천이 있다. 결국 경인고속도로를 인천숲으로 조성한다는 것은 한남정맥과 단절된 황해가 연결돼 인천의 생태축이 복원됨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지구는 기후변화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그 동안 자동차들이 뿜어댔던 이산화탄소, 매연과 미세먼지를 상쇄하고 기후변화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
인천숲 조성은 단순히 나무만 심는 게 아니다. 인천숲은 단절됐던 생활공간을 연결해 만남의 장, 도시공동체 회복의 장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속도와 경쟁의 상징이던 경인고속도로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힐링과 소통의 공간으로 바꿔보자. 인천이 지금은 비록 회색도시지만 미래 환경도시를 꿈꾸고 지금부터 계획하자.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로 향하던 인천시민들은 인천숲에서 인천의 이웃을 만나고 인천의 미래를 이야기하게 하자.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 이 글은 2016년 2월 22일자 인천일보 환경의창에 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