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야생동물구조센터 필요하다

2016년 10월 20일 | 성명서/보도자료

인천일보_박영권기자_사용시출처밝혀주세요

<사진 / 박영권>

지난 2008년 11월30일, 강화도 장흥리 논배미에 10여명의 청소년들이 모였다. 이들의 손에는 남동유수지와 인근 외암도 수로에서 구조된 새들이 들려있었다. 이날 청둥오리, 고방오리, 넓적부리 등 5마리 철새가 건강한 모습으로 자연으로 돌아갔다. 가을부터 그해에 남동유수지와 외암도 수로에선 최소 4천마리가 죽었다. 감염경로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관계기관에서는 보듈리즘균과 살모넬라균에 의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당시 환경단체뿐 아니라 일반시민과 학생들도 구조와 사체 수거에 참여했는데 살아있는 새들의 치료소를 찾지 못해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시민과 학생들이 10마리를 데려갔다. 탈수증상을 보이는 새들에게 이온음료를 먹이고 카스테라, 건빵, 스프, 닭사료 등을 먹이로 주며 돌봤다. 그 중 5마리는 죽고 5마리를 자연으로 돌아갔다.

보튤리즘균은 독소를 생산하는 혐기성균으로 토양 속에서 존재한다. 인위적인 교란으로 속토양이 노출되거나 용존산소가 부족해지는 경우 보튤리즘균이 이상 증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된 새들은 운동근육이 마비되어 날개를 늘어지고 정상적으로 날지 못한다. 목의 근육이 마비될 경우에는 목이 물 속으로 늘어져 익사하게 된다. 야생에서 새들은 보튤리즘 독소가 생성된 사체의 구더기를 먹거나 독소가 오염된 물을 먹으면 감염된다. 결국 보튤리즘 감염이 확인되면 사체나 감염된 개체를 신속하게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최선책이다.

올해 여름 남동유수지에서 벌써 400마리가 죽어나갔다. 인천시는 전문가와 환경단체, 관련기관들과 대책회의를 열고 해수유통한다는 소식이지만 뻘 지대로 사체수거와 구조가 어려워 얼마나 더 많은 새들이 죽을지 알 수 없다. 이번에는 천연기념물이며 멸종위기1급 보호종으로 전세계 3000여마리밖에 없는 저어새까지 폐사했다. 2008년은 저어새가 남동유수지에 둥지를 틀기 전이었고 주요 폐사장소도 외암도 유수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2009년부터 저어새가 둥지 튼 남동유수지가 주요 폐사지이다. 남동유수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가 주목하는 저어새의 번식지이다.

이번 집단폐사도 시간이 지나면 진정될 수 있다. 그러나 언제든 남동유수지에서 또 다시 새들이 집단폐사할 수 있음을 이번 사건이 확인시켜주었다. 이곳은 갯벌을 매립한 곳이며 대규모 공단지역이고 인근에는 하수처리장까지 있다. 정밀조사를 통해 정확한 감염경로를 밝히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감염경로를 규명한다 해도 세계적으로 아직 보튤리즘에 대한 뾰쪽한 대책이 없다.

감염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사체를 수거하고 감염개체를 구조해서 치료하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천에 아직 그런 기능을 하는 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광역지방자치단체에는 있는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인천에는 아직 없다. 2008년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감염 새들을 상당수 구조했으나 구조된 새들을 치료할 곳이 없어 살릴 수 있는 조류들을 살처분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학생들이 위험천만하게도 감염된 새들을 집으로 데려가 돌본 것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의 60%가 인천을 찾는다. 송도에는 동아시아대양주철새이동경로파트너쉽(EAAFP) 사무국이 있다. 소청도에 국가철새연구센터가 건립 중이다. 이제는 인천에 야생동물을 체계적으로 구조하고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필요하다.   /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 2016년 8월 19일자 인천일보 환경의창에 실린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