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갯벌2026선언문] 인천갯벌은 우리의 긍지이며 세계인의 보물입니다
지난 2021년 7월 우리나라 서남해안 갯벌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제주도 화산섬에 이어 세계자연유산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입니다. 우리 갯벌의 뛰어난 가치가 국제사회로부터 정식으로 인정받았다며 모두 기뻐했습니다.
우리 인천 시민들은 한편으로는 기쁘면서 한편으로는 서운했습니다. 인천 갯벌이 다른 어느 지역에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데도 세계유산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인천 갯벌을 알리고 가치를 인정받는 노력과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아쉬움을 떨치고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인천의 갯벌을 다시 돌아봅니다.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흘러나오며 베풀어놓은 펄과 모래가 어우러져 찰진 갯벌이 너르게 펼쳐져 있습니다. 바지락 동죽 같은 조개류와 낙지, 갯지렁이, 칠게, 흰발농게, 그물무늬금게까지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갑니다.
지구에 3천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 두루미가 60마리나 강화도 갯벌에서 겨울을 납니다. 세계를 통틀어 6천 마리뿐인 저어새의 고향도 인천경기만 무인도입니다. 인천 갯벌은 아기 저어새들의 유치원이며 학교입니다. 남반구와 북반구를 오가는 도요새들도 인천 갯벌에서 에너지를 채웁니다.
국가철새연구센터가 인천 옹진 소청도에,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사무국은 인천 송도에 있습니다. 국가 연구기관과 국제 자연보호 기구도 인천의 바다와 갯벌이 소중함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날 우리가 갯벌을 어떻게 대했는지 솔직하게 반성하고 돌이켜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수백 마리 날아와 지역 자체가 천연기념물이던 갯벌은 쓰레기 매립지로 바뀌었습니다. 청라, 송도, 영종은 산업시설과 국제공항, 도시 건설로 사라졌습니다. 인천의 해안선은 일직선으로 바뀌었고 콘크리트 축대와 철조망으로 가로막혔습니다.
그럼에도 인천갯벌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해가며 새로운 보물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대이작도 해양보호구역, 송도갯벌습지보호구역, 장봉도갯벌습지보호지역, 천연기념물 강화갯벌, 한강하구습지보호지역은 법으로 보호하는 곳입니다. 영종도와 세어도, 영흥도와 연평도에도 중요한 갯벌이 있습니다.
인천갯벌이야말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켜야 한다고 외치고 나서야 할 때입니다. 인천갯벌이 세계유산이 되면 북한, 중국의 갯벌까지 포함해 황해 연안의 전체 갯벌이 가치를 인정받고 보전되는 계기를 이루게 됩니다. 인천은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세계 도시의 품격을 갖추게 됩니다.
인천갯벌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고 지역민들이 추가로 받는 규제는 없습니다. 오히려 세계유산을 품은 도시로서 인천은 명성을 누리게 되고 인천 시민들은 세계유산을 가꾸고 지켜 세계인에게 보여주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는 선진 시민으로서 자부와 긍지를 가질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인종, 종교, 국가를 초월하여 인류 누구나 미래세대를 위해 보전해야 할 유산입니다. 인천갯벌은 충분히 세계자연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학생과 시민사회가 인천갯벌 세계유산추진 시민협력단 ‘인천갯벌2026’의 깃발을 세웁니다.
문화재청,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와 인천시, 각 기초 지자체는 인천갯벌의 세계유산 2단계 등재 추진에 적극적으로 임해주시길 요청 드립니다. ‘인천갯벌2026’은 행정과 지역사회, 시민 학생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인천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라는 역사적 과업의 선봉에 서겠습니다.
2023년 3월 22일
인천갯벌세계유산추진시민협력단 ‘인천갯벌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