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게눈 친구들아, 반갑다 바다 친구들아!
활동장소인 선녀바위에 도착하니 바람이 제법 불었다. 4월초인데 생각보다 바람이 부드럽다. 게눈 친구들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바위갯벌을 돌아보았는데, 답사 때와는 달리 바다생물들이 잘 눈에 띄지 않았다. 지난번 보았던 아이들은 어디로 간 걸까?
해변 입구로 돌아와 하나둘 모이는 게눈 친구들을 맞이했다. 얼른 바다로 가고 싶은 게눈 친구들이었지만,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어서 짧고도 긴 선생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야했다.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갯벌의 중요함을 짚어보고 나서야 비로소 아이들은 바다로 향할 수 있었다. 첫 활동은 지난 3월에 이루어졌지만 바다생물 관찰은 오늘이 처음이라 마치 첫 시간인 것처럼 설랬다.
준현이는 젖어드는 신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물속으로 첨벙첨벙 걸어들어갔다. 거침없이 걷는 모습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아이들은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잘 찾아냈다. 조개와 고둥들이 우리를 맞이했고 풀게도 만날 수 있었다. 자유롭게 다니며 바다생물을 찾는 아이들을 지켜보는데, 바다와 가까운 바위 뒤로 두 아이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었다. 조금 걱정되어 모두를 데리고 그곳으로 가보았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둘은 우리를 보더니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소리쳤다. 말미잘이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바위에 손을 짚었는데 이때 바위에 있던 부스러기 몇 개가 말미잘 위로 떨어졌다. 말미잘은 먹이인 줄 알고 재빨리 촉수를 움직여 잡아챘는데 이 장면을 아이들은 놓치지 않았다. 말미잘 촉수에는 독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잘 알고 있었기에 감히 만지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자기들이 데리고 있던 게를 말미잘에게 먹이로 주었는데 나중에 보니 게는 탈출해서 근처에 숨어있었다. 촉수에 손톱을 대어보니 달라붙었다가 떨어지는 느낌이 끈적임처럼 느껴졌다. 촉수의 끈적임을 아이들은 알까? 독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인지 아이들은 만지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곳저곳을 겁 없이 다니던 도현이도 무섭다고 뒷걸음질을 쳤다. 그래도 마지막 신문 만들기에서는 주인공으로 말미잘을 선택한 걸 보면 그만큼 강렬한 만남이었다는 거겠지.^^
가져올 수 있는 것들은 채집통에 담아 자리로 돌아와 각각의 특징들을 살펴보았다. 아이들은 깨진 집에 살고 있는 집게가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가기를 바라며 이것저것 빈집들을 권했다. 솔깃해진 집게가 몸을 거의 빼내 이사할 것처럼 보였을 때는 환호성을 질렀지만 왠일인지 집게는 다시 자신의 원래 집에 주저 않아버렸다. 안달이 난 아이들은 집게를 그냥 강제로 꺼내서 집을 바꿔주자고 말했다. 집게는 우리가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집을 바꾸지 않았고, 끝내 집게의 이사 장면은 보지 못했다. 집게끼리 투닥이는 모습을 한참이나 소리없이 지켜보던 게눈 친구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각자 마음에 드는 생물을 골라 그림을 그리고, 알게 된 것들을 적고, 새로운 것들을 알기 위해 검색도 해보았다. 어떤 친구는 바다생물들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는데, 여러 번을 거듭해서 그리는 모습에서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바다가 우리를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그날 만났던 바다 생물들은 다시 그들의 집으로 돌려보내주고, 다음 달을 기약하며 우리도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 얘들아!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