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한국 정부는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라

2024년 4월 15일 | 성명서/보도자료, 폐기물•플라스틱

 [기자회견문] 한국 정부는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라

국제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연합(HAC) 가입국이자 제5차 협상위원회 개최국으로서 한국 정부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기대한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이하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을 위해 제4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 Intergovernmental Negotiating Committee, 이하 ‘INC’)가 캐나다 오타와에서 4월 23일부터 29일까지 7일간 개최됩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파리 협정 이후 가장 큰 국제적 환경•기후 합의로 평가되며, 과도한 플라스틱 사용에 기인한 환경 오염과 건강 유해성에 국제 사회가 공감하여 2022년 2월 제5.2차 유엔환경회의(UNEA)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총 5번으로 예정된 협상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핵심은 생산을 포함한 플라스틱 전 생애 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4위 합성수지 생산국으로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에 막중한 책임을 지닙니다. 또한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 High Ambition Coalition to End Plastic Pollution)의 초기 가입국이자 제5차 협상위원회 개최국으로서 강력한 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임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정책이나 협상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 등으로 볼 때, 정부 역할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에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촉구하기 위해 국내외 시민단체가 모인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는 우려를 표하며, 한국 정부가 다음과 같은 입장으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정부간 협상위원회(INC; Intergovernmental Negotiating Committee)에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길 요청합니다.

하나, 플라스틱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오염을 규제해야 하며 생산 감축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는 문제가 되는 플라스틱뿐 아니라 플라스틱 생산을 동결하고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조항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전 세계 해양쓰레기의 80%는 플라스틱이며 그 쓰레기들이 시시각각 미세플라스틱을 만들어내고 있는 지금도 플라스틱 생산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류 건강과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면, 2040년까지 플라스틱 총생산량을 최소 75% 이상 줄여야 합니다. 폐기물 관리 시스템은 이미 과부하 상태이고 재활용의 한계는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또한 플라스틱 재활용은 독성 화학 물질을 재생산할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십시오.

하나, 대체재 전환보다 제로 웨이스트 우선순위(zero waste hierarchy) 상위 단계에 속하는 재사용·리필 시스템이 우선해야 합니다.

쉽게 쓰고 버리는 경제 구조의 전환 노력 없이 수명이 짧은 일회용품 플라스틱을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나 타 재질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은 플라스틱을 단순히 다른 재질로 대체할 우려가 있습니다. 대체재 전환보다 자원 사용과 폐기물량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재사용·리필 시스템 구축이 우선해야 합니다. 일부 분야에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적용하더라도 환경 유익성과 실질적 사용량 감소에 충분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해야 합니다.

하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으며 여러 위험이 뒤따르는 열분해 재활용 정책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열분해 처리는 플라스틱을 1톤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 3배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유해물질 배출 면에서도 소각과 유사한 환경 영향을 미칩니다. 폐기물 열분해는 미국에서 이미 소각으로 분류되며, 환경청은 폐기물 열분해가 청정대기법 상 규제 대상임을 재확인했습니다. 여러 기술적 어려움과 위험, 낮은 비용효과성 탓에 안정적 운영 및 문제 해결 효과가 불확실하기에, 열분해 재활용 정책은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하나, 탈플라스틱·다회용 사회로 전환하는 길은 정의로워야 합니다.

플라스틱 중독에서 벗어난 사회를 이루려면 거대한 산업 전환이 불가피하며, 그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관점을 견지해야 합니다.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고 다회용 시스템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그 책임이 기존 산업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을 방안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 가야 합니다.

하나,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하향식(top-down) 공동 목표하에 국가별 이행계획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이행되어야 합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려면 강력한 공동 목표가 필요합니다. 국가마다 자율적으로 수립하는 자발적 목표가 아닌 하향식의 공동 목표 수립을 통해, 모든 국가가 구속력 있는 책임하에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해야 합니다. 이는 ‘공동의, 그러나 차별적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 원칙을 따라야 하며, 개발도상국에 기술을 이전하고 인적·물적으로 지원하는 조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플뿌리연대는 정부가 시민사회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부산에서 개최할 제5차 INC 전까지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길 요청합니다. 최근 그린피스가 발표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대한 시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시민 10명 중 8명이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려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필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시민들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정부는 산업계가 아닌 80% 시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플뿌리연대는 앞으로의 협약 협상과 이행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도록 감시의 끈을 늦추지 않을 것입니다.

2024년 4월 15일

플뿌리연대

그린피스 기후변화센터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녹색연합 동아시아바다공동체오션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서울환경연합 알맹상점 여성환경연대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 자원순환사회연대 환경운동연합 BFFP GAIA REL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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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 4 차 정부간 협상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한국정부에 요구하는 녹색연합 의견서

1. 플라스틱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오염을 규제해야 하며, 생산 감축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플라스틱 오염은 전 지구적 문제로, 세계 각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4 위의 합성수지 주요 생산국(에폭시 수지 기준 제 1 수출국1)으로서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책무를 지닙니다. 일회용 플라스틱뿐 아니라 각 산업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사용 저감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원료 추출과 생산을 포함한 플라스틱 전 생애 주기에
걸쳐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정부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정책2을 발표했으나 「한국형 순환경제 이행계획(2021)」은 1) 바이오플라스틱·재생원료 사용 촉진 위주의 생산·유통단계 자원순환성 강화, 2) 친환경 소비 촉진, 3) 폐자원 재활용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며 「전 주기 탈플라스틱 대책(2022)」 또한 1) 일회용품 감량, 2) 온전한 재활용, 3) 재생원료·대체재 산업 및 시장 육성 등을 주요 과제로 꼽아,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에 대한 내용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이는 앞서 발표한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2020)」의 플라스틱 발생 원천 감량 목표에서 오히려 후퇴한
수준이라 매우 아쉽습니다.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2020)」에 이미 명시한 ‘플라스틱 일회용품 생산·사용 금지’ 및 ‘플라스틱 용기류를 캔·유리·종이 등의 타 재질로 전환’ 정책을 구체적으로 이행하되, 그 과정에서 단순히 ‘타 재질 일회용품으로 전환된 플라스틱 일회용품량’을 ‘플라스틱 생산 감축량’으로 간주해서는 안 됩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와 더불어 ‘다회용품 전환 목표’, ‘재사용과 리필 시스템 구축을 통한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 저감에 대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구속력 있는 법률로써 이행해야 합니다. 생산량 감축 대책이 포함된 전 주기 오염 규제 계획을 세우고, 국제 플라스틱 협약 논의 과정에서 이 원칙을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으로 강력히 개진하십시오.

2. 화이트 바이오(White Biotechnology) 산업 육성 등 가짜 대안을 경계해야 합니다.

2022 년 정부는 플라스틱 저감 대책으로 ‘바이오매스·재생원료 플라스틱 사용 확대’, ‘생분해성 플라스틱 활성화 지원’ 등의 계획3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녹색연합은 1) 원료 공급을 위해
대규모 식물 재배가 필요하다는 점, 2) 일반 플라스틱과 섞이기 쉬워 재활용 시스템을 교란한다는 점, 3) 일부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매립지에서 분해 시 메탄을 방출한다는 점, 4) 분해 조건을 갖추기 쉽지 않으며 독성 잔류 위험성 탓에 퇴비화에 부적합하다는 점4 등을 우려합니다. 정부는 대체재 산업 및 시장 성장 지원 계획을 면밀히 재검토해야 합니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바이오 플라스틱을 공급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바이오 기반 원료가 환경에 미치는 이익을 평가해야 합니다. 또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환경 유익성 판단 기준도 평가해야 합니다. 유출이 불가피하여 환경 오염·생태계 교란 우려가 큰 품목 등에 대해 생분해 플라스틱을 집중 활용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생분해 플라스틱 사용 장려보다 ‘유출 방지’에 방점을 찍고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합니다.
「한국형 순환경제 이행계획」에서 밝힌 ‘열분해 등 화학적 재활용을 통한 폐플라스틱 연·원료화(열분해 처리 비중 2020 년 0.1%→2030 년 10%)’ 및 ‘열분해시설 설치 확대’ 계획에 우려를 표합니다. 열분해 처리는 플라스틱을 1 톤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 3 배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소각과 유사한 환경영향을 미칩니다. 폐기물 열분해는 미국에서 이미 소각으로 분류되며, 환경청은 폐기물 열분해가 청정대기법상 규제 대상임을 재확인5 했습니다. 2020 년 기준 미국 내 열분해 프로젝트 37 건 중 단 3 건만이 실제 가동 중이었으며, 이 중 플라스틱 전구체 생산 사례는 0 건이었습니다. 실제로 아질릭스(Agilyx), 크리솔브(Creasolv) 등 기술적 문제와 지극히 낮은 효율 문제 탓에 시설 폐쇄 결정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기술적 어려움과 위험 탓에 안정적 운영 및 문제 해결 효과가 불확실하기에 열분해 정책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한국은 2030 년에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예정이며, 산업적 퇴비화를 위한 별도 처리 시설 건립 또한 입지 갈등 등 여러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 장려 계획과 화학적 재활용 활성화 정책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의 과정에서도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 및 화학적 재활용 활성화에 대한 우려는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되어야 합니다.

3. 탈플라스틱·다회용 사회로 전환하는 길은 정의로워야 합니다.

플라스틱 중독에서 벗어난 사회를 이루려면 거대한 산업 전환이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 내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관점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국내 플라스틱 산업은 중소기업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노동집약적이고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는 특징을 지닙니다.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고 다회용 시스템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기업 도산, 노동자 해고, 기술 부족 등 여러 문제가 뒤따를 수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 과정을 살펴보면, 제 26 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에서 복수의 회원국이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선언을 채택하면서 국제 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원에 있어 ‘정의로운 전환’은 핵심 원칙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독일은 이미 2018 년에 ‘성장·구조 변화·고용위원회(탈석탄위원회)’를 설립해 에너지 정책 방향 보고서 제출 의무화 및 보고서 주요 내용을 법제화했습니다. 이로써 2038 년 탈석탄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실업에 따른 소득 감소 및 조기 퇴직에 따른 연금 감소에 대한 보상금 지급,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에 구조적 변화 지원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등 기존 산업 노동자에게 책임이 전가되지 않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절차에 따라 지역사회와 노동자에게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바, 시민사회 주도로 정의로운 전환 지원 내용을 포함한 ‘석탄발전사업의 철회 및 신규 허가 금지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탈플라스틱·다회용 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 원칙을 강력히 지지하고, 국내 플라스틱 산업이 정의롭게 전환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