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회원 인터뷰② – 언스쿨링, 우리가 선택한 존중과 성장의 길

2025년 7월 23일 | 녹색과사람들, 메인-공지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자연을 너무 사랑하며 탐조가 취미인 9살 딸 은이와 함께 사는 김선미(자연이름 도토리,이하 ‘도토리’), 조창현 회원님(이하 ‘조 회원님’) 가족이에요. 작년에 가입하시고 나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고 계시죠. 도토리와 은이는 올해 5월 있었던 ‘새살림(조류충돌 저감스티커 부착 시민캠페인)’ 활동을 준비·기획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은이가 그린 곤줄박이 그림을 다듬어서 새친구인천* 활동을 홍보하기 위한 스티커, 와펜으로 만들기도 했구요!

   활동 관련 회의 중, 우연히 은이 이야기를 하다가 회원님 댁에는 은이만의 작업 공간이나 은이가 좋아하는 탐조활동과 새로 꾸며진 공간이 있다는 이야길 들려주신 적이 있어요. 회원님 가족의 삶을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회원님 댁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그렇게 해도 좋다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속으로 ‘앗싸!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며 좋아했지요.

  * 새친구인천 : 인천녹색연합과 생태교육센터 이랑이 협업해서 진행하고 있는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방지 시민 캠페인 활동이에요. 2021년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6곳의 지점에 저감스티커 부착을 진행하고, 현재는 21명의 모니터링단원과 인천 내 유리창 충돌 유의지점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어요.

  모처럼 회원님 집에 방문하니 빈손으로 갈 순 없었지요. 큼직하고 맛있어 보이는 수박 한 통을 안고 회원님 집으로 저 머금돌과 보름(신정은 협동사무처장)이 찾아 뵀어요. ‘어떤 집에서 살고 계실까?’ 기대감을 안고 초인종을 눌렀어요. 들어가자마자 먼저 보였던 건 현관까지 마중을 나온 개냥이* ‘빼빼’였어요. 그다음 은이와 도토리의 안내를 따라 집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지요. 집안 곳곳에서 은이의 새를 비롯한 동물과 자연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이 열정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엄마,아빠의 마음을 흠뻑 느낄 수 있었어요. 은이가 떠오르는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작업공간, 은이가 탐조하며 찍은 새 사진과 새 인형들로 예쁘게 꾸며진 공간.. 거실에 놓여있는 벤치의자와 낙서가 되어 있는 테이블.. 회원님 가족의 집에서 느껴지는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어떤 여유와 자유로운 분위기가 어느새 제게도 편안하게 스며들었어요.

*개냥이 : ‘개 같은 고양이’의 줄임말로 개처럼 사람을 좋아하고 따르는 고양이를 말함.

은이가 그린 곤줄박이 그림 이미지

조 회원님이 직접 갈아서 만들어 주신 딸기라떼를 마시며 상큼하게 인터뷰를 열었습니다.

🚪(활짝)
회원이 되고 나서 느낀 점 & 근황 이야기

  먼저, 저희 단체에 가입하고 활동하시면서 느낀 점, 혹시 아쉬운 점은 없는지 여쭤봤어요. 인천녹색연합은 인천 지역 내의 양서류를 오래 전부터 모니터링해 오고 있는데요. 봄철이면 두꺼비를 비롯한 많은 양서류들이 산란으로 바쁘게 이동하는 시기이지요. 근데 서식지에서 산란지를 오고 가는 길에는 살랑거리는 풀과 푹신한 흙만 있지 않아지요. 우리 인간간이 만들어 놓은 딱딱하고 매끈한 포장도로도 지나게 돼요. 그렇게 도로를 가로지르다가 그만, 무심하게 차 한 대가 쌩 달려오기라도 하면 그대로 밟혀 몸통이 터져 죽어버리는 게 예삿일이죠. 그저 산란을 하기 위해.. 알을 밴 채로… 산란지로 가거나, 산란을 한 후 힘든 몸을 이끌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 했을 뿐인데 말이죠.. 인천녹색연합이 이 황당한 죽음을 잘 기록하자는 취지로 했던 게 ‘두구두구(두꺼비 구하기) 대작전’이었어요. 여기에 은이네 가족도 참여해 주셨었죠. 이런 활동들을 통해 잘 모르고, 무심했던 부분에 대해 잘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활동 신청 후 신청 확인 연락이 없거나 늦는 게 아쉬우셨대요.(뜨끔!)  회원님의 말씀을 듣고 지금은 활동 신청자분들께 재까닥재까닥 연락 드리고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회원님! ㅠㅠ)

   인터뷰에 앞서 먼저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여쭤보았어요. 조 회원님께서는 아빠 자조 모임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계셔요. 최근에는 인천여성가족재단에서 공모한 소모임 지원사업에도 선정되어서 관련 활동도 준비하고 계시고요. 저어새, 대청부채, 금개구리, 물범, 흰발농게.. 인천의 깃대종을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직접 만나는 활동이래요. 참 멋지고 대단한 아빠시죠? 

   사실 은이는 현재 ‘언스쿨링’ 중이에요. 저희가 방문했던 시간은 아침 10시였어요. 많은 아이들이 한창 학교에 있을 시간에 은이도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저희를 맞아 주었죠. 언스쿨링은 홈스쿨링과도 약간 다릅니다. 사회에서 정한 교과목에 따라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배우는 방식이 아니라 온전히 아이의 관심에 따라 무엇을 배울지 결정해요. 은이는 주로 집에 있다가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뭔가를 만들기도 한대요. 뭔가를 관찰하고 싶거나 참여하고 싶은 행사나 활동이 있으면 엄마나 아빠와 함께 집밖을 나서기도 한답니다.

은이가 좋아하는 탐조활동과 관련된 사진과 물건들로 꾸민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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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언스쿨링을 선택한 이유

  회원 인터뷰에 앞서서 두 부부께서 어떤 삶을 살아오시고, 또 어떻게 언스쿨링이라는 선택을 하실 수 있었을까 궁금증이 많았어요. 자연스럽게 언스쿨링과 회원님 부부의 생애에 대해 이것저것 여쭤보게 되었죠. 사실 언스쿨링은 은이 아빠인 조 회원님께서 먼저 제안하셨대요. 그 전까지 도토리는 언스쿨링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셨었고요. 언스쿨링을 하기 전까지는 은이도 평범하게 유치원을 다니고 있었죠. 그러다 어느 날 두 부부는 언스쿨링에 대한 이런 고민을 나누었다고 해요. 조 회원님이 먼저 도토리에게 학창시절, 학교가 우리에게 남긴 게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으셨대요. 이 질문에 도토리는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글쎄.. 친구..?” 이 대답에 대한 남편의 다음 질문이 언스쿨링을 실천할 결심을 다지도록 만들었대요. 

“근데, 그 친구들.. 지금도 우리 곁에 있나?”

도토리 : “(그리고) 때마침 은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얘길 했어요. 원래는 초등학교 입학할 나이부터 언스쿨링을 시작할 생각이었는데, 아이 이야기를 듣고 제가 당시 하던 일도 정리하고 계획보다 1년 일찍 언스쿨링을 시작하게 됐죠. 나중에 마음에 여유가 생겼을 때 은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었던 이유를 말해주더라고요. 은이는 본인이 하고 싶은 활동이 있는데, 유치원에서는 본인의 관심에 따라 활동을 할 수 없고 선생님이 시키잖아요? 예를 들어 선생님께 어떤 활동지를 나눠 주고 지시사항에 따라 뭔가를 해야한다거나요. 체험학습의 경우에도 은이는 현장에서 관찰하고 싶은 게 더 있는데, 선생님의 통제에 따라 급하게 사진만 찍고 그냥 지나와야 하고.. 그런 게 너무 싫었다는 거예요. 언젠가 은이가 저랑 어디를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단체로 견학 온 아이들을 본 적이 있었어요. 아마 유치원에서 온 모양이었죠. 근데 그 아이들을 보고서 은이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쟤네들도 저거 좀 더 하고 싶은데 못 하겠지?” 그러면서 자기는 유치원에서 생활하면서 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는데 못하게 되는 일을 많이 겪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걸 좀 마음껏 하고 싶다’고 생각했대요. 은이의 이야길 듣고 ‘얘가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그 언스쿨링이랑 맞겠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언스쿨링을 할 결심이 더 굳어지게 됐죠. 

은이네 가족이 5월6일 조류충돌 저감스티커 캠페인에 참여하여 방음벽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모습

 회원님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언스쿨링을 선택하기에 앞서 이미 교육에 대해 남다른 가치관을 갖고 계시던 게 아닐까, 그리고 그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닐까 궁금해졌어요. 언스쿨링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테니까요. 이후 제 질문에 대한 회원님들의 답변을 들으며 제가 어떤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뭔가 특별한 일을 겪은 사람이어야 이런 남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두 회원님께 들은 답은 그다지 특별할 게 없었어요. 다만 도토리는 어렸을 때부터 자기 의견을 소신껏 말하는 분이긴 했대요. 대학도 ‘꼭 가야되나?’ 생각하시기도 했고요. 두 분 모두 학교생활은 잘하셨다고 해요. 조 회원님 같은 경우는 모범생이셨대요.(웃음) 그렇게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고 살아가시다가 20대 후반에 전공을 바꾸게 되었죠. 그때, 그동안 내가 학교에서 배워왔던 것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그전까지는 교육에 대해 크게 불만을 가지신 적은 없었구요.

   흔히들 인생을 드라마영화에 비유해서 생각하지요. 기승전결이 있고, 어떠한 극적인 사건을 통해서 주인공이 각성하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지요. 하지만 인생의 모든 순간이 그렇게 극적인 사건을 통해 흘러가지는 않잖아요. 이번 회원님 부부의 이야기가 그랬어요. 언스쿨링, 다른 교육에 눈을 뜨게 된 특별한 사건 같은 건 없었어요. 굳이 특별함을 찾자면, 그건 이미 두 분에게 있었던 것 같아요. 은이를 향한 존중과 사랑, 그리고 그 밑에 바탕을 이루고 있던 자신에 대한 존중.. 

어떤 특별한 사건을 겪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나와 타인을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건강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내리실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스쿨링. 절대 만만한 선택은 아니니까요.

 

 호주살이가 육아에 미친 영향

   도토리는 언젠가 은이를 통해 환경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두 분 모두 전부터 자연, 환경에 특별히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시래요. 은이를 낳고, 키우면서 아이를 통해 세계관이 확장되고, 관심사가 바뀌고,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느낌이 참 좋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두 분은 호주에서 몇 년간 함께 살다 오신 경험이 있으시다고 해요. 혹시 호주살이의 경험이 두 분이 현재 갖고 있는 교육관, 자연관에 끼친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또 궁금해졌죠. 

  도토리가 영향이 있었다고 답해주시더라고요. 도토리는 호주에서 유치원 선생님을 하신 경험이 있으셨어요. 유치원 일을 하시면서 한국과 호주의 육아 문화,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몸소 느끼셨대요. 

  간단히 비유하자면 한국의 육아 방식은 어미새가 아기새 옆에 종일 붙어 다니면서 이것저것 다 떠먹여주는 스타일이라면, 호주는 아주 어린 아기여도 수면교육이라든지 부모와 떨어뜨려 놓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죠. 도토리께서 구체적으로 호주의 육아 문화에 충격을 받았던 일화 하나를 들려주셨어요. 우리나라는 유치원에서 조회를 한다고 하면 아이들을 모아 놓고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하는 등 다소 일방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잖아요? 호주 유치원에서 도토리가 겪으셨던 조회 방식은 이와는 매우 달랐대요. 아이들을 모아 두는 것까지는 똑같은데, 조회를 진행하는 선생님이 다짜고짜 어제 자기에게 있었던 일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더라는 거예요. 

“선생님이 어제 현금인출기에 가서 현금을 뽑았는데, 그만 그 돈을 깜빡하고 그냥 나와 버린 거야. 선생님이 나중에 갔는데 그 현금이 없어졌어. 그래서 선생님 엄청 속상했다. 이거 근데 어떻게 해야 돼?”

그러자 아이들이 “저요! 저요!” 외치며 제각각 엉뚱한 대답들을 내놓더래요.

한 아이는 “저 그걸로 맛있는 거 사 먹을래요!”라고 하니 선생님이 “그래? 맛있는 거 사 먹을래?”라며 그러려니 하기도 하고요.

이외에도 “선생님! 그러면 경찰에 신고해야죠!”, “(이렇게 저렇게) 해야죠!”라며 한바탕 시끌시끌 토론을 하고 난 후, 선생님이 “사실은 (이렇게 저렇게) 대처를 했어”라고 얘기를 했더니 아이들이 “아~ 그거 좋은 방법이네요~!” 라며 깨닫더래요. 우리는 사실 아이들은 모르거나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런 주제로 이야기 나누지는 않잖아요. 호주에서는 아이들을 한 인격체로서 온전히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으셨대요. 

   또 우리는 아이들을 항상 깨끗하고 예쁜 모습으로 유지하려 애를 쓰지요. 호주에서는 하원할 때, 아이 머리가 흐트러져 있거나, 코가 좀 나와 있어도 양육자들이 그러려니하며 외려 “너 오늘 엄청 잘 놀았구나?” 얘기하더래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도토리는 ‘아 나도 애를 낳으면 저렇게 키워야겠다’ 생각하셨대요.

  한국에 오셔서, 도토리가 엄마들 모임에 한 번 참여해 보신 적이 있으셨대요. 아기가 많이 어릴 때라 아기를 품에 매달고 모임에 갔는데, 약간 추울 때이긴 했지만 아기가 열이 많은 편이기도 하고, 본인 품에 계속 매달려 있어서 굳이 내복을 챙겨 입히지는 않으셨는데, 모임에서 만난 엄마들이 하나 같이 여자애인데 너무 춥게 입혔다며, 도토리가 방치를 했다는 식으로 얘기를 해서 깜짝 놀란 경험이 있으셨대요. 호주였으면 그냥 “그래?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일인데 말이죠. 이 일이 있은 후로는 도토리는 엄마들 모임에 안 가셨다고 해요. “우리 애는 몇 개월 때 걸었는데, 너희 애는 어떻게 됐어?”, “그래, (그거) 꼭 해야 하는데 왜 우리 애는 아직 안 하지?” 끊임없는 비교와 다름을 용납하지 못하는 태도.. 이런 게 너무나 피곤하셨대요.

호주살이가 자연관에 끼친 영향

  호주살이가 자연관에 끼친 영향과 관련해서는 또 다른 재밌는 일화를 들려주셨어요.

호주와 한국이 처한 지리적 조건, 국토 면적, 역사적 배경, 문화 등이 달라 비견하기는 부적절하겠지요. 하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듣게 된 이야기 속 호주는 참 매력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주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을 땅은 어떠한 인공물도 설치하지 않고 그냥 과감하게 방치한대요. 자연이 알아서 번영하도록 말이죠. 

그런데 꼭 이런 방치된 지역이 아닌 도심으로 가더라도 자연이 사람들의 일상 속에 많이 들어와 있대요. 곤충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전깃줄에 박쥐가 매달려 있질 않나, 털이 달린 엄청 큰 거미가 집에 기어다니기도 하고, 도마뱀집안에 들어왔다가 나가기도 한대요. 집안을 깔끔하게 관리하며 사는 우리의 주거 문화와는 그야말로 딴판이죠. 도토리는 호주에서 집을 청소하는 일을 하신 적도 있었는데, 그중 어느 한 집은 개미도 먹고 살아야 한다며, 개미 먹을 거를 따로 집안에 마련해 둔 집도 있었대요. 한국에서는 해충이라며 방역업체를 불러서 ‘퇴치’를 해야 될 존재인 개미를 같이 살아야 될 존재로 보고 있던 거예요. 

호주는 자연과 함께 사는 것이 삶의 기본 태도가 되어 있대요. 새로운 건물을 짓더라도 그곳에 뭔가가 살고 있으면 그 문제도 같이 고민하면서 건축 공사를 진행한다는 인상을 받으셨대요. 

회원님이 꿈꾸는 미래, 있으신가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어요.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 질문을 드리기로 했죠. “두 분은 혹시 꿈꾸시는 미래가 있으신지요? 그리고 그 미래가 올 수 있다고 믿으시나요? 자신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여도 상관 없고, 가족, 동네, 더 크게 사회, 국가에 대한 이야기여도 좋습니다.”

   조 회원님은 은이가 커서 독립할 나이가 되어서도 지금처럼 이렇게 장난도 치고 도타운 관계가 유지되고, 미래에도 이 땅에서 계속 살아가야 할 다음세대를 위해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책임지려고 노력하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주셨어요. 

  도토리는 도심 속에 생태학교를 차리고 싶대요. 현재 저희 단체에서 운영하는 숲해설 전문가 양성과정에 참여하고 계신 것도 이 꿈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고요. 이 생태학교 안에서는 교사와 같은 어른의 주도 하에 활동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커리큘럼도 없이 아이들이 직접 이곳에서 무엇을 배울지 정하게 하고, 교사는 그 아이들의 탐구, 놀이를 지원하거나 함께하는 서포터, 동반자의 역할로 곁에 머물렀으면 한대요. 꼭 언스쿨링을 하는 아이들만이 아니라 학교를 다니는 경우에도 주말만이라도 와서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를 찾아갈 수 있는… 그런 생태학교요. ‘스스로 자기를 찾는 것’ 자체가 자존감이라고 생각하신답니다.

   또 도토리는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싶으시대요. 그래서 은이가 어렸을 때는 유치원 교사 같이 아이들을 대하는 일을 하시고, 지금은 아이가 관심 깊은 숲 생태를 더 잘 알기 위해 숲해설가 공부를 하고 있고요. 아이의 관심 분야에 대해 내가 더 잘 안다면 좋을 것 같았대요. 은이가 좀 더 커서 본격적으로 청소년이 되는 시기에는 청소년 심리상담을 배워볼까 생각하고 계신답니다. 아이를 통해 오히려 더 많이 배운다고 말씀하시는 대목에서는 울컥하시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은이네생태연구소에서 키우는 도마뱀들도 같은 종이지만 성격이 다 다른 것처럼, 우리 인간들이 ‘다르다는 것’에 너무 집착하며 경계하는 태도보다는, 우리 모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서로 ‘존중’해 주며 살자는 이야기를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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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뷰가 남긴 느낌 그리고 질문.

   인터뷰를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워진 것 같았어요.

‘눈치 보지 않는 삶’, ‘남들따라 인생 살지 않기’ 항상 생각은 하면서도 마음 속 깊게 뿌리 내린 어떤 불안 때문에 제대로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던 제게 오늘의 대화가 ‘정말 다르게 살아도 되겠구나! 나 잘못 살고 있는 게 아니구나!’라고 느끼고 더 나아가 그렇게 믿을 수 있는 힘을 준 것 같았어요. 

  남들과 많이 다르더라도 온전히 나만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사람이 내 가까이에 있고 그 사람과 직접 만나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게 참 반갑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한편 언스쿨링과 호주살이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학교,제도,사회,문화에 대해 여러 질문을 남겼던 것 같아요. 우리는 왜 남들과 같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나? 사회라는 것은 꼭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학교·교육 제도와 같은)제도는 인간 자신을 위해서 만든 게 아닌가?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들이 그 제도 안에서 행복하지 않은가.

여러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 회원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터뷰를 위해 소중한 시간 내어 주신 조은, 김선미, 조창현 회원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돌아온 회원 인터뷰는 또 돌고 돌아 9월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