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0미터 땅 속을 지나는 하천을 아시나요?

굴포천과 잠관(潛管)

인천에는 2개의 국가하천이 있다. 하나는 아라천이고 다른 하나는 굴포천이다. 굴포천은 2016년 12월 국가하천이 되었다. 지방자치단체들과 지역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국가하천 지정을 요청한 성과(?)였다. 지자체들은 굴포천의 국가하천 지정 필요성으로 인천시 계양구와 부평구, 경기도 부천시와 김포시, 서울 양천구까지 5개 기초지자체에 걸쳐있어 수질 등 하천관리가 쉽지 않아 국가하천으로 지정하여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굴포천이 국가하천이 되고 15개월이 지났다. 첫 술에 배부르랴마는 아직 특별히 개선된 점은 보이지 않는다.

과거 굴포천은 직포(直浦) 또는 대교천(大橋川)이라고 불렸다. 큰 다리가 있어 대교천이라고 했다는데 굴포하수처리장(북부수자원생태공원) 인근에는 ‘한다리’주유소, ‘한다리’농장 등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굴포(掘浦)는 인공적으로 팠다는 뜻인데 실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수로를 만들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굴포천은 여러 차례 모습이 변하게 된다. 일제강점기 부평수리조합이 서부간선수로와 동부간선수로를 만들어 한강물을 부평평야에 농업용수로 공급하면서 농번기에는 한강물이 굴포천의 중요한 하천용수가 되었다. 굴포천 유역은 지대가 낮아 장마철이면 상습적으로 침수되면서 홍수조절을 위해 1990년대에는 하천폭을 넓히고 방수로를 조성했다. 14킬로미터의 굴포천방수로는 4킬로미터를 추가로 파내 한강까지 연결시키면서 경인운하가 되었다. 경인운하는 경인아라뱃길이라 개명했고 아라천이 되면서 굴포천은 또 한 차례 큰 변화를 맞이했다. 굴포천에는 방수로공사를 하면서 귤현보가 생겼고 아라뱃길이 생기면서 잠관이 설치되었다.

잠관(潛管)은 ‘수로가 도로 따위를 가로질러 물이 흐르게 하기 위하여 땅속에 묻는 관’이다. 굴포천의 물은 단면 3미터☓3미터, 길이 220미터짜리 두 개의 잠관을 통해 경인아라뱃길 지하 6미터 아래를 지난다. 물이 잠관을 통해 지하 10미터 아래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것은 역사이펀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사이펀(siphon)은 어떤 그릇의 액체를 위로 빨아올려 더 낮은 곳으로 내려 보내기 위해 양쪽의 길이를 서로 다르게 구부려놓은 관을 뜻한다. 역사이펀 원리는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전환되는 원리로 잠관을 통과하기 전 물높이가 통과한 후 물높이보다 높다. 그리스 로마에 있는, 고대 로마 제국시대에 만들어진 상수도 시설인 수도교가 이런 원리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평소 굴포천의 물은 잠관을 통해 아라뱃길을 가로질러 신곡양배수장에서 한강을 만난다. 비가 많이 내려 굴포천의 수위가 올라가면 귤현보 고무보의 바람이 빠져 굴포천 물은 아라뱃길로 유입된다. 굴포천방수로였던 경인아라뱃길은 지금도 첫번째 기능이 홍수조절, 우수배제(빗물빠짐)이다. 잠관 막힘을 방지하기 위해 잠관 입구에는 거름망이 있고, 강우 시 쓰레기가 아라뱃길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귤현보 상류에도 쓰레기수거 그물망이 있다.

방수로 공사를 하면서 굴포천은 부천 쪽 지류가 만나는 지점부터 아라뱃길 연결지점까지 하천 폭을 넓혔다. 귤현보에서 왼쪽으로는 갑문이 있는데 평소 굴포천의 물은 이 갑문을 지나 아라뱃길 잠관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곳부터는 하천 폭이 좁다. 하천정비가 진행되지 않아 아름드리 버드나무들이 하천가에 늘어서 있다. 제법 운치는 있지만 병목현장으로 유속이 느려져 하천 바닥에 오염물질이 쌓여 굴포천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

경인아라뱃길은 굴포천보다 6년 앞선 2011년 1월에 아라천이라는 국가하천이 되었다. 둘 다 국가하천이고 아라천은 굴포천의 방수로로 건설되었기 때문에 수질, 수량 등 통합관리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 관행혁신위원회는 사업 시작 전부터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제기했던 경인운하의 타당성 부족, 일방적인 사업추진 등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경인아라뱃길의 존치여부 전면검토와 친수구역특별법폐지 등을 권고했고 국토교통부는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국토교통부가 경인아라뱃길 사업의 실패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굴포천과 아라천. 한 하천이 다른 하천의 밑을 지나는 유일한 곳. 과거와 현재 모두 실패한 대규모 토목공사. 과거의 인공물길과 현대의 인공물길 사이에는 보(洑)와 관(管)이 있다. /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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