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세상_생태환경전문잡지 232호] 생명과 공존의 상징, 점박이 물범 ⓶서해를 대표하는 기각류, 점박이 물범

 


기획특집: 생명과 공존의 상징, 점박이 물범


○백령도 점박이물범 보호를 위해 걸어온 길_편집위원회

서해를 대표하는 기각류, 점박이물범 _김현우(고래연구센터)

○우리나라 점박이 물범 서식 현황과 위협요인_편집위원회


 

 

서해를 대표하는 기각류, 점박이물범

수많은 동물 분류군 중의 하나인 해양포유류라는 명칭이 익숙하지 않을 수는 있겠다. 그러나 명칭을 그대로 풀이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포유류 중 바다에서 사는 무리가 바로 해양포유류이다. 해양포유류에는 어떤 동물들이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무리가 고래이다. 고래는 대부분이 다 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TV에서, 영화에서, 동화책에서 자주 나오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해양포유류 중 고래와 함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각류는? 아마 처음 들어보셨을 것이다. 기각류는 분류학적으로 척추동물문(phylum Chordata) 포유강(class Mammalia) 식육목(order Carnivora) 기각아목(suborder Pinnipedia)에 속하는 동물들을 일컫는 말로 해양환경에 잘 적응하여 다리의 모양이 유영하기 용이하도록 지느러미 형태로 진화했기 때문에 한자로 지느러미‘기(鰭)’자와 다리‘각(脚)’자를 써서 표현한 용어이다. 분류학적 명칭인‘Pinnipedia’도 라틴어로 지느러미를 뜻하는‘pinna’와 다리를 뜻하는‘pedis’를 붙여서 만든 것이다.

 

기각류는 물범과(family Phocidae), 바다사자과(family Otariidae) 및 바다코끼리과(family Odobenidae) 등 세 개의 무리로 또 나뉜다. 물범과에는 13속 18종의 물범류가 있고 바다사자과에는 7속 14종의 바다사자류 및 물개류가 있으며 바다코끼리과에는 바다코끼리(walrus) 한 종류만 있어 총 33종의 기각류가 전 세계 해양환경에 서식하고 있다.

 

여러 문헌과 현장 조사를 통해 확인된 바로는 한반도 주변에 서식하거나 출현한 기각류는 점박이물범, 바다사자, 큰바다사자, 물개 등 4종류가 있다. 북한의 야생동물을 소개한 “조선짐승류지(원홍구, 1968)”에는 바다사자, 큰바다사자, 물개가 기술되어 있는데 특이한 점은 큰바다사자를 “바다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 물범과 동물들을 “넝에”라고 부르고 있으며 여기에 잔점박이넝에(점박이물범), 고리무늬넝에(고리무늬물범), 띠무늬넝에(띠무늬물범) 등이 우리바다에 서식 또는 출현한 것으로 서술하고 있으나 점박이물범을 제외하고는 최초 기록 이후 실체가 재확인된 바는 없다.

 

보통 기각류 중에 가장 친근하고 쉽게 연상되는 종은 물개일 것이다. 그러나 물개는 대부분 러시아 사할린 동쪽 작은 섬에서 번식하고 태평양 쪽에서 먹이활동을 한다. 우리바다까지 남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어린 개체 일부가 겨울~봄 사이에 동해안 까지 내려와 간혹 발견될 뿐이다.

 

우리 바다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기각류는 단연 점박이물범(spotted seal, Phoca largha)이다. 과거, 독도와 울릉도 해변을 뒤덮었던 바다사자는 남획에 의해 1950년대에 이미 멸종해버렸고, 물개와 큰바다사자는 우리 바다에서 원래 모습을 잘 나타내지 않았다. 점박이물범은 번식기인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항상 우리 바다에 찾아와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한다. 무리생활을 하는 점박이물범은 물 밖에서 쉬고 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뜨이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점박이물범이 서식하는 곳으로 찾아가 직접 볼 수 있다.

 

점박이물범은 회갈색 바탕의 몸에 불규칙한 짙은 점무늬가 산재해 있다. 수컷과 암컷이 유사한 체형과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유선형의 뭉툭한 체형을 지닌다. 체장은 1.7m정도이고 체중은 80~130kg 정도이다. 갓 태어난 새끼는 몸길이 80cm에 체중이 약 10kg 정도 된다. 수명은 약 30년으로 알려져 있다. 점박이물범은 서해와 동해, 오호츠크, 캄차카반도, 베링해, 알래스카 연안에 서식하며 국내는 백령도가 가장 큰 서식지로 매년 300여 마리가 회유하여 여름을 지낸다. 가로림만에도 10마리 내외의 점박이물범이 매년 꾸준하게 찾아오고 있다. 서식권역에서 번식 개체군은 크게 3그룹이 있는데 서해+동해, 오호츠크해, 캄차카반도+베링해+알래스카만 계군이다. 일시적인 일부일처제를 이루며 1월~3월 유빙위에서 새끼를 낳는다. 다양한 어류와 갑각류 및 두족류를 즐겨 먹는다.

 

서해 개체군은 겨울철 겨울 보하이만에서 번식을 마치고 봄에 남하 시작하여 산둥반도와 백령도에서 여름을 지낸 다음 늦가을에 다시 보하이만으로 이동하는 회유를 하며 동해 개체군은 러시아 연해주의 피터대제 만에 연중 머무르나 일부 개체들이 겨울철 남하하여 강원 및 경북 연안에 분포하기도 한다. 최근 위성추적장치를 이용한 결과 러시아 연해주의 포시예트 만에서 중국 보하이만까지 이동한 사례가 세계 최초로 관찰되어 두 개체군이 하나의 계군을 이루고 있거나 혹은 각각의 계군으로 분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증명하였다.

 

중국 측 조사결과에 따르면 1940년대 서해 전체에 약 8,000마리가 서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죽, 약재, 고기 등을 얻기 위해 이루어진 남획으로 인해 1980년대에 2,300마리로 급감하였고 1990년대 이후 600마리 미만으로 감소했다가 최근 1,200마리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백령도에는 매년 3~400마리 정도 회유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 연해주 개체군은 약 3,000마리로 서해보다는 풍부한 편이다. 오호츠크해 계군과 캄차카반도+베링해+알래스카만 계군은 각각 10만 마리로 추정되고 있으며 오호츠크에서는 매년 300마리 이상 포획하여 이용하고 있다.

 

30년 이상의 긴 수명을 가지고 해양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의 역할을 하며 넓은 분포범위와 뛰어난 이동 능력을 지닌 점박이물범은 생태 교란과 환경 변화에 비교적 강한 것첨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새끼를 한 마리씩만 출산하고 새끼가 성장하여 다시 재생산에 참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개체군이 감소하여 절멸에 가까워질 경우 다시 회복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점박이물범을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정한 해양보호생물로 보호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멸종위기 야생동물 II급 및 천연기념물 제331호로 지정하여 보전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역시 급속히 감소하는 점박이물범을 보전하기 위해 1988년에 국가1급 중점보호 야생동물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도 2006년부터 매년 백령도를 중심으로 “점박이물범 서식현황 조사”를 수행하며 이들의 개체수 변화와 이동 패턴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점박이물범은 백령도 한 곳에만 머물지 않고 먹이를 찾기 위해 하루에도 100km 이상을 유영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백령도에서 위성추적장치를 부착 후 방류한 점박이물범 한 마리는 방류 직후 백령도 인근 북한 수역인 황해도 옹진군 일대에 잠시 머물렀다가 강화도를 거쳐 영종도까지 이동했다. 이후 북상하여 대청도와 백령도를 지나 평안남도 남포시에 머물다 중국 해역으로 넘어갔다.

 

이렇듯 서해 전역이 서식지인 점박이물범 연구와 보존을 위해서는 우리 노력만으로 충분치 않다. 서식권역인 북한, 중국의 보존 노력 또한 절실한 것이다. 우리 바다에서 점박이물범 개체수를 파악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개체수가 증가한 징후는 없다. 그러나 정부-환경단체(녹색연합)-백령도 주민이 힘을 합쳐 점박이물범 보존을 위해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백령도 하늬바다 일대에 물범을 위한 인공쉼터가 조성되었다. 백령도에는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모임”도 생겼다. 이런 노력들이 쌓이면 더 많은 점박이물범을 서해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조피볼락, 쥐노래미 같은 먹이가 풍부한 백령도에서도, 새끼를 출산하고 기르는 중국 랴오둥 만에서도, 랴오둥 만과 백령도를 오가는 길목인 북한 수역에서도 그물에 걸리거나 포획되지 않고 잘 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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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고래연구센터 박사)

우리 바다에서 서식하는 해양생물에 관한 전문적인 조사와 연구를 하는 국립수산과학원의 고래연구센터 해양수산연구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돌이로 유명한 남방큰돌고래 문제를 세상에 처음 알렸고, 고래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고래 공부를 하여 전문가가 된,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드문 고래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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