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세상_생태환경전문잡지 232호] 생명과 공존의 상징, 점박이 물범 _점박이물범 보호를 위한 전망 및 방향

2019년 11월 28일 | 점박이물범, 초록세상

기획특집: 생명과 공존의 상징, 점박이 물범


○백령도 점박이물범 보호를 위해 걸어온 길_편집위원회

○서해를 대표하는 기각류, 점박이물범 _김현우(고래연구센터)

○우리나라 점박이 물범 서식 현황과 위협요인_편집위원회

○점박이물범을 지키는 사람들

○점박이물범 보호를 위한 전망 및 방향_박정운(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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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박이물범 보호를 위한 전망 및 방향

 

지구적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생물다양성 감소의 위기나 환경 질의 악화 문제에 대해 2010년 생물다양성 협약에서는 보호구역을 늘리고 멸종위기의 생물과 유전자원의 다양성 보호를 강조했다. 그리고 보호구역의 면적을 2020년까지 육상 17%, 해양 10%까지 늘리라는 정량적인 목표를 제시하였다. 자연보전 분야에서 보호구역 설정은 오래전부터 중요한 보호정책으로 주목받았으며,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2015, UN)에서는 자연환경의 보호와 지속가능한 이용을 국제사회가 달성해야 하는 목표 중 하나로 보호구역 설정을 제시하였다.

 

국가가 자연자원을 관리하는 것을 보장하고 있는 우리 정부 역시, 멸종위기 생물종이나 그 서식지 및 중요한 생태계에 대한 보호관리 정책으로 보호구역 정책을 적용해 왔다. 그러나 그 동안 정부 주도의 일방적 보호정책(보호구역 지정 및 보전) 추진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민들과 심각한 갈등을 겪었으며, 이로 인해 주민들의 의견수렴이나 참여는 물론 반대로 인해 실질적인 효과를 얻기 힘들었다.

 

특히, 보호 대상(지역, 종)이 주민들이 삶의 터전으로, 생계수단으로 적극 이용해 온 공간일 경우, 보호 방법 및 공간 계획에 대한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고 심각했다. 바다처럼 공공자원의 성격이 강하고 다양한 형태의 이용행위가 이뤄지는 공간에서는 생물다양성 보호뿐만 아니라 수산자원의 지속가능한 생산과 어촌 공동체 유지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등 더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의 보호구역 정책도 이러한 문제들을 일부 수용하며 개선하고 있으나 오랫동안 쌓여 온 보호구역에 대한 지역주민의 불신은 쉬이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천연기념물 점박이물범의 최대 서식지인 백령도 역시 서식지 보전 방안(보호구역 지정 등)을 둘러싼 어민들과의 갈등이 있다. 서해 NLL을 따라 백령도 어장의 협소함과 중국 어선의 남획, 수산자원의 고갈, 해양생태계의 변화 등으로 어업 활동의 제약이 컸던 백령도 어민들에게 해당 어장 내의 점박이물범의 집단 서식은 또 다른 피해 발생 요인이 되어왔다. 점박이물범의 백령도 내 주요 서식지 3곳이 백령도의 3개 어촌계의 어장과 동일하게 겹치고 있고, 이로 인해 어민들은 물범에 의한 어망 훼손 및 어획량 유실, 낚시 방해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호구역 정책 추진 및 방향은 어업활동의 규제를 가져와 어민들에게 더 많은 피해를 가져다 줄 수밖에 없다며 어촌계를 중심으로 강하게 반대해 오고 있다.

 

녹색연합은 이러한 보호정책의 복합성과 문제점을 검토하고 2007년부터 민관협력을 통한 지역사회 중심의 점박이물범 보호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지역의 사회경제구조와 주민들의 삶과 의식에 기반을 두어 점박이물범 보호와 지역 발전을 연계하고 있다.

 

@이상규

 

 

지역사회 중심, 주민 참여활동을 통한 보호방안 마련을 위해

무엇보다 주민참여가 공공 정책수단으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닌, 현실에서 주민들의 실질적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주민인식증진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07년부터 해양생태관광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물범 보호와 지역의 사회경제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모색했다. 그리고 지역 내에 청소년 물범동아리(백령중고, 2016년 ~ 현재)와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2013년~현재, 점사모) 등 점박이물범 보호와 백령도 지역사회의 발전 전망을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지역 주체들을 형성하고 이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윤용빈(백령고3, 물범동아리 부회장) 학생은 동아리 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 주변 어른들이 물범 보호활동을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지만 학생들이 나서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점박이물범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동아리 학생들도 점박이물범이 찾아오는 백령도의 주민으로서 주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꾸준한 탐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껴요. 아쉬운 것은, 점박이물범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백령도에 물범 연구와 홍보 센터가 하나도 없는데, 이런 기관이 백령도에 있다면 학생들이 지역의 생태 연구와 보호 활동은 물론 자신들의 미래를 꿈꾸고 개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백령도 두무진이 고향인 유신자(점사모) 회장도 어민들이 물범을 꼭 싫어하는 것만은 아니다 라며, 지역사회가 중심이 돼 물범과 그 서식지를 보호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 활성화 방안을 함께 마련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힘을 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처럼 백령도 지역사회 내에 물범에 대하여 설명하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고, 확장되어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9일 백령도 하늬바다 앞에 새로 조성한 점박이물범 인공 쉼터와 인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점박이물범 27개체가 확인되면서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언제쯤 인공쉼터를 이용할까 많은 사람들이 노심초사 기다려왔던 것이다. 점박이물범 인공쉼터는 2016년 8월 3일 인천녹색연합이 주최한 ‘백령도 해양생태계 보호‧수산발전을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에서 백령도 지역주민들의 제안으로 검토되었다. 당시 주민들은 ‘하늬바다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 개체수에 비해 물범바위가 좁아서 물범들이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으니 인공 쉼터를 만들어주고 그 아래 인공어초를 조성하여 물고기들이 서식하도록 함으로써 어망 훼손 등을 줄이는 방법’을 제안하였고 해양수산부가 이를 정책화하여 2018년 11월에 하늬바다에 섬 형태(350㎡, 길이20m x 폭17.5m)로 조성한 것이다. 처음으로 백령도에서 점박이물범을 위해 지역주민, 환경단체, 정부가 협력하여 이뤄낸 사례였다.

이제 하늬바다의 물범바위와 인공쉼터 이용을 통해 점박이물범의 서식이 안정화 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범동아리와 점사모 회원들은 그 동안처럼 하늬바다 물범 모니터링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물범이 서식하고 있음으로 해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주민, 행정, NGO, 전문가, 사회적기업 등)과 함께 구체적으로 만들어가기로 했다.

 

생태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필요

점박이물범 해양생태관광 프로그램 개발, 점박이물범 생태학교 운영 및 생태해설가 양성, 점박이물범 브랜딩 및 기념품 개발, 지역특산품 브랜드 가치 및 인증제 도입, 점박이물범의 날 축제 확대, 점박이물범이 서식하는 백령도 슬로피쉬 여행, 어가와 연계한 해변의 식탁(SEA TO THE TABLE),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도입, 어업과 생태계 보존 형의 관광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가능한 어촌을 위한 프로그램 정착 등 중장기적으로 지역 내 복지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까지 고민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설계한 점박이물범 보호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남북관계 패러다임의 변화가 가져 올 서해접경해역에 대한 공동 이용 구상에 따른 점박이물범 서식환경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남북한 및 한중 간의 협력을 통한 황해권 점박이물범 보호 방안 마련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점박이물범의 번식지인 중국의 랴오둥만과 서식지인 먀오다오군도, 후핑다오, 슈앙타이즈 하구, 한반도 서해안을 따라 청천강 하구, 초도, 해주와 백령도와 가로림만 등을 중심으로 황해 물범 보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이러한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기후변화, 남획, 오염, 해양쓰레기 등 물범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공동 조사 및 연구 등을 통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고 실질적인 보호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황해권 점박이물범의 보호를 위한 남북한 및 한중 간의 논의의 장이 마련될 수 있도록 민간차원에서의 노력과 함께 백령도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주민들과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남북해양협력의 장을 통해 점박이물범이 주로 서식하고 있는 백령도와 옹진반도(해주), 청천강 하구와 초도 등을 연결한 남북한 해양생태관광도 지역사회와 같이 준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범에겐 NLL이 없듯이 오랫동안 남북 갈등과 분쟁의 현장이었던 백령도가 남북한을 자유롭게 오고가는 점박이물범을 통해 서해접경해역의 평화와 생태적 공간으로 새롭게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그 날을 기대한다.

 

*작은것이아름답다 267호 ‘백령도 점박이물범의 바다’에 실린 글의 내용을 일부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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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운(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

1996년부터 녹색연합 본부 및 녹색사회연구소에서 활동을 했으며, 2006년 한-중 점박이물범 공동조사로 백령도에서 점박이물범을 처음 만난 게 인연이 되어 현재는 점박이물범 보호와 지역사회의 공존을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기획특집 <점박이물범> 내용 보기:

백령도 점박이물범 보호를 위해 걸어온 길(편집위원회)   https://greenincheon.org/?p=173379

서해를 대표하는 기각류, 점박이물범 (김현우/고래연구센터) https://greenincheon.org/?p=173460

우리나라 점박이 물범 서식 현황과 위협요인(편집위원회) https://greenincheon.org/?p=173500

점박이물범을 지키는 사람들-1)후손들도 점박이물범을 볼 수 있도록 https://greenincheon.org/?p=173582

-2)우리가 나섰다 https://greenincheon.org/?p=173595

-3)가로림만에도 점박이물범이 살아요 https://greenincheon.org/?p=173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