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해안단구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국토의 면적에 비해 해안선의 길이가 길다. 서해안과 남해안은 해안선이 복잡하고 섬이 많은 반면 동해안은 단조롭고 섬이 적다. 또 서해안은 경사가 완만하고 갯펄이 발달한 반면 동해안은 급경사를 이루면서 모래해안이 발달해 주문진에서 강릉 사이는 거의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다시피 한다. 그런데 강릉인근 안인해수욕장에서 옥계해수욕장 사이에 펼쳐진 15km 남짓한 해변에는 모래층이 끊어지면서 깎아지른 바위절벽의 절경이 해수욕장을 대신한다. 특히 강릉시 정동진에서 금진 사이, 바다쪽으로 불쑥 삐져 나온 육지는 안인해수욕장이나 옥계해수욕장쪽에서 바라보면 거의 수평에 가까울 정도로 평탄해 특이한 느낌을 준다. 이 대지의 높이는 해발 75 ~ 80m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해안단구다. 단구란 표면이 평탄하고 주위가 급사면이나 절벽으로 끊긴 계단형의 지형으로 강을 따라 발달하면 하안단구이고 해안을 따라 발달한 것은 해안 단구이다. 정동진2리 마을을 휘감으며 심곡쪽으로 난 지방도를 따라 비탈길을 2,3백m 오르면 오른쪽은 해발 3백m 이내의 산이 이어지고 왼쪽으로는 평탄면, 즉 단구의 표면이 시작된다. 적갈색의 흙과 모래 또는 자갈로 이뤄진 평탄면은 해안까지의 폭이 7백m 이상인 곳도 있으며 중간중간에 대지를 가로지르는 작은 계곡이 발달해 있다. 반면 해안은 들쭉날쭉하지만 수직에 가까운 바위절벽으로 이뤄져 맑고 푸른 바다, 부서지는 파도와 함께 어우러져 양양의 낙산사나 청간정 해안을 방불케 한다.
이런 해안단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담고 있는 지사(지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해안단구는 하안단구와 마찬가지로 물이 만드는 조화다.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파식대지나 퇴적물이 쌓인 바다속 대지가 해수면이 낮아지거나 땅이 융기해 바다 위로 드러난 것이 바로 해안단구다. 그러므로 단구면의 높이는 과거 바다물의 높이가 그곳까지 와 있었던 때가 있었으며 따라서 현재로는 정확하게 추정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한반도의 면적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던 때가 상당기간 계속됐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거다. 이런 해안단구는 동해안의 경우 동해시 북평지역, 포항 북부와 포항에서 울산 사이 3 ~ 65m 사이의 높이로 발달해 있고 서산 해안에도 나타난다. 관광지로 유명한 부산의 태종대도 해안단구의 대표적인 지형이다. 동해안이 단조롭고 해안단구가 비교적 발달한 반면 서해안과 남해안은 복잡하고 섬이 많아 한때는 동해안이 융기해안이고 서.남해안은 침강해안으로 해석하는 일제하 일본인 학자의 견해가 교과서에까지 실렸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연구결과 중생대 이후 한반도의 지반운동이 활발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서.남해안에서도 해안단구나 단구성 지층이 발견되면서 이런 구분은 전혀 근거없는 것으로 밝혀져 폐기된 상태다.
출처 : <한겨레신문> 자연사 기행- 한반도는 숨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