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와 함께 봄을 몰고 오는 꽃

2004년 3월 22일 | 울림

제비꽃 [img:jaebe.jpg,align=,width=300,height=199,vspace=0,hspace=0,border=1] 높은 산에 자라는 구름제비꽃, 꽃이 큰 왕제비꽃, 고깔을 닮은 고깔제비꽃, 잎이 단풍잎을 닮은 단풍제비꽃, 아담하고 다소곳한 각시제비꽃, 남산에 사는 남산제비꽃, 태백에 사는 태백제비꽃, 백두산에 사는 장백제비꽃, 노랑제비꽃, 알록제비꽃, 졸방제비꽃…. 제비꽃 종류의 일부다. 제비꽃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4300여종의 식물 중에서 가장 많은 종류와 이름과 꽃색깔을 가진 식물로 봄이면 누구나 쉽게 떠올리는 봄의 상징같은 꽃이다. 이른 아침 영롱한 이슬을 꽃잎에 달고 봄의 싱그러움을 가득 안고 피는 제비꽃은 꽃잎의 한쪽이 동그랗게 모아지고 다른 한쪽은 품위있게 적당히 벌어지는 독특한 모습으로 날아갈 듯 어여쁘게 핀다. 강남 갔던 제비가 봄을 입에 물고 돌아올 때쯤 핀다 하여 제비꽃이라고 한다. 북녘 국경지대에서는 춘궁기에 오랑캐가 먹을거리를 구하러 쳐들어올 때쯤 핀다고 하여 오랑캐꽃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또 꽃의 생김새가 씨름하는 모양 같다고 씨름꽃, 갖난 병아리처럼 귀엽다고 병아리꽃, 키가 작다고 앉은뱅이꽃 등으로 불린다. 한방에서는 자화지정이라 불리며 지혈제로 쓰거나 치통에 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제비꽃속의 식물은 거의 외국학자들에 의해 학명을 얻게 되었는데 학자들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략 60여종으로 무척 다양하다. 가녀린 모습의 꽃모양 때문인지 꽃말이 ‘겸양’, ‘성실’, ‘나를 생각해주세요’, ‘행복’, ‘수줍음’ 등 다양하다. 또 꽃말의 의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녀들이 특히 제비꽃을 좋아해 노랫말이나 시, 수필 등에 많이 나타난다. 소녀뿐만 아니라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갈고리 모양의 꽃 꼭지를 걸어 잡아당겨 약한 줄기가 먼저 끊어지면 끊어지지 않은 편이 승리하는 꽃싸움, 씨앗이 약간 검게 익는 것과 희게 익는 것 중에 희게 익은 씨앗을 찾는 편이 승리하는 쌀밥·보리밥 찾기, 꽃으로 반지나 목걸이 만들기 등 여러가지 놀이를 했던 기억이 새로울 것이다. 한국자생식물원 구절초 밭에는 제비꽃이 유난히 많다. 구절초는 가을에 피며 키가 비교적 작다. 따스한 봄날에 일찍 꽃을 피우고 초여름이면 여름잠을 자는 제비꽃이 더불어 살기에 좋은 조건이어서 제비꽃이 무리지어 많이 자란다. 하얀 눈물같은 흰젖제비꽃, 꽃잎 무늬가 아름다운 알록제비꽃 등 다양한 제비꽃이 다투어 피는 봄철, 식물원은 제비 천국이다. 제비꽃은 대개 무리지어 자라며 잎이나 줄기에 비해서 뿌리가 무척 잘 발달되어 있다. 6월이 되면 번식을 위해 씨앗을 떨구고 더위가 오기 전에 꽃과 꽃대가 같이 시든다. 여느 우리 꽃과 마찬가지로 조금은 덜 여문 씨를 받아 바로 뿌려주는 것이 좋다. 깊은 화분에 심어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면 해를 바꿔가며 예쁜 제비꽃을 볼 수 있다. 김창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