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초록누리 후기 – 2010년 3월 12일
모임: 문턱 없는 밥집 // 때 : 3월 12일 오전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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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 년 동안 <식물의 잃어버린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원당 초록누리 식구들은,
올해는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로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눈이 분분히 내렸던가요. 바람이 처연히 지나갔던가요.
하루 전날, 법정 스님이 입적하셨지요.
초봄인데도 늦가을의 쓸쓸함이 느껴지는건 어째서였을까요.
가장 먼 곳, 구미에서 오시는 햇살님이 숨차게 들어서시고,
우리는 두툼한 <노자 이야기>를 탁자에 올려놓았지요.
그 후에도 잠시 동안 향긋한 감잎차를 마시며
우리는 창밖을 바라보거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무엇인가를 기다렸습니다.
무엇인가 따스한 것. 무엇인가 의미로운 것…. 그것이 무엇이었을까요.
“오늘은 노자 이야기로 들어서기 전에 먼저 들려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초록지렁이 선생님이 읽어주신 것은 고려대학교를 자퇴한다는 김예슬 양의 글이었습니다.
조금 길지만, 전문을 옮겨봅니다.
자발적 퇴교를 앞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나는 25년간 긴 트랙을 질주해왔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금 나는 멈춰서서 이 트랙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야 나는 알아차렸다. 내가 달리고 있는 곳이 끝이 없는 트랙임을 이제 나의 적들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세계를 무대로 너의 능력만큼 자유하리라’는 큰 배움없는 ‘大學없는 대학’에서 나는 대학과 기업과 국가, 그들의 큰 탓을 묻는다. 이 시대에 가장 위악한 것 중에 하나가 졸업장 인생인 나, 나 자신임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 대학을 거부한다.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시들어버리기 전에, 나는 길을 잃을 것이고 상처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삶이기에. 생각한대로 말하고 말한대로 행동하고 행동한대로 살아내겠다는 용기를 내련다. 내가 거부한 것들과의 다음 싸움을 앞두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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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담은 목소리는 힘이 셉니다. 그 목소리는 듣는 사람들의 가슴에 어떤 모양으로든 파문을 일으키고,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하지요.
각자의 시각에 따라 여러 가지 생각이 태어나고, 여러 가지 말들이 오갔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도 저마다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예슬양을 평가하겠지요.
그렇지만, 그녀가 그 글을 써서 행동으로 보여주었기에,
수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이 형체를 갖고 자라나게 되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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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젊은 목소리를 듣고 난 후.
우리는 수 천년 전에 생겨나서 아직도 큰 울림으로 들려오는 <노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노자께서는 무위자연(無爲自然) 네 글자를 말씀하시려고 수천 자를 말씀하셨습니다.
자연은 무엇인가? 우리 인간의 눈으로 자연을 볼 수 있겠는가?
다만 작은 이름 끄트머리를 붙잡고 미루어 짐작하고 느낄 뿐입니다.”
선생님의 이 말씀이 이날 <노자>공부의 시작이고 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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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울림 모임에서, 야생화의 이름에 관심을 갖는 회원에게
그 꽃의 이름을 알려주시면서도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지요.
“ <그 이름>을 아는 것이 <그>를 아는 것이 아니다.
이름에 얽매이지 마라.
이름은 <그>에게 다가가기 위한 작은 수단이요 길일 뿐이다.
보이는 것을 통해 그 뒤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고 이해하자.”
이미 그때부터 선생님은 노자 이야기를 시작하신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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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간부터는 본론으로 들어가서 도덕경 제 1장을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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