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 초록누리 3월 후기

2010년 3월 22일 | 회원소모임-기타

원당초록누리 후기 – 2010년 3월 12일

 

모임: 문턱 없는 밥집    //     때 : 3월 12일 오전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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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 년 동안 <식물의 잃어버린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원당 초록누리 식구들은,
올해는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로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눈이 분분히 내렸던가요. 바람이 처연히 지나갔던가요.

        하루 전날, 법정 스님이 입적하셨지요.

 초봄인데도 늦가을의 쓸쓸함이 느껴지는건 어째서였을까요.

 가장 먼 곳, 구미에서 오시는 햇살님이 숨차게 들어서시고,
 우리는 두툼한 <노자 이야기>를 탁자에 올려놓았지요.

        그 후에도 잠시 동안 향긋한 감잎차를 마시며
             우리는 창밖을 바라보거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무엇인가를 기다렸습니다.

    무엇인가 따스한 것. 무엇인가 의미로운 것….  그것이 무엇이었을까요.

 “오늘은 노자 이야기로 들어서기 전에 먼저 들려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초록지렁이 선생님이 읽어주신 것은 고려대학교를 자퇴한다는 김예슬 양의 글이었습니다.

          조금 길지만, 전문을 옮겨봅니다.

 

자발적 퇴교를 앞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G세대로 ‘빛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그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다리기를 하는 20대.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20대.
우리들의 다른 길은 이것밖에 없다는 마지막 믿음으로
이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나는 25년간 긴 트랙을 질주해왔다.
친구들을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나를 앞질러 가는 친구들에 불안해하면서.
그렇게 ‘명문대 입학’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더 거세게 채찍질 해봐도 다리 힘이 빠지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

지금 나는 멈춰서서 이 트랙을 바라보고 있다.
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취업이라는 두 번째 관문을 통과시켜 줄 자격증 꾸러미가 보인다.
다시 새로운 자격증을 향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이제야 나는 알아차렸다. 내가 달리고 있는 곳이 끝이 없는 트랙임을

이제 나의 적들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이름만 남은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이다.
국가와 대학은 자본과 대기업의 ‘인간제품’을 조달하는 하청업체가 되었다.
기업은 더 비싼 가격표를 가진 자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온갖 새로운 자격증을 요구한다.
10년을 채 써먹을 수 없어 낡아 버려지는 우리들은 또 대학원에, 유학에 돌입한다.

‘세계를 무대로 너의 능력만큼 자유하리라’는
 넘치는 자유의 시대는 곧 자격증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졸업장도 없는 인생이, 자격증도 없는 인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큰 배움없는 ‘大學없는 대학’에서 
우리 20대는 ‘적자세대’가 되어 부모 앞에 죄송하다. 
젊은 놈이 제 손으로 자기 밥을 벌지 못해 무력하다.  
스무살이 되어서도 꿈을 찾는게 꿈이어서 억울하다. 
언제까지 쫓아가야 하는지 불안하기만 하다.

나는 대학과 기업과 국가, 그들의 큰 탓을 묻는다.
그러나 동시에 내 작은 탓을 묻는다.

이 시대에 가장 위악한 것 중에 하나가 졸업장 인생인 나, 나 자신임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 대학을 거부한다.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시들어버리기 전에,
쓸모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이제 나에겐 이것들을 가질 자유보다는 이것들로부터의 자유가 더 필요하다.

나는 길을 잃을 것이고 상처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삶이기에.

생각한대로 말하고 말한대로 행동하고 행동한대로 살아내겠다는 용기를 내련다.
이제 대학과 자본의 이 거대한 탑에서 내 몫의 돌멩이 하나가 빠진다.
탑은 끄떡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을 버리고 진정한 大學生의 첫발을 내딛는 한 인간이 태어난다.

내가 거부한 것들과의 다음 싸움을 앞두고 말한다. 
그래, “누가 더 강한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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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을 담은 목소리는 힘이 셉니다. 그 목소리는 듣는 사람들의 가슴에 어떤 모양으로든 파문을 일으키고,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하지요.

     각자의 시각에 따라 여러 가지 생각이 태어나고, 여러 가지 말들이 오갔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도 저마다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예슬양을 평가하겠지요.

       그렇지만, 그녀가 그 글을 써서 행동으로 보여주었기에,

   수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이 형체를 갖고 자라나게 되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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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의 젊은 목소리를 듣고 난 후.

우리는 수 천년 전에 생겨나서 아직도 큰 울림으로 들려오는 <노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노자께서는 무위자연(無爲自然) 네 글자를 말씀하시려고 수천 자를 말씀하셨습니다.
     자연은 무엇인가? 우리 인간의 눈으로 자연을 볼 수 있겠는가? 
        다만 작은 이름 끄트머리를 붙잡고 미루어 짐작하고 느낄 뿐입니다.”

선생님의 이 말씀이 이날 <노자>공부의 시작이고 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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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울림 모임에서, 야생화의 이름에 관심을 갖는 회원에게
     그 꽃의 이름을 알려주시면서도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지요.

    “ <그 이름>을 아는 것이 <그>를 아는 것이 아니다.
        이름에 얽매이지 마라.
         이름은 <그>에게 다가가기 위한 작은 수단이요 길일 뿐이다.
          보이는 것을 통해 그 뒤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고 이해하자.”

   이미 그때부터  선생님은 노자 이야기를 시작하신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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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간부터는 본론으로 들어가서  도덕경 제 1장을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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