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철새들의 피난처(?)인 청라매립지에 이번에는 황새가 찾아왔다. 3월4일(토) 오후 3시경 서부공단 부근, 물이 고여 있는 농경지에서 큰고니가족 6마리와 수천마리의 기러기와 청둥오리 무리 사이에서 황새 4마리가 관찰되었다. 황새는 과거 ‘송단(松檀) 황새’ 또는 ‘관학(鸛鶴)’이라 하여 그림과 자수 등에 자주 등장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 흔히 관찰되던 텃새였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서식지의 파괴 등으로 요즘은 겨울에만 적은 수가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세계적인 보호새이다. [img:QWEQER.jpg,align=left,width=270,height=203,vspace=0,hspace=6,border=1]지금까지 녹색연합의 조사에 의하면 청라지구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조류만 이번에 확인된 황새(199호)를 비롯하여 큰고니(201호), 흑두루미(제238호), 노랑부리저어새(제205호), 황조롱이(323호), 잿빛개구리매(제323호), 수리부엉이(제324호), 칡부엉이(제324호) 등 8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환경부 보호종으로 지정된 말똥가리, 큰말똥가리, 반딧불이, 큰주홍부전나비, 알락해오라기, 흰기러기 등도 관찰되고 있다. 조류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런 현상은 겨울철새들은 주로 서해안 갯벌을 따라 도래하는데 갯벌 매립 등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의해 삶의 터전을 빼앗겨버리고 이곳 청라매립지까지 쫓겨온 것이라 한다. 실제로 3월24일로 예정된 물막이공사로 사형선고를 받아놓은 새만금 갯벌, 경제자유구역으로 현재 개발이 한창인 송도와 영종도 갯벌 등 서해안 어디를 가도 새들이 안심하고 쉬면서 번식과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황새, 고니, 두루미 등 희귀철새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인천을 찾아온 것은 기쁜 일임에 틀림없으나 그들의 마지막 피난처인 청라매립지마저 동북아시대의 서해안 개발이라는 허울로 허위/과대 포장된 경제자유구역 개발 사업을 통한 개발이익에 눈먼 소수 인간들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음을 생각할 때 마음놓고 기뻐할 수만은 없다.[img:QWEQE.jpg,align=right,width=270,height=203,vspace=0,hspace=6,border=1] 자본논리로 똘똘 뭉쳐있는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서는 생물자원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하여 전 세계 각 지역의 생물종에 대한 수집과 보전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실례로 미국국립암연구소에서는 주목나무에서 추출한 항암물질 택솔(Taxol)로 매년 5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멸종위기의 동식물에 대한 보전활동뿐 아니라 심지어는 세계보건기구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퇴치된 것으로 선언한 천연두의 종균도 보관하고 있다. 그런 이유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일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한국토지공사 등 관계자들이 이런 세계적인 흐름을 알고서도 생명파괴의 공사를 강행한다면 업무상 직무유기/ 방임죄에 해당할 것이며, 모르고 있다면 자신들의 무지를 탓해야 할 것이다. 또,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아버리는 것은 칼을 든 강도보다 더 중한 범죄행위이다. 우리는 이미 개발과 자본의 논리에 의해 터전이 파괴되고 뭇생명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너무나도 많이 목격했다. 이곳 청라매립지는 자신의 땅에서 쫓겨난 황새들을 비롯한 생명들이 마지못해 선택한 마지막 피난처이다. 이들이 안심하고 매년 청라매립지를 찾아와 우리 아이들과 저녁놀에서 함께 물들길 간절히 바란다. 2006. 3. 6 생태도시부 장정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