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좋은 날엔 푸른 섬 ‘강화도’로 두 바퀴를 굴려보세요~

2007년 5월 28일 | 섬•해양

1년 열두 달 중 ‘푸른 달’이라고 하면 어떤 달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요? 녹색연합에서 우리말로 지은 달 이름을 살펴보면 5월을 모든 것이 푸른빛으로 가득 찬 ‘푸른 달’이라 불러요. 그 이름도 절묘하게 5월초에서 중순사이에 자전거를 타고 가로수 길을 달리다보면 연두 빛 생그런 기운이 완연하여 푸릇푸릇한 잎사귀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온 몸이 초록빛깔로 물들어 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해요. [img:DSCN0269.jpg,align=,width=390,height=520,vspace=0,hspace=0,border=0] 연두빛 이파리들이 바람결에 나부끼며 전하는 초록 수다가 한창인 5월 중순, 인천녹색연합 ‘자전거세상’ 식구들이 강화도로 자전거생태기행을 다녀왔습니다. 바람 좋고 햇살 좋은 토요일 오후, 자전거세상 식구들 몇 명은 강화도로 가기 전,  ‘33잔차질’에 참가해 자전거 몸풀이(?)를 했지요. 부평역 앞으로 쭉 뻗은 차도의 한 차선을 30여대의 자전거가 하나 되어 달리는 모습은 어느 잘 빠지고 화려한 자동차 행렬보다도 훨씬 빛나 보였습니다. [img:사진 101.jpg,align=,width=520,height=390,vspace=0,hspace=0,border=0] 33잔차질에 마음을 모으고 난 뒤 사무실 근처에서 자전거 세상 식구들을 몇 명 더 만나 용달차에 자전거를 싣고 강화도로 출발했어요. 강화대교를 건너 강화시내를 지나 48번 국도를 타고 쭉 달려 황복순 선생님의 고향인 양사면 교산리에 도착했을 즈음엔 붉은 노을이 푸른 하늘 뒤로 자취를 감춘 뒤였습니다. 교산리 입구에서는 북한과 인접해 있는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이라 검문을 하고 있었는데, 민통선 지역을 통과하려면 해당부대에 사전연락해서 출입허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해요. 자전거세상 일행은 양사면에 살고 계신 황복순 선생님의 아버님 덕분에 쉽게 통과할 수 있었어요. 시골집에 짐을 풀고 한 숨을 돌리고 나니 개굴개굴 개구리 소리가 잠 못 이룰 정도로 논과 밭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어느 새 어두워진 밤하늘에는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어요. 자전거세상 식구들과 오순도순 저녁 시간을 보내고 푹 자고 일어나니 어느 새 다음 날 아침이 되었어요. 시골의 아침 공기를 마시니 전날의 피로를 싹 씻어주는 듯 상쾌한 기분. 아침식사를 한 뒤, 다들 출발 준비를 하는데 황영진 할아버지(황복순선생님의 아버님)께서 나오셔서 자전거를 하나하나 직접 손봐주셨어요. 자전거포를 20년간 운영하신 경력을 갖고 계신 할아버지 덕분에  삐그덕 삐그덕 거리던 핸들도, 바람 빠진 바퀴도 안전하게 바로 잡은 뒤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덕분에 자전거여행에 있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안전’임을 다시 한 번 기억하고 출발 할 수 있었답니다. [img:DSCN0222.jpg,align=,width=390,height=520,vspace=0,hspace=0,border=0] 양사면 교산리에서 덕하천을 따라 해안도로로 진입하자 한강하구와 만났어요. 군사지역이라 가까이 갈 수는 없었지만 북한과 김포시 일대가 보이는 양사면에서는 한강하구를 보며 달릴 수 있었습니다. 한강하구는 우리나라 4대강 중 기수역이 단절되지 않은 곳이라고 해요. (‘기수역’이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으로 생물종다양성이 높고 생물이동통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을 말합니다.) 강화 앞바다에서 김포, 파주, 고양까지 강줄기가 막히지 않고 이어져 거대한 기수역을 형성하고 있는 한강하구는 서해생태권을 살리는 젖줄로 여러 생물들의 중요한 서식처이기도 합니다. 도요새, 물떼새, 오리류, 기러기류, 두루미류, 저어새류, 갈매기류, 백로류, 독수리류 등 다양한 물새들의 중간귀착지 이자 월동지 및 번식지이기도 하구요. 이런 물새들이 한강하구를 이용하는 이유는 먹이원이 풍부하고 저습지와 수로가 풍부해 생명부양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한강하구는 서해와 만나 강화도 남북단 해안 염습지를 이루고 있는데 아래로 경기만 습지로 이어져 중요한 서해 연안습지 생태축을 구성하고 있어 지정학적 중요성이 높은 곳이라고 합니다. (한국어린이식물연구회 회장 한동욱 선생님의 ‘한반도 생태축의 1번지, 한강하구’ 글을 참조했습니다.) [img:DSCN0239.jpg,align=,width=520,height=390,vspace=0,hspace=0,border=0] 철책 넘어 한강하구를 사이에 두고 둘로 나뉜 남북을 보았어요. 민통선 지역인지라 중간 중간 마주치는 검문소와 멀리 보이는 북한을 보니 가까이에 있지만 오고가지 못하는 분단의 현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화도의 소박한 시골풍경을 따라 달리던 중 저 멀리 논에 하얀 새 열 댓 마리가 앉아 있는 걸 보고 무슨 새일까? 궁금해 하며 잠시 멈춰 새를 보고 있는 찰나, 바로 앞에 있는 논 위에 팝콘을 뿌려놓은 것처럼 하얀 무언가가 쫙 펼쳐져 있는 것 아니겠어요? 깜짝 놀라 가까이 다가가보니 세상에 그건 팝콘이 아니라 우리가 찾고 있는 매화마름 군락지였어요. 꽃이 너무도 작아 자세를 낮추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야 꽃의 생김새를 자세히 살필 수 있었어요. 꽃은 물매화랑 비슷하고 잎은 붕어마름 같이 생겨서 이름을 매화마름이라고 붙였다네요. 이름처럼 정말 매화꽃을 닮았더라구요. 늪이나 연못, 농경지 등에서 사는 물풀 중 하나이고, 5월 초-중순경에 눈꽃처럼 희게 피다가 곧 사라지는 단년생 식물이라고 해요. 지난 60년대에는 흔했는데 지금은 개발로 인해 늪이나 연못이 대부분 파괴되고, 농약 등의 과다 사용으로 대부분 멸종되어 지난 98년 2월26일 네 번째로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됐다고 합니다. 강화도에는 초지면과 당산리에 군락지가 있어 내셔널트러스트가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본 것은 당산리에 있는 매화마름이었어요. 일 년에 한 번 꽃을 볼 수 있는데 자전거세상 식구들은 참 운이 좋았네요! [img:DSCN0301.jpg,align=,width=520,height=390,vspace=0,hspace=0,border=0] [img:DSCN0327.jpg,align=,width=520,height=390,vspace=0,hspace=0,border=0] 강화지석묘에 들러 고인돌을 둘러보고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점심을 먹은 뒤 다시 힘껏 페달을 밟았어요. 그렇게 양사면과 송해면을 지나 강화읍으로 진입! 강화역사박물관에 도착하니 떠날 시간이 다 되었더라구요. 조금 여유롭게 달린지라 원래 목표로 했던 초지진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다음번에 일일 자전거 기행으로 이번에 다 못 달린 코스를 다시 한 번 더 달리자 약속하고 인천으로 돌아왔답니다. [img:DSCN0235.jpg,align=,width=520,height=390,vspace=0,hspace=0,border=0]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렇게 푸른 섬이 가까이 있다는 걸 새삼 느낀 이번 자전거여행에서는 자전거 세상 식구들과 종종 자전거로 훌쩍 떠나고픈 마음이 더욱 크게 부풀어 오른 여행이었어요. 다음번엔 이번에 함께 하지 못해 무척이나 아쉬워했던 자전거세상 회원들과 자전거를 좋아하는 다른 분들과도 꼭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요. 여러분도 바람 좋은 날, 가족들과 함께 혹은 연인과 함께 강화도로 자전거여행 떠나보는 것 어떠세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자전거 두 바퀴를 굴리며 일상의 여유와 즐거움도 둥글게 둥글게 굴려보세요~ – 인천녹색연합 자전거세상 ‘퐁당’~ * 강화역사문화연구소 – http://www.kanghwado.org * 강화시민연대 – http://www.ghpn.or.kr * 강화나들이 – http://www.ganghwado.co.kr * 강화로닷컴 – www.ganghwaro.com * 매화마름 군락지 – http://ntflower.org * 강화갯벌센터 – http://tidalflat.ganghwa.incheon.kr * 곤충생태농원(032-934-9405) * 은암 자연사 박물관(032-934-8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