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인천섬순례]-셋째날 이야기

2007년 8월 7일 | 섬•해양

간밤에 귓가에서 윙윙거리던 모기와의 싸움에서 잠을 설친 뒤 간신히 다시 잠에 든 지 몇 시간이 안되어 빗소리에 잠이 깼다. 요 근래 빗나가던 예보처럼 오늘도 그러하기를 바랐으나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는 적중했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했다는 빗줄기는 굵직했고 바람도 꽤 불고 있었다.


이런 상태로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까지 순례단 모두가 자전거를 타고 가기는 무리였고 배가 제 시간에 뜰지도 미지수였다. 오늘은 영흥도→대부도(방아머리선착장)→덕적도를 돌아봐야 한다. 일단 선착장까지 가서 배의 향방을 기다리기로 했다. 아침식사와 짐 정리를 서둘러 끝내고 빗길 주행이 자신 있는 지원자와 버스를 타고 이동할 팀을 나누어 가기로 했다. 자전거 주행팀은 버스팀보다 일찍 선착장으로 출발했다.

# 빗속을 달리다


맨 앞에서 선두를 이끄는 안전팀장님의 목소리는 절도 있게 순례단원들에게 전달되었고 뒤따라오는 순례단은 안전팀원들의 수신호를 우렁차게 외치며 무사히 선착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었지만 자전거를 타고 빗속을 달린 후의 감흥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벅찼다. 모두가 하나되어 안전하게 달렸다는 생각을 하니 즐겁게 함께 달려준 서로에게 감사했다.


자전거 주행팀이 선착장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버스팀도 도착했다. 아침에 숙소에서 헤어진 지 불과 1시간이 조금 지났을 뿐인 사람들이 정말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인냥 서로 부둥켜안고 웃으며 반가워하는 모습이 어린아이들 같았다.


대부고속훼리 덕적/자월/승봉선이라고 적힌 커다란 배가 선착장으로 들어왔다. 영흥도에서 둘째 날 묵고 왔지만 사실 지난 이틀 동안 지나친 섬들은 모두 작은 방조제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배를 탈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덕적도로 가는 배를 탄 순례단원들은 깊고 푸른 바다를 바라보느라 갑판에서 좀처럼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두 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덕적선착장에 도착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지만 이제 내리는 비는 더 이상 주행의 방해요인이 아니었다. 선착장에서부터 맞닥뜨린 가파른 언덕에 숨이 헐떡거려왔지만 모두들 자기의 몸 상태와 컨디션에 맞추어 오르막길을 올랐다. 하루 종일 비를 맞는다면 체력이 빨리 떨어질지도 모르니 하늘이 알고 도와주신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숙소에서 몸을 녹인 후 점심을 먹고 출발하려는 순간 비는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 언덕을 오르내리며


덕적도는 해안선길이가 40km도 채 되지 않아 세 시간쯤이면 넉넉하게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지만 가파른 언덕이 많아 자전거로 한 바퀴 모두 돌려면 예상보다 두 서너 배로 시간이 더 걸리는 곳이다. 선착장에서부터 시작된 언덕은 숙소에서 출발 한 이후로 대 여섯 차례 더 만나야 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끝까지 타고 가는 사람이 있었고 자전거에서 내려 천천히 끌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언덕이 서너 차례 반복되자 힘들어하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었는데 그럴 때면 첫날 뽑았던 비밀친구가 바로 옆에서 동행하며 힘을 주고 있었다. 숨이 턱까지 차 헐떡대며 오르막길을 올랐다. 너무 힘들어 자전거를 내버려두고 혼자 걸어가고도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끙끙대며 오르막길을 오르면 그 다음은 시원한 내리막길이 있었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길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우리네 인생을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올라갈 줄도 알고 내려갈 줄도 알아야 하는 인생, 힘든 일이 있으면 즐거운 일도 반드시 있는 인생. 단, 열심히 자신의 힘으로 두 페달을 밟아 오르막정상까지 오른 사람만이 내리막길에서 시원한 바람과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 모래가 쓸려나가고 있다고?


몇 차례 언덕길을 오르내리고 진흙탕 길도 주저 없이 헤치고 나오자 드디어 숙소와 가까운 서포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해수욕장 뒷편으로 근사하게 우거진 해송 숲에서 순례단은 덕적도가 고향인 이덕선 선생님을 만나 덕적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그리고 해사채취에 관한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덕적도 서포리해수욕장은 인천 앞바다에서 가장 유명한 해수욕장이기도하다. 서포리해수욕장이 천혜의 해수욕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백만불짜리 해송 숲과 함께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모래 덕분이었을 것이다. 헌데 지금은 덕적도 해수욕장뿐만이 아닌 인천 앞바다 모래사장의 모래가 예전보다 심각하게 쓸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뭘까?


인천 앞바다에서의 모래 수급량은 국내 건설사업에 있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갖고 있다고 한다. 전국 모래수요량의 62%, 수도권 모래 수급량의 75~80%를 차지하고 있는데 문제는 국내 건설사업의 폭이 확대되면서 인천 앞바다의 모래채취량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모래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건설교통부의 골재수급계획과 달리 해당 지자체가 허락하는 모래채취를 허가하지 않거나 이전보다 줄어든 한계를 분명하게 두고 있어서 건설교통부와도 실랑이를 벌인 적이 여러 번 있다고 한다.


불법 해사채취자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모래가 쓸려나간 해수욕장은 자갈밭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지속적으로 찾을 수 있는 반가운 곳이 될 리 없다. 또한 물고기들이 알을 낳고 서식하는 모래를 싹 쓸어가 버리면 그만큼 바다에서 볼 수 있는 물고기는 사라지게 마련이다. 모래를 퍼다 나르면 계속해서 모래가 다시 생겨날 것 같지만 인천 앞바다 대부분의 해수욕장과 풀등의 모래양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보면 그렇지 않다. 바다 생명들의 산란장이자 안식처가 점점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글/사진  자전거섬순례 현장이야기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