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굴업도가 들썩이고 있다!

2008년 8월 4일 | 섬•해양

 지난 7월 31일, 인천일보와 최근 골프장 등 레저단지건설계획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굴업도를 찾았다. 굴업도는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에 속한 섬으로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약90km, 덕적도에서 13km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섬의 모양이 사람이 구부리고 엎드려 땅을 파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굴업도(堀業島)라고 불린다. 겨울에는 5가구, 인천 등 뭍으로 나갔다가 여름 피서철이면 들어와서 민박을 하는 집까지 하면  10여가구이 이른다. 한때 20가구가 넘게 살았던 제법 큰 유인도이다. 



 덕적도에서 20여분이면 도착하는 굴업도는 물때에 따라 문갑도, 지도, 울도, 백아도 등 덕적군도의 여러 유인도들을 거치게 되면 2시간가 넘게 배를 타야 하기도 한다. 해안사구와 해식지형이 발달한 굴업도는 조용하게 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매년 3000명 넘게 찾고 있다. 이런 굴업도는 먹구렁이, 매, 검은머리물떼새를 비롯한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등 생태적으로 우수할 뿐 아니라 파도에 의한 물리적, 화학작용에 의해 생성된 파식지형 등은 학술적, 자연경관적으로 우수하여 현재 문화재청에서 천연기념물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90년대 핵폐기물처리장건설문제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굴업도가 최근 한 대기업의 레저단지건설을 추진으로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핵폐기물처리장건설 논란으로 지역주민간 갈등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상황에서 CJ그룹 C&I레저산업의 골프장을 중심으로 한 레저단지건설추진으로 또다시 굴업도와 덕적도는 혼란과 갈등이 재현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2000년 해양수산부(현재 국토해양부)는 ‘연안통합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옹진군 굴업도해변의 모래톱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을 뿐 아니라 지난 1997년에는 굴업도를 해양국립공원 또는 해상시립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할 것을 인천시에 통보했었다. 또한 굴업도는 인천시에서도 지난 2007년 9월 ‘인천연안도서 해양환경조사및보전관리계획’안을 통해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섬이기도 하다. 



 굴업도 정상에서 보이는 선단여와 선갑도 중심의 무인도와 바위섬, 문갑도, 백아도, 울도, 지도 등 덕적군도의 빼어난 자연경관은 서해바다에서 단연 으뜸이고 특히 목기미해수욕장의 곡선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양에서도 손꼽힐만한 절경이다.  

 그러나 이렇게 빼어난 자연경관을 개발업자들은 돈벌이용으로만 취급하고 있다. C&I레저산업은 2005년 본격적으로 굴업도에 대한 토지매입에 나서 현재는 굴업도 토지 98.5%를 사들인 상태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굴업도 대부분의 땅은 덕적도 출신 29명 공동명의로 돼있었으나 C&I산업측에서 평당 25~30만원씩 수백억원을 들여 땅을 매입했다고 한다. 


 
 이미 2007년 10월, 한강유역환경청에서는 18홀 골프장조성을 중심으로 한 C&I레저산업의 ‘오션파크관광단지조성계획’에 대해 ‘굴업도 주변의 자연생태환경 및 해양환경이 양호함을 들어 골프장 등 과도한 운동․ 휴양․ 숙박시설의 설치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특히 골프장 조성은 주변 자연환경에 중대한 영향이 우려되어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출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주민공청회와 기자간담회를 열어 C&I레저산업에서는 친환경개발을 통해 환경훼손은 거의 없을 것이라 인천시민들은 호도하고 있다. 



 골프장 조성은 굴업도의 자연훼손과 덕적군도의 해양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미 옹진군과 태안군의 선갑도 앞바다 해사채취로 자월도, 승봉도, 덕적도, 대이작도뿐 아니라 굴업도에서의 모래유실이 심각한 상황이다. 90년대 중반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골프장을 위해 핵폐기물처리장건설을 반대한 것이 아니다. 굴업도골프장은 관관레져단지개발이란 이름으로 대기업에 의해 자행될 서해바다 섬개발의 신호탄인지도 모른다.

 이미 민어우는 소리에 잠못들던, 꽃게로 만선의 기쁨을 누리던 풍경은 어르신들의 기억속에만 아련히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라도 골프장건설논란을 접고 무너진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고 세계적인 자연문화유산인 인천앞바다와 섬들을 온전하게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2008.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