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떠나는 인천섬순례 첫째날.

2008년 10월 20일 | 섬•해양

10월 2일부터 10월6일까지 인천녹색연합,인천일보 주관,인천시 주최로

인천지역의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자전거의 중요성을 알리고

인천 섬의 아름다움과 여러 환경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는 자전거로 떠나는 인천 섬순례를 다녀 왔습니다.

4박 5일동안 일정별로 한명씩의 단원들이 그날의 소감을  글로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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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섬순례 첫째날
경인교대 교육학과 3학년, 홍승일


지하철이 평소보다 느리게 운행하는 것처럼 느껴진 것은 내 자전거가 무거워서일까 어이없는 생각도 했다. 자전거의 부피로 인해서 사람들이 불편을 겪진 않을까 내심 죄송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휠체어가 들어가도록 의자를 빼둔 공간에 자전거를 밀어넣었다. 다행히 아침 시간이었음에도 사람이 꽉꽉 들어찰 정도는 아니었고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통행에는 큰 지장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역마다 지하철에 오르는 사람들이 구석에 있는 자전거를 보며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며 약간 주눅이 들긴 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나 역시 정당한 운임을 지불하며 지하철을 이용하는 고객으로서 은근히 부아가 났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겪어보니 우리나라의 지하철의 구조가 자전거를 들고 탑승하기에 매우 불리했기 때문이었다. 먼저 자전거 출입을 꺼리는 역무원과 실랑이해야 하기도 했고 좁은 개찰구를 지나 무거운 자전거를 들쳐메고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해야했기 때문이다. 설령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서 지상에서 플랫폼으로 바로 이동해서도 안된다. 중간에 대합실에서 내려 지하철요금을 내야한다. 개찰구에서 계산을 마친 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근래 고유가시대를 맞이하여 자전거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버스와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수단을 자전거와 함께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된다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적이며 경제적인 자전거 타기에 동참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분수 광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여러 참가자들이 도착해 있었지만 다행히 출발전이었다. 이번 섬순례 대원들에게 제공되는 노란색 티셔츠와 장갑, 헬멧 등을 지급받고 타이어에 바람을 넣거나 고장난 곳을 잠시 손보았다. 마지막으로 자전거에 ‘인천섬순례’ 깃발을 달아매니 무척 그럴싸해 보였다.


다른 참가자들도 속속 도착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나지 못했던 우리 1조 사람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다들 순례 기간중에 먹을 찬거리를 준비해 오기로 했었는데, 서로의 반찬을 확인하며 즐거워했다. 반찬을 포함하여 코펠, 버너, 칼과 도마 등 우리가 준비해온 물품들과 개인짐을 차에 실었다.


10시가 되자 발대식이 있었다. 이번 인천섬순례의 의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고, 안전에 유의하기를 당부받았다.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간략한 설명도 들었다.


‘하나, 나는 하늘을 닮겠습니다, 하나, 나는 바다를 닮겠습니다…’


이같은 내용의 녹색선서와 더불어 다함께 힘찬 구호를 외치며 드디어 출발했다.


“자전거로 떠나는 인천섬순례, 좋아! 좋아!”




오전 10시 반, 계획보다는 조금 늦은 출발이었다. 순례대원들은 오티때 교육을 받았던대로 정연하게 도로 위로 들어섰다. 행렬은 기본적으로 2열로 길게 늘어선 모양이었다. 중간중간에 안전요원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며 안전한 여행을 도왔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행렬의 선두가 후미보다 좀더 힘이 덜들었기 때문에 여자 대원들이나 자전거가 상대적으로 서툰 사람들을 앞쪽으로 우선적으로 달릴 수 있도록 했고, 나란히 선 두명 중에 남자들을 도로 가까운 쪽으로 달려 혹시 걸려 넘어지더라도 힘이 센 남자쪽에서 받칠 수 있도록 했다.


차로 위를 패트롤카의 보호받으며 달리다보니 기분이 묘했다. 우리가 한 차선을 차지하면 우리 뒤로 불편을 겪을 시민들을 생각하니 약간 마음이 무겁긴 했지만, 가끔 정지했을때 우리 옆으로 선 차들이 밝게 인사해 주니 고마웠다. 도보 위를 걷고 있는 시민들도 우리를 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첫째 날은 ‘한강하구 이야기’라는 테마로 수도권 매립지를 방문하도록 계획되어 있었다. 가는 도중 주유소에서 잠시 쉬어가며 갯벌을 매립하여 현재의 모습이 된 청라지구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도심을 어느 정도 빠져나오자 차량이 많지 않은 시원한 도로가 뻗어있었고, 우리는 얼굴에 스치는 바람을 즐기며 달렸다. 그렇게 도착한  수도권 매립지에선 마침 국화 축제를 하고 있었고, 쓰레기 더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에 여기가 정말 매립지인지 의심스러웠다.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한 후에 차량을 이용해 수도권 매립지 홍보원와 함께 매립지 내부를 살펴보게 되었다.




매립지가 워낙 넓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는게 신기했다. 예전 난지도 매립장의 경우엔 바람이 불면 용산에서도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냄새의 주범인 가스를 전력생산에까지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전에는 무조건 태워 없애느라 2차적인 환경 오염까지 발생했던 것을 이제는 전력 생산을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도 있고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그 전력 생산 규모 역시 만만치 않아서 50MW급의 세계 최대 매립가스발전 시설은 발생한 매립가스를 이용하여 연간 169억원의 수익을 창출한다고 했다. 쓰레기도 잘 관리하면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우쳤다.


이어서 매립이 완료된 제 1매립장을 지나며 매립장의 원리에 대해서도 많은 설명을 들었다. 제 1매립지의 매립한계는 바닥에 깔린 특수한 일종의 그릇이 버틸 수 있는 중량을 계산해낸 것이라 한다. 따라서 일정한 높이에 이르자 매립을 중단한 상태이며, 매립지 바닥에는 침출수가 새지 않게 바닥 처리를 하고 그곳으로 침출수를 받아내어 정화한 뒤 바다로 방류한다고 한다. 한편 제 1매립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침강하고 있는 중이기도 한데 이는 속에서 쓰레기가 썩어 부피가 줄기 때문이라고 했다. 겉으로 보기엔 나무가 심겨진 낮은 언덕처럼 보였지만 사실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저기에 묻혀있다는 설명이었다.




제 2매립장에 도착했을때에야 비로소 쓰레기차들이 쏟아부은 쓰레기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광구를 나누듯 일정한 넓은 제 2매립장 전체에 붓는 것이 아니라 구역을 나누었다. 왜냐하면 너무 넓은 곳에서 쓰레기를 펼쳐두면 냄새가 심하게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구역에 쓰레기를 묻고 이곳의 높이가 어느정도 올라가면 흙을 덮고 다른 구역에 매립을 실시한다. 매립가스를 채취하기 위한 수집관이 서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직 쓰레기가 매립되지 않아 수집관만 덩그러니 서있었던 제 2매립장은 마치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에서나 볼법한 풍광이었다.




수도권 매립지를 견학하고 나온 뒤 대원들간의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제 1매립장 위에 친환경적인 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지금의 수도권 매립지를 좀더 교육적으로 가치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중에 기억에 남았던 것은 지금의 수도권 매립지는 역설적이게도 시민들에게 좋은 교육의 공간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버린 쓰레기들을 너무나 잘 처리해주고 있었고, 쓰레기로 생기는 폐해보다는 현재의 수도권 매립지의 장점만을 볼 수 있도록 조성 되었기 때문에 쓰레기를 버리는데에 경각심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안쪽을 볼 수 있도록 유리벽을 만들어 그것을 통해 안을 들여다본 시민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우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보기도 했다.





수도권 매립지를 뒤로하고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강화도로 향했다. 김포와 강화도를 잇는 초지대교에 들어서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초지대교는 평평하지 않고 가운데가 솟아오른 완만한 아치형태의 다리였기에 오르막길이 한참 이어지다가 중간을 지나자 내리막길로 이어졌다. 그리고 내리막길의 끝에는 강화도가 있었다. 이번 인천섬순례에서 만난 첫 섬이다. 강화도야 초지대교와 강화대교로 연결되어 단순한 섬이라고 하기엔 어려웠지만 설레이긴 마찬가지였다. 강화도에 진입했을때 전 구간은 아니었지만 대체적으로 자전거 도로가 닦여 있었는데 자동차 도로와 구분되어 있었고 노면도 깨끗했기 때문에 안심하고 달릴 수 있었다.




첫째 날은 강화도 하점면 신봉 1리 마을회관에서 짐을 풀기로 되어 있었다. 마을회관에는 어둑해질 무렵인 6시 20분 가량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자전거를 오래 타보지 않은 대원들이 많아서 시간이 지체되었기 때문이다. 마을회관에 내려 짐을 방으로 옮겨 놓고, 곧장 식사 준비를 했다. 야외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나로서는 무척 생소했지만, 야영생활에 일가견이 있는 조원이 주도하여 코펠에 밥을 짓고 떡볶이와 된장국을 뚝딱 만들어냈다. 식사준비를 마치고 8명이 둘러 앉아 밥을 먹는데 집에서 먹는 밥보다 더 맛이 났다. 10인분 분량의 쌀로 밥을 지었는데 누룽지까지 긁어 숭늉을 해먹었으니!


저녁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샤워를 했다. 서로에게 물을 끼얹으며 장난을 치기도 하고 등도 밀어줄 정도로 벌써 가까워진 친구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은 서먹서먹한 순례단끼리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그 방식이 재미있었다. 흰 종이에 자신과 닮은 자연물과 오늘 순례에서 받은 느낌을 그림을 간단하게 표현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오른쪽 사람에게 넘기면 그 사람은 이 그림에서 느껴지는 것을 추가로 그려서 또 오른쪽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렇게해서 내 그림이 모든 사람을 거친 후에 다시 본인에게 돌아온다. 나 자신도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그림에 내 느낌을 덧붙이게 된다. 그림을 받을 때마다 앞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웃음을 터트리기에 바빴다. 어느새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고 자신의 그림을 앞에 두고서 이것을 발표할 시간을 갖게 되었다.



꼭 이 그림에 나타난 내용으로 자신을 설명해야 되요.”


저마다 자신이 처음 그렸던 것은 전부 사라지고 생뚱맞은 그림들을 돌려 받았음에도 요리조리 자신에게 의미있도록 그림을 바라보았다. 예를 들자면 자신은 다람쥐를 그려놨는데 받아보니 개구리로 변해있는 식이었다. 이것을 자기 자신과 관련지어 설명을 하자니 우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신상명세를 쭉 나열하는 것보다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이 은연중에 묻어나는 이야기를 해봄으로써 좀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다들 생각하는 것이었다. 내 그림은 처음에 웃는 표정만 그려놨을 뿐인데 두뇌와 얼굴이 분리되었지만 얼추 완성된 형태의 얼굴로 돌아왔다.


잠들기 전에 다함께 요가를 하며 굳어져 있던 허리와 다리를 늘려주었다. 내일부터는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10시엔 잠을 자야했다. 그 아침당번이 바로 나였다. 나는 좀더 일찍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서둘러 침낭을 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