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음식을 나누는 날

2014년 1월 7일 | 녹색과사람들

찹싸~알 떡! 메밀 묵 ~
어린 시절 TV를 보면 도시에서는 겨울철 먹을거리로 좁을 골목을 다니며 외치는 찹쌀떡장수가 있었던 것 같다. 그걸 보면서 도시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살던 동네는 아랫마을과 윗마을이 한동네처럼 붙어 있던 곳 이었다.
밥을 굶어본 적은 없었지만 동네에 구멍가게도 없던 곳 이여서 가공식품을 사먹을 수 있다는 건 어렵고 엿장수가 오거나 이웃집에 명절을 맞이해서 서울에서 손님이 오실 경우 과자선물을 받으면 어쩌다 한번 얻어먹을 수 있는게 유일한 군것질을 할 수 있는 때였다.
보통은 명절이나 절기 때 해먹는 떡 정도가 간식이었으니 많은 식구들이 모이면 그나마도 조금씩 밖에 먹을 수 없으니 엄마가 음식을 만들 때 옆에서 얻어먹는 게 다였던 것 같다.
예전에는 떡을 대부분 집에서 했었는데 아마도 정월대보름 때 시루떡을 하면 조왕신께 바친다고 뒤란에 떡과 정안수를 떠 놓으시던 엄마모습이 기억난다. 그렇게 간단한 제를 지내고 나면 얼마 되지 않는 양의 떡이지만 이웃집과 나눠 먹었었다.
 
나에게 정월대보름을 추억은 좀 남다르다면 남다를 수 있다.
대보름 날 아침이 되면 더위를 팔고 귀밝이술을 마시는 걸로 시작해서 평소보다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어둑해지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누구는 커다란 양푼을 누구는 매콤한 고추장을 들고 집을 나선다. 허연 서리가 내린 논두렁에 모인 아이들은 두 패로 나누어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갈 차비를 한다.
무얼 하러? 밥을 훔치러~
뒤란 쪽 부엌문을 까치발로 들어가서 찬장과 무쇠 솥의 반찬과 밥을 양푼에 쏟아서 주인에게 들키지 않게 나와야 된다. 만약 그릇 뚜껑이라도 떨어뜨리는 날에는 어떤 도둑이 남을 밥을 훔치느냐는 벼락 아닌 벼락을 맞을 수도 있었으니…
어른들의 벼락이라 해도 밉지 않게 하는 말씀들이지만 우리들은 나름 연극을 하면서 밥과 반찬을 양푼에 쏟아 넣고 다시 몰래 빠져나와서 또 다른 집에 밥을 훔치러 다녔다. 얼추 모든 집을 거쳐서 다시 논두렁에 모두 모인다. 서로가 우리는 어떻게 밥을 훔쳤다느니 그릇 뚜껑을 떨어뜨려서 들킬
뻔 했다느니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매콤한 고추장에 밥을 석석 비벼서 먹고는 휘영청 떠오른 달을 보며 소원도 빌고 쥐불놀이도 하며 밤늦도록 놀았었다. 어찌 보면 별 맛이 없을 수도 있던 비빔밥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배려한 사랑과 아이들의 수다가 어우러져 꿀맛비빔밥이었다.
 
어른이 되어 도시에서 생활하다가 보니 이웃집과 무엇을 나누어 먹는 다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고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깔끔하게 느껴지는 음식이 분위기를 돋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음식을 해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나 사랑을 잘 느낄 수 없는 것처럼 언제부터인가 그런 곳에서 먹는 음식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다고 느껴지는 것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허전함을 달랠 수 있고 이웃 간의 따듯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초록세상 이웃님들께 나의 음식 나눔에 대한 방법을 소개한다.
소모임을 할 때 각자 반찬 한 가지씩 준비해서 한집으로 모인다. 모이는 장소의 주인은 밥과 찌개나 국을 해서 내놓는다. 각자 가져온 음식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만든 사람에게 비법을 전수 받을 수도 있는 건 식사시간의 보물일 것이다.
간혹 아이가 친구들을 데려와서 놀다가 밥 때가 되면 알아서 가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 되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우리아이의 친구들은 내 아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 보자. 반찬이 없다고 걱정이 된다면 큰 양푼에 밥과 김, 깨소금, 들기름을 넣어 아이들에게 비벼서 먹어보라고 해보자. 평소라면 별 맛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친구들과 함께 먹는 밥은 웃음양념이 묻어나서 더 맛있을 수도 있고 덩달아 엄마로써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집들이의 경우도 선물대신 각자 자신 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집들이를 하는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건강한 먹을거리 나눔이 아닐 까 싶다.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면 사뭇 다른 먹을거리 추억을 이야기 할 지도 모른다. 
풍요로운 먹을거리를 먹지만 외로운 문화를 줄 것인지 소박하지만 나눔의 문화를 줄 것인지는 우리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글쓴이 회원 조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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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녹색연합이 작아와 함께하는 날을 같이합니다. 
1월 11일은 이웃과 음식을 나누는 날입니다. 대보름즈음이기도 하지요. 둥근달의 넉넉함을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지요. 이 날을 계기로 가까이 사는 이웃과 음식을 나누며 인사 나누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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