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탐욕은 다시 치명적으로 사람들에게 되돌아왔다. 새만금이 그랬고 4대강은 더욱 심했다. 그러나 우리들은 자연에 대한 털 끝 만큼의 반성은 없었다. 오히려 더 지독한 탐욕스러움으로 새로운 정복지를 찾아 눈을 돌릴 뿐이었다. 이제 그 새로운 정복지는 조선시대부터 오백년 역사동안 보존되어온 이 나라 최대의 원시림 ‘가리왕산’이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평창. 그로부터 1년 가리왕산은 활강경기장으로 결정되고 지난 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해제, 올해는 환경영향평가 협의 등의 절차가 진행되어 왔다. 그리고 지난 3월 27일 산림청은 중앙산지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어 가리왕산의 일부 형질을 개발이 가능하도록 변경하는 내용의 산지 전용 허가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국가가 천명하고 지켜온 오백년 신념이 고작 보름동안의 올림픽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진 것이다.
가리왕산은 북방계 식물과 남방계 식물이 만나는 산림생태계의 전형을 갖추고 있는 희귀한 숲이다. 이곳에는 멸종위기 식물인 ‘산마늘’을 비롯, ‘노랑무늬붓꽃’ ‘백작약’ ‘금강애기나리’ 등 다수의 북방계 희귀식물과 한국에 기록되지 않은 곤충 13종, 북방계 희귀버섯인 ‘차가버섯’ 등이 자생하고 있다. 특히 슬로프 예정지인 가리왕산 중봉 북쪽의 산림은 아극상림 단계의 활엽수림으로 생태적 가치가 매우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리왕산의 이러한 생태·환경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올림픽 개최지라는 장소적 현황만을 고려해 활강 경기장을 수립한 것은 지역중심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함과 동시에 환경의 가치보다 개발의 가치가 더 우위에 있음을 또 다시 보여주는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기관의 의식수준이라 할 것이다.
친환경 올림픽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하리만큼 평창 동계올림픽은 그 시작부터 반환경적이며 사회적 합의까지 무시한 또 하나의 올림픽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IOC는 환경올림픽의 개념을 “지역 환경 및 문화 사회적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올림픽을 계획하고 건설, 개최하며, 대회가 끝난 후에도 환경에 긍정적 유산을 남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평창 동계올림픽이 과연 위에서 말한 환경올림픽과 부합이 되는 전 세계인들의 축제가 될까?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가리왕산의 복구와 복원(강원도는 이마저도 무시하고 있다.)을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번 훼손된 자연을 인간이 감히 원상태로 복구하고 복원하는 것이 가능할까? 가리왕산 지역은 흙, 돌, 바위가 서로 연결되어 식물의 뿌리를 지키고 있다. 가리왕산의 숲을 영화 ‘아바타’의 판도라의 숲이라고 상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가리왕산의 모든 나무가 서로 네트워크화 되어 있고, 나무가 모인 숲도 서로 연결되어 한 지역이 파괴되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로써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을 예로 할 수 있다. 올림픽 이후 활강 스키장 부지의 복원은 1986년까지 15년 간 진행되었고 복원비용으로 또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었지만 결국 실패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시설 기반과 설질을 개선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화학물질이 살포되어 인근 동식물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쳤고 인근 지역의 환경은 매우 나쁜 조건으로 하락해버렸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하려면 가리왕산의 생태환경이 지속 가능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활강 경기장 등의 대체 경기장(만항재, 두위봉 등)을 물색하는 것이고 또 하나, 98년 나고야 동계올림픽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듯 기존의 시설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과 국제스키연맹(FIS)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는 ‘환경올림픽’을 강조하며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환경과 평화가 어우러지는 축제로 평창 동계올림픽이 전 세계인들의 가슴에 기억될 것이라 생각한다.
– 지난 2014년 3월 27일에 열린 ‘[국회 토론회]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 자료집을 참고했습니다.
– 사진 :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 남준기 학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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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 남준기 학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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