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의 푸른 섬, 대청도

2014년 5월 20일 | 섬•해양

황해의 푸른 섬, 대청도

 

얼마 전 세간의 화제였던 기황후라는 드라마가 있다. 공녀 출신으로 원나라의 황후가 된 고려 여인의 이야기인데 이 드라마 초기의 공간적 배경이 바로 대청도다. 대청도는 원순제가 귀향왔던 곳으로 현재 대청초등학교 인근이 원순제가 살았던 곳이라 주민들은 믿고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대청도에 순제 유배 당시에 세웠던 궁실의 섬돌과 주춧돌 자리가 조선 후기까지 남아 있었고 그 일행이 심었던 뽕나무와 옻나무가 숲을 이룬다고 기록되어 있다. 


                                                     

‘모래 서말은 먹어야 시집 간다’ 

대청도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는 모래다. 대청도에는 사막이 있다. 환경부에서도 사막이라 말하는 옥죽포 해안사구는 길이 1.6km, 폭 600m로 우리나라 최대 활동사구이다. 방사림을 심기 전엔 산 전체가 모래였고 바람에 날린 모래가 고개 넘어 학교까지 덮쳐 결국 학교를 옮겨야 했다. 지금도 해발 80m까지 모래가 산을 오르고 바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연흔(ripple)들은 수없이 생겼다 사라졌다 반복한다.

대청도의 해변은 전체가 해수욕장이다. 농여, 양지동, 대진동, 옥죽동, 지두리, 사탄동 등. 특히 농여에서 양지동으로 이어지는 해변에는 썰물 때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풀등’이 드러난다. 섬 주민들은 모래를 ‘풀’이 부르는데 풀등은 바다에 있는 모래언덕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풀등을 인천에선 대이작도와 장봉도에서도 볼 수 있는데 대청도의 풀등은 물이 빠지면서 육지와 맞닿아 드넓은 모래해변의 장관을 연출한다. 대청도 최고봉인 삼각산을 병풍 삼은 모래여울(사탄동沙灘洞) 마을에선 수령 100년이 넘는 소나무들이 숲을 이룬 해안사구가 바닷바람과 파도를 막아주고 있다.


‘대청도의 최고 보물은 홍어다’

우리나라에서 홍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은 흑산도가 있는 전남이 아닌 대청도가 있는 인천이다.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온도상승 등으로 2010년부터는 인천이 참홍어 어획량 1위를 굳혔다. 대청도에선 홍어를 삭히지 않고 주로 회와 탕으로 먹고 해풍에 건조하여 저장한다.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특유의 냄새와 톡 쏘는 맛, 갓 잡아올린 홍어로 코와 혀를 호강시키고 싶다면 겨울철 선진동과 옥죽동 포구의 어부들을 찾는 것이 제일 좋다. 대청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서해 어업의 전초기지였다. 1918년 일본의 동양포경주식회사는 대청도에 진출하여 매년 30~40여마리의 고래를 포획하였다. 돌고래, 참고래, 대왕고래 등 일제시대 대청도는 울산, 흑산도, 거제도와 함께 우리나라 포경의 핵심기지였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소청 등대는 바로 대청 어부들의 밤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


      

‘대청도는 희귀식물의 보고다’ 

동백나무는 따뜻한 남쪽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대청도 사탄동의 동백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북쪽에 자생하는 것으로 천연기념물 제66호이다. 일반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울릉도 호박엿’의 원재료였던 후박나무, 길가는 나그네의 바짓단을 잡아당기는 실거리나무도 대청도가 북방한계지이다. 이뿐 아니다. 멸종위기2급 보호식물인 대청부채를 비롯하여 뇌성목, 대청생열귀나무 등 대청도는 희귀식물의 보고이다. 또한 대청도 바다는 잘피 숲이다. 잘피는 수심 5m 이하 바다의 모래나 펄, 바위에 사는 보호대상해양식물이다. 지상의 숲보다 3배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생산하는 잘피 숲은 작은 물고기들의 산란장이며 은신처이다. 거머리말, 애기거머리말, 새우말 등 잘피를 대청도 바닷가에선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모래가 파랑을 만나 연흔을 만들고 바람에 날린 모래는 층리를 형성하였다. 연흔과 층리는 긴 세월 조개들(boring shell)과 함께 바위가 되었다. 그 바위는 하늘로 솟은 용바위, 파도가 깎아지른 독바위, 삭풍을 온몸으로 막아선 서풍받이로 남았다. 소나무와 소사나무 숲길을 따라 삼각산(343m)에 오르면 옹진반도가 지척이다. 새벽 모래산 고개에 서면 북녘의 비금도에서 해가 솟아오른다. 이곳이 대청도다.

                                                                                   글.사진 /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 이 글은 시사IN 제343호(2014.4.12) 별책부록 ‘ 그 섬을 걷고 싶다’에 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