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숲 병풍 두른 쪽빛 섬 … 낙도민 꿋꿋한 삶 이어가

2014년 8월 4일 | 섬•해양

▲ 백아도 남봉암릉 능선, 섬을 둘러싼 기암절벽들이 깍아지른 암벽으로 돼 있어 경관이 웅장하고 화려하다.

 
▲ 장성자 백아도 이장이 백아도 인근에서 잡은 해삼을 들어보이고 있다.

푸른 숲 병풍 두른 쪽빛 섬 … 낙도민 꿋꿋한 삶 이어가

3년전 군부대 시설방치 여전히 … 흉물모습 그대로

주민 30여명·근로 평균연령 60대 … 작업환경 열악

식수 ‘고염도’ 관리업무 미비 정화장치 설치 필요

섬으로 간다는 것은 도시를 벗어나는 설레임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감으로 밤잠을 설치게 했다.

더군다나 백아도는 내가 지금까지 다녀 본 섬 중에 가장 먼 곳에 위치해 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연안부두로 향했다.

언제나처럼 1등으로 도착해 여객터미널 구석구석을 둘러본다.

이른 아침이여서 그런지 터미널이 한산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등산복차림의 단체 승객들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인천항에서 스마트호를 타고 인천대교를 지나 덕적도에 도착했다.

덕적도에서 다시 ‘나래호’ 로 환승해 망망대해를 달린다.

나래호는 문갑도와 굴업도에서 승객을 내려놓는다.

핵폐기장과 골프장건설 문제로 세상의 중심에 섰던 굴업도가 두 팔을 활짝 펼쳐 바다를 품고 있었다.

저 멀리 사람바위와 기관차 바위가 백아도 가까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인천에 이런 바다가 있을까?

의아심을 품을 정도로 쪽빛바다가 우리 일행을 반겼다.

상큼한 바람을 맞으며 트럭을 타고 모퉁이를 돌아서니 빨강 파랑 천연색의 지붕들이 푸른 숲에 둘러싸여 알프스 어디 메쯤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안겨주었다.

올망졸망 자리한 집들은 나름의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뱃터에서 만나는 보건소마을, 그 한가로운 풍경에 다리가 휘청 거렸다.

서둘러 숙소에 짐을 풀고 백아도의 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남봉’으로 향했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무성한 숲을 헤쳐 나갔다.

언뜻언뜻 보이는 기암절벽은 그야말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고 숲속엔 ‘취나물’이 밭을 이루고 있다. 그러고 보니 백아도의 주요 수입원의 하나가 취나물이라 했다.

몇 명의 등산객이 숲에서 취나물을 채취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숲길과 가파른 바위로 이어진 남봉을 탐사하고 다시 고개 너머에 있는 발전소 마을로 향했다.

트럭의 덜커덩거림이 시원한 바닷바람과 찰떡궁합을 이루며 기분 좋은 느낌을 안겨준다.

또 다시 올망졸망 모여 앉은 발전소 마을에서 발전소 소장으로부터 백아도의 발전량에 대해 설명을 듣고 이 곳에 풍력발전기가 들어선 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변 환경에 거스름이 되지 않기를 바랬다.

▲여전히 방치된 흉물 군부대의 흔적을 찾아서

3년 전 파랑기자단이 이곳을 찾았을 때 군부대 시설이 방치되어 있었다고 하여 그 후의 상황이 궁금해 현장으로 가보기로 했다.

숲속에 박혀 있는 전봇대를 길잡이 삼아 키를 훌쩍 넘긴 가시덤불 길을 헤쳐 나가길 한 참, 산 정상에 군부대 흔적이 드러났다.

3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대로 방치되어 흉물로 변한 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방치하지 말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봤으면 하는 의견들을 나누었다.

▲아름다운 섬, 그리고 아쉬움

백아도는 총 인구가 25가구 30여명정도 된다.

자주 도시로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평상시엔 20명 내외가 섬을 지키고 있다.

발전소에 근무하는 직원을 빼면 평균연령이 60대후반이다.

거동을 할 수 있는 주민은 공공근로와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보건소로 발령받아온 부인을 따라 이 섬에 오게 됐다는 어촌계장 김상철씨 , 그는 섬의 미래를 위해 어업이 사라지다시피한 이 섬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그 결과 해삼배양장을 마을공동사업장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현재 5명이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해삼배양의 핵심기술은 중국이 가지고 있고 해삼을 배양하여 다시 바다로 보내 양식을 하면 잠수부를 고용해 해삼을 따야하는 현실이다 보니 실제적으로 아직은 큰 소득을 내지 못하고 있다.

김 계장은 해양수산업법이 현실에 맞게 적용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계장이 꿈꾸는 꿈은 해삼배양기술을 국산화 하여 실직적인 소득이 섬 주민에게 골고루 돌아가 모두가 잘사는 백아도를 만드는 것이다.

백아도의 미래가 ‘해삼배양장’에 달려 있다고 그러나 일을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없어서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하는데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다.

▲염도 125도의 물을 사용하는 주민들

백아도엔 식수사정이 녹녹치 않다. 수돗물을 틀어 맛을 보니 그대로 삼키기 어려웠다.

지하수를 파서 식수로 사용하는데 염도가 높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식수관리 업무가 옹진군에서 연수수도사업소로 바뀌면서 섬 주민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고 있어서 주민들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장성자 이장의 말에 의하면 6월안에 정화장치를 설치해 주겠다는 약속도 식수차를 보내주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세월호 사건이후 여객선 운항이 강화되면서 애궂은 불똥이 섬 주민들에게 떨어졌다.

생활필수품인 가스와 경유등이 일반 여객선에 실을 수 없다며 금지했기 때문이다.

사전에 그에 필요한 대책을 세우지도 않고 무조건 금지해 버리니 당장 어떻게 생활하느냐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섬 주민들도 인천시민이다.

섬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인천시민으로서 정당히 누려야할 권리들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누가 섬을 지키고 살 것인지를 생각해보며 그 어떤 이유로든 섬 주민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에 소홀함이 없기를 바라본다.

/문경숙 파랑기자단 교사 사진=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